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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우물에서 숭늉 찾는` SW육성전략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6-06-07 16:23:55 게시글 조회수 3282

2016년 6월 7일 (화)

ⓒ 디지털타임스


최성운 명지대 융합SW학과 교수


[포럼] `우물에서 숭늉 찾는` SW육성전략
최성운 명지대
융합SW학과 교수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중학교 시절, 교실 게시판에 걸려 있던 글이다. 그런데 이 말이 현재 우리나라의 SW산업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SW산업 육성은 매정권마다 중요한 화두였고, 많은 지원 정책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도 아이폰이 등장하자 스티브잡스 같은 SW인재를 키워 세계적인 SW를 개발해야 한다며 육성책이 쏟아져 나오다가, 알파고가 나오자 스티브잡스는 사라지고 인공지능 육성책을 쏟아 내고 있다. 이게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일까. 애플은 스티브잡스라는 천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기술들을 확보하기 위해 적어도 3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시간과 노력을 다 무시하고 수 년내에 세계적인 제품들을 개발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미 중학교 때 알았다. 절대 지름길은 없다는 것을.


타 IT산업, 특히 전자·통신분야는 어떻게 단시간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인가. 그런데 우리 경제의 20% 정도를 분담하고 있고, 세계적 경쟁력으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IT산업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분야는 아주 빠른 시간에 아이폰을 따라 잡았다.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왕도는 없었다'. 국내 스마트폰 분야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생산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SW분야는 전적으로 안드로이드에 의존했다. 그리고 관련 기업들은 적어도 30년 이상의 비용과 시간을 생산기술에 투자했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산업의 기초 체력인 제품 생산생태계가 조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고도의 집중력과 민첩함으로 세계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SW산업도 세계적인 수준일까. 반도체, 가전, 그리고 휴대전화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IT강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IT산업에 SW산업을 포함시켰다. 왜냐하면 SW기술은 이러한 IT산업제품들의 핵심경쟁력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국내 SW산업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산업으로 간주 됐다. SW산업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육성책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며, 전자, 자동차, 철강 등 HW 산업에서처럼 대규모의 지속적인 투자도 없었다. 그저 어느 날 우연히 IT산업에 편입돼 다른 IT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애물단지 산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국내 SW산업은 산업의 진화단계로 보면 가내수공업 수준이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변변한 SW제품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며, SW 매출 혹은 수출액 또한 타 IT산업 매출의 1/10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SW산업 육성책은 왜 실패했을까. 그렇다면 나름대로 투자도 이뤄져왔고, 수많은 육성 계획도 실행되었는데 왜 SW산업의 경쟁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제까지의 SW정책이나 투자는 기초체력 즉 SW 제품의 설계 및 구현능력은 전혀 도외시한 채, 결과에만 집중했다. 비유를 하자면, 자동차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도, 수 많은 부품들, 자동화된 공장 그리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인적·물적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SW정책 및 투자는 생산을 위한 기반생태계에 대한 투자 없이 가시적 결과에만 집착했다. 이는 설계도, 부품, 공장 없이 자동차를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 기반생태계가 없이는 자동차를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우연히 자동차를 만든다 할지라도 그 개발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다. 우리는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중대형 컴퓨터 등 많은 분야에서 이런 현상을 경험해왔고, 또다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유행어에 휘둘리고 있다.


또한 SW산업육성을 기술적, 시장적 특성이 전혀 다른 HW관련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HW제품은 개발 및 생산 두 단계의 다른 공정을 통해 시장에 출시된다. 이제까지 국내 HW제품들의 세계적 경쟁력은 효율적 생산능력이었다. 여전히 핵심 개발 기술들은 많은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국내 조선, 자동차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핵심 개발 즉 설계 능력이 없어서다. 그런데 SW제품들은 바로 이 핵심 개발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생산 공정이 없기 때문이다. 제조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기반으로 한 '가격'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제품개발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산업인 것이다.


국내 SW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를 위한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SW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는 요원한 일일까. 다행히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SW개발 생태계는 HW제품 생산 생태계와 다르게 온라인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비교적 단기간에 SW산업의 세계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수도 있다. SW개발 생태계는 SW개발 기술 및 인력을 기반으로, 제품 아이디어, 공개SW를 포함한 수많은 부품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협업하고, 판매, 유통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체계다. HW생산 생태계에서처럼 부품을 생산하고, 공장을 및 생산라인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SW생태계를 잘 구축하고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러하였듯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회가 생겼을 때 집중력 있고 민첩하게 세계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SW개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미명하에 또다시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SW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원한다면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국내 SW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며,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 해 나가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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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60702102251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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