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열린마당 > 공개SW 소식

공개SW 소식

[현장] “들어보아요, 리눅스 개발자 세계”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4-09-16 21:02:56 게시글 조회수 3593

2014년 09월 14일 (일)

ⓒ 블로터닷넷, 이지현 기자 jihyun@bloter.net



리눅스는 대표적인 오픈소스 운영체제(OS)다.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곳에서 쓰인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리눅스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한국 개발자도 몇몇 있다. 허태준 레드햇 개발자, 김남형 LG전자 개발자, 김민찬 LG전자 개발자, 김국진 삼성전자 개발자다. 이들이 9월11일 한자리에 모였다. 구글이 주최한 ‘리눅스 개발자 라운드테이블’에 연사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linux_developer_roundtable_02
▲9월 11일 열린 구글 리눅스(오픈소스) 개발자 라운드테이블


리눅스 개발자 라운드테이블은 2시간30분 넘게 진행됐다. 연사로 나선 개발자 4명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청중으로 참여한 많은 개발자가 연사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행사에 참석한 청중은 총 22명. 실제로 신청한 인원은 이보다 2~3배 많았지만 장소 제약으로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참여자 소속은 다양했다. 대기업, 모바일 개발업체, 스타트업, 스토리지 업체, 네트워크 업체, 학교까지. 질문도 다양했다. 리눅스 개발에 참여하면서 느낀 기술적인 고민, 경력을 전환할 때의 문제점, 오픈소스에 대한 기업들의 생각, 리눅스 커뮤니티의 역사 등이 쏟아졌다.


linux_developer_roundtable_01
▲구글 오픈소스 개발자 라운드테이블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리눅스 커뮤니티의 문화였다. 사실 리눅스 커널 커뮤니티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중에서도 꽤 거칠기로 소문나 있다. 서로 작업한 내용을 놓고 ‘이거 고쳐’, ‘넌 도대체 뭐하는 거야’, ‘제정신이야’ 같은 고압적인 언어가 거침없이 오간다. 리눅스를 개발한 사람이자 리눅스 소스에 대한 최종 권한이 있는 리누즈 토발즈의 말은 특히 더 화젯거리다. 그는 그만큼 가식 없는 말을 거침없이 뱉어낸다. <더레지스터>는 2013년7월 “토발즈는 폭언을 멈춰야 한다”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리눅스 커뮤니티 문화에 초보 개발자가 쉽게 합류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사실 리눅스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거친 언행들은 대부분 아주 영향력이 있는 메인테이너끼리 주고받는 말이다. 메인테이너는 해당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를 말한다. 동시에 프로그래밍 실력도 대단하다. 그들은 수많은 기여자들에게 받은 코드를 살펴보고 리눅스 커널에 알맞은 코드를 수정하고 적용한다. 실력 있는 개발자가 실수를 하거나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커뮤니티는 명확히 그에 대한 잘못을 지적한다. 이런 문화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흥미가 있다면 누구든지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 있다. 여느 커뮤니티처럼 신입 기여자는 이 곳에서도 환영받는다.


linux_developer_roundtable_05
▲김국진 개발자


리눅스 커뮤니티는 민주적인 절차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리누즈 토발즈는 입담은 걸죽하지만 메인테이너가 적용한 코드 대해선 그 권한은 그대로 인정한다. 자의적으로 메인테이너의 코드를 거절하거나 독단적으로 행동하진 않는다. 코드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충돌이 오가고 이는 공개게시판에 기록된다.


김민찬 개발자는 “운영체제라는 것이 시스템에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오류가 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번질 수 있다”라며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새로운 작업에 대해 더 냉정하고 치밀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국진 개발자는 “리누스 토발즈가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완벽히 알고 있기 때문에, 메인테이너에게 지적도 가능한 것”이라며 “그가 가진 실력과 전문성은 대단하다”라고 설명했다.


linux_developer_roundtable_04
▲김민찬 개발자


리눅스 같은 시스템 밑단에 있는 기술은 다른 기술보다 더 어려운 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은 더 고차원적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젊은 개발자들은 리눅스 개발자 커뮤니티에 가는 것을 망설인다.


김국진 개발자는 “보통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첫 번째는 직접적인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영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시작이 어려울 뿐 흥미가 있다면 오픈소스에 꼭 도전하라”라며 “상당수의 소통이 글로 주고받고 기술적인 용어가 대부분이라, 영어는 걸림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통으로 나온 질문은 ‘회사 개발업무와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가’였다. 개발자는 아무래도 업무량과 마감기한에 쫓기기 마련이다. 그런만큼 오픈소스라는 또 다른 개발을 하는 데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김민찬 개발자는 “나도 과거엔 밤을 새워가며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을 가지곤 했다”라며 “아무리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회사에서 맡은 일을 뒤로하고 오픈소스 일에 주력할 순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정도 회사에서 경력과 그에 맞는 실력이 쌓이면 오픈소스와 관련된 활동이나 기술에 대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진 개발자는 “기업 관리자가 오픈소스 원리와 문화를 지지해주면 확실히 오픈소스 활동에 대한 기회가 더 열린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을 들여다보면, 아직 오픈소스에 대해 잘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그 특성상 성과를 정량화하기 힘들다. 코드를 몇 줄 썼는지 여부나 게시판에 글을 올린 횟수로 그 참여를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몇몇 개발자는 이날 행사에서 오픈소스 참여나 오픈소스의 장점을 상사에게 어떤 식으로 설명하는 게 효과적인지 묻기도 했다.


linux_developer_roundtable_07
▲김남형 개발자


외부 지원도 필요하지만 오픈소스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선 개발자의 흥미가 우선돼야 한다. 특히 국내는 직무로써 오픈소스 개발 업무를 맡는 경우가 드물다. 취미활동처럼 개인 시간을 쪼개야만 오픈소스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오픈소스 개발자로 활동하려면 자신만의 동기와 흥미가 있어야 한다.


기존 오픈소스 개발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선배들의 관심은 새로운 오픈소스 개발자가 배출하는 큰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민찬 개발자는 “6개월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글만 보다가 ‘!=’라는 연산자가 ‘==’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제안을 했다”라며 “담당 개발자가 그 부분이 맞다며 참조대상에 내 이름을 넣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오픈소스 활동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소통하던 개발자가 나를 많이 이끌어줬고 이후에 친한 친구가 되기도 했다”라며 “이러한 독려는 젊은 개발자들을 오픈소스 개발자로 이끄는 데 좋다”라고 설명했다.


구글 개발자 라운드테이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연사를 모셔놓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2년 만에 다시 개발자 라운드 테이블을 접한 김남형 개발자는 “2년 전보다 전문적인 기술 내용이 많이 오고갔다”라며 “리눅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한국인 이름이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있다”라며 리눅스 개발자들의 성장에 대해서 언급했다.


linux_developer_roundtable_06
▲허태준 개발자


구글, 수세, 레드햇 등 외국에서 오픈소스 개발자로 활동하던 허태준 개발자는 “아직 오픈소스에 대한 문화가 해외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라며 “대학교, 기업들이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국진 개발자도 “아직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오픈소스에 대해 투자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라며 “2년 전보다 오픈소스 문화가 국내에 퍼지기도 했지만 기반이 더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김남형 개발자는 “혹시 젊은 개발자가 새로운 회사를 찾고 있다면 그 회사 제품을 샅샅이 살펴보면 좋다”라며 “그 안에 오픈소스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공부하면서 오픈소스 개발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라고 조언했다.


linux_developer_roundtable_03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경품으로 안드로이드 티셔츠를 받기도 했다




※ 본 내용은 (주)블로터 앤 미디어(http://www.bloter.net)의 저작권 동의에 의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Copyright ⓒ 블로터 앤 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06295]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