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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人] 최주열 책임 “오픈소스, 멋과 맛 사이”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06-20 13:58:46 게시글 조회수 3969

2013년 06월 19일 (수)

ⓒ 블로터닷넷, 이지영 기자 izziene@bloter.net



최주열 한국MapR테크놀로지스(한국맵R) 책임은 재치있는 입담으로 술자리에서 인기가 높다. 구수한 사투리와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 덕에 접하기 어려운 최신 클라우드 컴퓨팅 소식이나 오픈스택 동향을 즐겁게 들을 수 있다. 아쉽게도 이해는 온전히 듣는 사람의 몫에 맡기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10년 넘게 델코리아에서 데이터센터 컨설턴트로 활약했던 그는 최근 한국맵R로 자리를 옮겼다. 맵R는 오픈소스 아파치 하둡에 뿌리는 둔 기업용 하둡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다. 최근 오픈스택 프로젝트 주요 멤버로 참여하면서 ‘오픈소스’와 ‘하둡’이란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더니, 결국 관련 일을 하기 위해 최주열 책임은 자리를 옮겼다. 오픈소스 재미를 곁에서 듣고 관찰하는데서 벗어나 몸소 경험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랄까.


open people choi
▲지난 4월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오픈스택 서밋 2013′에서. 



“그냥 오픈소스가 좋습니다”


최주열 책임은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오픈소스에 발을 담갔다. 고등학교 시절 얘기다.


“왠지 윈도우 쓰는 건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느 날 컴퓨터 잘하는 제 친구가 리눅스 중에서도 좀 특이한 슬렉웨어를 써야만 멋이 난다고 하기에 친구 따라 시작했습니다. 까만 배경에 하얀글씨만 뜨는 게 뭔가 있어 보였거든요.”


이를 위해 최주열 책임은 직접 슬렉웨어에 e메일을 보내 설치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 개방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GNU 선언문에 대한 감동은 나중이다. 우선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고 싶다는 어린 마음에 슬렉웨어로 오픈소스에 관심을 가졌다.


그 당시 슬렉웨어를 PC에 설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윈도우 설치하는 것처럼 버튼만 클릭해 설치하는 게 아니라 일일히 컴파일하면서 설치해야 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려면 컴퓨터 언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했다.


최주열 책임은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윈도우와 리눅스를 멀티부팅할 수 있는 ‘릴로’에도 관심을 보였다. 해결될 것 같으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버그가 발생하고, 익숙한 운영체제가 아닌지라 드라이버 컴파일을 따로 해야 하는 별의별 상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오픈소스 운영체제에 더욱 집중했다.


“명령어 입력 인터페이스가 너무 멋졌습니다. 어떨 땐 흥분해서 밤새 컴퓨터를 살폈을 정도지요. 친구와 따로 IPX(아이피엑스)를 연결해서 둘만의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하기도 했습니다. 순전히 남들은 안하는 걸 하고 있다는 ‘멋’ 때문이었지요.”


IPX는 네트워크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사용해 네트워크를 상호 연결하는 노벨의 네트워킹 프로토콜이다. 손쉽게 윈도우 환경에서 나우누리나 천리안, 하이텔 같은 PC통신을 활용해 채팅하면 될 것을 최주열 책임은 오픈소스 맛에 빠져 이 모든 작업을 손수 했다.


이렇게 컴퓨터에 관심을 가졌지만 뜻밖에도 최주열 책임이 선택한 대학교 전공은 어문학이다. 그에게 슬렉웨어와 릴로는 남들과 달라보일 수 있는 ‘차별점’이자 즐겁게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재미’였을 뿐이다.


“전문가가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왜 과거 리누스 토발즈가 쓴 ‘리눅스, 그냥 재미로(Just for fun, Linux)’란 책이 있잖아요. 전 리처드 스톨만이 누구인지도 몰랐어요. 해보니까 재미있었고, 재미있으니까 계속 했을 뿐이지요. 이때만 해도 제가 IT로 밥 먹고 살게 될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들어와서도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넷을 만나 관련 지식을 넓혀나갔다. 현주컴퓨터에 슬렉웨어를 깔고 릴로를 띄워 윈도우도 사용했다.


“대학교에선 PSI넷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윈도우에 트럼펫 윈도우 소켓을 깔고 슬립PPP에 접속해 넷스케이프를 띄웠지요. 그리고 유즈넷에 들어가 오픈소스 관련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쉽게 말해 모뎀 접속을 해서 오늘날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비슷한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에 들어가 네이버 같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웹서핑을 즐겼다는 얘기다. 이렇게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최주열 책임은 넷츠고에 입사했다.


“당시 넷츠고가 대학생 직원을 뽑았거든요. 용산에 가면 하루가 다르게 최신 부품이 나올 때였습니다. 컴퓨터 부품을 확장하려면 돈이 필요했지요. 넷츠고에 입사해 컴퓨터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관심! 오픈스택


그 뒤 최주열 책임은 먹고 사는 데 바뻤다.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고, 리눅스에 대한 관심도 학창시절 같지만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 따라 떠난 ’2011년 오픈스택 디자인 서밋’ 출장길에서 오픈소스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델이 오픈스택 파운데이션에 있고, NASA와 랙스페이스가 오픈스택 파운데이션에 코드를 기증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따라갔다가 클라우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이 불붙었지요.”


open stack


오픈스택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적 표준이라고 보면 된다. IT 관련 서비스 공급자들은 그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또는 스토리 환경을 구축하고 관련된 서비스를 할 때 오픈스택을 활용한다. 오픈스택의 모든 코드는 아파치2.0 라이선스 하에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출장을 따라가기 전만 해도 클라우드에 대해 기초적인 개념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어떻게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는지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지요. 오픈스택 서밋을 다녀오고 난 다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최주열 책임은 한동안 손 놓았던 개발의 손가락을 풀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시스템 컨설턴트로 활약하면서 어떻게 데이터센터를 설계해야 전력을 줄일 수 있는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어떤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되는지를 익혔다. 그 뒤로 매년 최주열 책임은 오픈스택 서밋을 찾았다. 혁신은 애플에 있는 게 아니라 오픈소스에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픈스택 서밋은 3박4일 동안 축구장만한 건물을 빌려 240개의 세션을 진행합니다. 주로 오픈스택 활용사례, 실폐사례, 코드 공유, 향후 아이디어, 제안 등 서로 난상토론하지요. 특이한 건 노타이, 노폰콜, 노스케이트보드 등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지식을 나눈다는 점입니다. 강연장에 들어가면 바닥에 앉아 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주열 책임이 관심 가지고 있는 듣는 부문은 오픈스택의 오브젝트 스토리지인 ‘스위프트’다. 스위프트는 오픈스택을 위해 지속적으로 끊김 없는 가상의 저장 영역을 배포하고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수십억건의 오브젝트를 노드를 넘나들며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쉽게 생각해 아마존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S3를 만들 수 있는 도구라고 여기면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가용성 고성능 스토리지가 최고라고 얘기하는 업체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들 솔루션은 확장이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 양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지요. 이젠 오픈스택을 잘 활용하면 좀 더 저렴한 더미 스토리지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전 이런 지식이 더욱 확산됐으면 합니다.”



오픈소스 개발자로 살아남는 법


“분명히 말하지만, 전 개발자가 아닙니다.”


최주열 책임은 오픈소스에 대해 알게 된 덕분에 대한민국의 훌륭한 개발자가 많다는 걸 알았을 뿐, 그 자신은 개발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나이 마흔의 IT 경력 15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모두 아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알만큼은 아는 나이다. 특히 한국에서, 회사에서 오픈소스로 밥 먹고 살기 얼마나 힘든지, 오픈소스에 재미 붙이기 얼마나 힘든지를 몸소 경험했다.


“국내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오픈소스에 재미를 못 붙이는 건 국내 기업의 구조적인 이유가 있지요. 그렇다고 자기 인생을 회사에 저당잡히면서 계속 일할건가요? 회사가 시키는 걸 우선으로 여기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눈을 돌렸으면 합니다.”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에게 최주열 책임은 능동적인 자세로 회사일을 할 것을 주문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직접 맛을 보며 알아내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활동도 오픈소스 개발자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신이 모르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밥 값 정도 챙겨 커뮤니티 나가면 그 이상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영어공부는 필수다. 엔지니어라고 해서 기술용어만 보면 이해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영어를 능숙하게 잘 쓰는만큼 오픈소스는 더 잘 보인다.


“할 거면 똑바로 하는 게 좋죠. 직장생활 하면서 오픈소스에 관심 가지려면 부지런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부지런한 건 아니죠. 자신의 근무 강도를 맞추면서 부지런히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최주열 책임은 오늘도 공부 중이다. 장사하고, 기업에 몸담느라 잊고 있었던 오픈소스에 대한 감동을 다시 되새기면서 새출발을 준비중이다. ’오픈소스 하고 싶은데…’라고 혼잣말을 삼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준비한다. 스위프트 외에도 소프트웨어정의 네트워크(SDN)에도 관심 가지며 공부 중이다.


“처음부터 한 가지 오픈소스로 한우물 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택할 프로젝트가 많은데 왜 한 군데 몰빵하려고 하나요. 다양한 프로젝트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찾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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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5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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