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9일

 

© ZDNet Korea, 김우용 기자

 

과거 기업(B2B) 분야 글로벌 IT기업의 연례 컨퍼런스는 어마어마했다. 단일 행사에 수천명 참석자를 모아놓고 그 IT회사의 수장이 나서 비전을 제시했다. 각국에서 모인 대중소기업의 IT담당자는 그 발표내용을 곱씹으며 향후 나아갈 방향을 잡았다. 발표되는 기술은 새롭고, 제시된 비전은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그 회사의 기술을 쓰면 남보다 한발 앞설 것처럼 생각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근 수년사이 B2B IT기업의 연례 행사는 전에 비해 조용하다. IT기업이 내놓은 발표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IT기업은 시장에서 달아오른 트렌드를 각자의 언어로 재설명한다. 신제품이나 기술도 시장 유행에 따라 대응하는 수준이다. IT기업이 비전을 제시하는 건 드물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최근의 IT 유행은 IT기업에서 촉발한 게 아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최신 기술의 주도권을 쥔다. 일반소비자를 주로 상대하는 기업이라도 스마트폰 하나는 취급해야 유행 선도자로 명함을 내민다. IT 인프라스트럭처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주사업으로 하는 회사는 무리의 선두에서 뒤로 한발짝 물러난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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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스타(PIXTA)

과거나 지금이나 IT는 최첨단 기술이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ERP, CRM, 데이터베이스 같은 기술의 발흥기만 해도 B2B 분야 IT기업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관련 분야의 정보와 노하우를 가진 IT기업이 앞서갈 수밖에 없었다. IT기업은 자신의 기술 노하우를 꼭꼭 숨겨 블랙박스로 팔았다. 고객은 알아서 따라오라며 IT기업은 독주했다. 2000년을 앞뒀던 Y2K 사태는 그 정점이었다.

그러던 IT기업의 최근 강조점은 '고객 지향', '고객 중심', '고객 주도' 등으로 바뀌었다. 어느 회사도 이 수사를 벗어나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고, 고객이 가려는 대로 움직인다. 고객을 무시하면 외면당한다. 열위가 완전히 역전됐다.

당연한 일이다. IT기업의 솔루션, 제품을 마음만 먹으면 고객도 얼마든 만들 수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덕분이다. 때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솔루션보다 앞서 세상에 나온다. 빅데이터 시장을 열어젖힌 하둡, 그 어렵다는 딥러닝의 대중화를 이끄는 텐서플로우, 수만개의 리눅스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쿠버네티스 등은 지금도 상용 소프트웨어에 앞서간다.

경쟁도 치열해졌다. 기술 저변이 확대되면서 특정 도메인에서 활동하는 IT기업의 수가 늘었다. 파괴적 혁신자가 나타나 기존 IT기업의 사업영역을 잠식해버리기도 한다.

4년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바원' 컨퍼런스가 열렸다. 당시 자바 커뮤니티는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받아들여 '람다'란 새 기능을 탑재한 '자바8'을 수년만에 내놨다. 자바원 행사장 한 곳에서 골드만삭스 발표가 있었다. 골드만삭스 IT개발조직은 자바8을 기다리다 자바7을 직접 개선해 자바8 성능에 근접하는 시스템을 운영중이라고 발표했다. IT 기업도 자바8 출시만 기다리던 시기에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의 깜짝 발표였다. 골드만삭스가 투자분석가보다 개발자를 많이 고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지기 전이다.

여러 IT회사의 고객 대상 연례 컨퍼런스를 보면 기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을 느낀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장으로 기존 IT운영자가 일자리의 위협을 느끼자, 관련 IT기업은 IT운영자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하며 관련된 툴을 선보였다. 인공지능으로 사람의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자, IT기업은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제한적으로 수용해 일자리 안정성을 부각시킨다.

시장 주도권을 고객에게 내준 IT기업의 신세가 딱하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독주하지 않는다고 흉볼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뒤바뀐 IT기업의 신세를 바라보는 게 아니다. 한국은 전세계 IT시장에서 유명한 소비자다. 까다롭고, 유행에 민감하다. 보수적이다가도 갑자기 확 바뀐다. IT기업에게 한국 고객은 대하기 힘든 상대다.

고객인 한국 기업은 세계적 IT기업에 어떤 존재인가. 해야할 질문은 이것이다. 그토록 기술 국산화를 외치며 대규모 투자도 했고, 수많은 인력 양성 계획도 세웠다. 지금은 어떤가.

급변하는 최첨단 기술의 유행에서 한국 시장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까. 까탈스럽던 그 소비능력도 전같지 않다. 최신 기술을 제대로 써먹을 저변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다. 수많은 글로벌 IT기업이 한국시장에서 오로지 삼성전자만 바라본다. 제대로 써주고 구매력도 갖춘 고객이 삼성뿐이란 볼멘소리도 들린다.

한국 고객에게 IT는 아직도 소비의 대상으로 취급된다. 싸게 사서 최대한 써먹고 버리는 그런 소비 대상말이다. 고객 지향을 앞세우는 IT기업의 수사가 한국에서 빛을 잃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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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8061911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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