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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래가 낙관적인 5가지 이유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6-07-26 14:59:22 게시글 조회수 4001

2016년 7월 25일 (월)

ⓒ 블로터닷넷



장면1. 앨리스가 추리 소설 전자책을 펴드는 순간, 그녀에게 용의자의 전화가 걸려 온다. 그녀는 용의자의 말과 책 속의 단서들을 결합한다. 그녀가 전자책을, 정확히는 스마트폰을 흔들자 단서를 제외한 나머지 단어들이 책에서 사리진다.


장면2. 코플랜드가 전자 도서관에 접속하면, 직장 동료들이 읽었던 책들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그는 책 속 구절 중 회사 전략과 관련된 부분에 메모를 남긴다. 그리고 동료들의 메모를 참고하며 업무 아이디어를 정리한다.


이 장면들은 전자책의 미래와 관련하여 IDEO라는 컨설팅 회사가 상정한 비전이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 장면들과 지금 우리의 전자책 경험은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아니 과연 종이책보다 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열등해 보이는 전자책이 과연 저렇게 환상적인 미래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 있을까?


#1. 시장의 성장


ebookMarketTrend

한국 단행본 및 전자책 시장 규모(단위: 억원)
(출처: KISDI “정보통신방송정책” (26권 8호) – 전자책 시장현황 및 전망과 도서출판 시장의 가치사슬 구조변화)


“지난 10년 간 연 평균 성장율 30% 대를 유지해 온 전자책 시장”


지난 20년 간 언제나 그래 왔지만 출판계는 죽겠다는 아우성이 자자한 곳이다. 매년 책의 출간 종수는 줄어 들고, 1종이 출간되면서 인쇄되는 부수 역시 줄어 들고 있다. 2015년에는 대형 출판사 60%에 해당하는 곳의 매출액이 평균 15%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출판 시장 중 유일하게 전자책 분야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지난 10년간 전자책 출판 시장은 연 평균 30% 대의 꾸준한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전자책 시장은 아직도 성장 여력이 충분한 영역이다. 우선, 기존 아날로그 매체 등에 비해서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 잠재성이 크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둘째, 아직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시장 과점적 전자책 사업자(즉, 아마존 킨들)가 등장하고, 학습서를 포함한 전체 도서 시장에서 20 ~30% 까지 전자책의 비중이 늘어난 상태이다. 미국 시장이 1차 성숙기를 맞이 했다고 본다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 충분히 클 여지가 있다.


#2. 구체제(Ancient Regime)의 붕괴


valueChain

“출판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이 2012년 무렵에 붕괴됐다고 생각해요.” (장은수, 전 민음사 편집장, 출판의 미래 저자)


기존 책을 만드는 산업의 가치 사슬 구조는 단순한 편이었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단순하면서 고도로 효율화된 체계를 갖추는데 구텐베르크 이후 500년 정도가 걸린 셈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모니터에 비치는 정보의 양이 종이에 인쇄된 양을 넘어서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정보에 접근하는 매체가 우리 손 안으로 들어 오면서 변화의 임계점이 폭발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출판 산업의 구체제, 즉 저자-출판사-서점-독자의 가치 사슬이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서점이 로맨스 소설을 연재하고 (YES24 e-연재), 게시판의 판타지 소설이 회 단위로 판매된다. (조아라). 전자책 전문 서점이 출판을 하고 (리디북스 헬로월드), 핸드폰 회사가 책으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SKT 티스토어). 포털이 종이책 출간을 중계하고 (네이버 포스트, 다음카카오 브런치), 출판사는 종이책 출간을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한다 (스토리펀딩, 텀블벅).


이렇게 다양해진 출판 생태계는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이다. 새로운 가치와 미래에 투자하는 자에게는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상상력의 한계일 뿐이다.


#3. 창작 인프라의 발전


medium-home

미디엄(Medium) 사이트.


“누구나 책을 쓰고 발행인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건 컴퓨터 한 대뿐이다.” (패션으로 영화 읽기의 저자, 이숙명)


시간을 200년도 정도 돌려서, 박지원이 당대의 베스트셀러, 열하일기를 쓸 당시로 가 보자. 저자는 필기구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을 적었다. 이렇게 모은 종이 낱장 뭉치를 다시 정리해서 윤문을 하고, 만약 목차라도 바뀌면 집필해 놓은 것을 물로 씻어내야 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은 필사자들을 통해서 배포판을 만들었다. 그래서 전집 한 질의 가격은 작은 집 한 채 가격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창작자는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가득하다. 그것도 무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도구를 고를 수도 있다. 워드프로세서, 프레젠테이션 SW들, 블로그의 저작툴, 위키, 포털에서 제공하는 저작툴, 각종 게시판; 글을 쓰고, 정리하고, 사진, 동영상 등의 보조 자료를 관리하고, 각종 아이디어들을 정리하는 방법은 많다. 글을 쓰고 배포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낮아진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글의 창작 인프라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해외에서 많은 플랫폼들이 ‘글쓰기에 최적화’를 외치면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출판 플랫폼을 지향하는 미디엄(Medium) 서비스는 2012년 트위터의 창립자인 에반 윌리엄스가 만든 서비스이다. 미디엄의 특징은, 온라인 글쓰기를 위한 최적의 에디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글들이 트윗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고, 테마(일종의 시리즈 개념)로 묶일 수 있다.


물론 미디엄이 새로운 글쓰기의 표준을 제시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미디엄은 블로그와 온라인 저널리즘, 개인 에세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슬아슬함이 새로운 글쓰기와 읽기의 균형점은 아닐까? 책과 언론 기사, ‘잡글’을 구분하던 과거의 기준을 전자책에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4. 전자책 표준의 안정적 확산

EPub_logo

EPub_logo

전자책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던 2000년대 초반과 2010년경만 하더라도, 가장 첨예한 화두 중 하나는 전자책 포맷의 표준 문제였다. 즉 어떤 파일 형식, 어떤 에디터(또는 Authoring Tool), 뷰어를 사용할지에 대해서 각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의견을 고수했다. 본질적으로는, 산업 내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와 전자책 사업을 위한 투자 규모를 결정짓는 갈등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자책의 표준은 e퍼브(ePub)로 확연하게 굳어졌다. 금년 기준으로 85% 신간이 e퍼브 포맷으로 출간되었다. 또한 서점들(=판매자, 서비스 공급자)과 출판사들(=컨텐츠 공급자) 모두 e퍼브 포맷을 위한 개선 노력과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e퍼브는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포맷이므로 표준 자체의 업그레이드와 오픈소스 엔진 개발 등에 글로벌 IT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수준이 전자책 관련 서비스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단계라고 본다면, 앞으로는 표준화 포맷을 기반으로 SNS 연동 강화, 멀티미디어와 인터랙션 기능 삽입, 전자책 관련 빅데이터 분석 등의 고도화 과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5. 미래는 지금 여기에


전자책은 종이책에 대해서 일종의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라고 할 수 있다. 한때는 전자책이 모든 종이책을 먹어 치우고, 종이의 종말이 도래한다고 상상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종이책이 하루 아침에 서점 진열대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와해성 기술의 특성 상, 현재 전자책은 로맨스 등의 가벼운 소설류와 문학 등의 출판 시장을 위주로 기반을 잡고 있다. 그리고 앱북, 디지털 잡지, 멀티미디어 전자책, 아동용 앱 컨텐츠 등으로 시장 기반을 넓히고 있다.


물리적 한계 없이 수 천, 수 만 권의 책을 하나의 기기에 담을 수 있는 편리함, 온라인에서 글을 쓸 수 있다면 누구라도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단순한 기술, 종이책 대비 몇 십 분의 일 수준인 제작 비용 구조 등의 장점은 와해성 기술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전자책의 단점으로 꼽히는 기능적 불편함, 심미적 조야함, DRM의 제약성 등을 극복하고, 전자책을 출판의 주류 기술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출판의 가치 사슬 내 변화, 새로운 글쓰기 플랫폼의 등장 등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에게 읽기의 욕망이 지속되는 한, 읽을 거리들은 어떤 식으로든 출판될 것이고, 그 매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 안에서 무엇을 보는가? 나는 읽으려는 인간의 욕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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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6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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