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삼성, 오픈소스 SW에 크게 빚졌다”

삼성전자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많이 활용하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와 산업계에 보다 기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텔과 손잡고 키우고 있는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타이젠를 위한 '개발자 생태계' 확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지 주목된다.

서상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센터 SW플랫폼팀 상무는 4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5회 공개SW데이'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오픈소스SW'를 주제로한 기조연설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서 상무는 삼성전자가 10여년 남짓 리눅스를 포함한 오픈소스SW를 활용해 온 이력을 소개하며 그런 활동이 산업주체와 업계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눈높이가 한참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를 맞춰주는 것을 철학으로 삼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그에 필요한 복잡하고 수준높은 SW를 구동하려면 걸맞는 하드웨어(HW)가 빠르게 발전돼야 하고 그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반도체 산업에서 관심사는 소자 개발이나 집적도를 높이는 쪽에 쏠려 있었지만 이젠 이 쪽에도 오픈소스SW가 널리 쓰이고 중요성도 강조되는 추세"라며 "반드시 오픈소스SW를 썼기 때문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TV, 스마트폰 분야에 이를 도입한 뒤 업계 1위를 기록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주도하는 사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 서상범 삼성전자 SW센터 SW플랫폼팀 상무가 4일 서울 상암동 공개SW데이 기조강연중 오픈소스 타이젠 플랫폼의 웹표준 기술 지원 우수성을 언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2~2003년부터 TV, 냉장고 등 가전과 휴대전화, PDA같은 소비자용 제품 개발에 오픈소스SW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집어든 건 x86 PC나 서버에 들어가는 용도로만 인식됐던 리눅스였다. 이는 90년대 후반까지 대다수 가전에 쓰이던 실시간OS(RTOS)에 비해 무거웠고 가전기기에 필요한 기능이 없었다.

서 상무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 입장에서 특히 리눅스의 문제는 RTOS와 달리 가전에 필요한 빠른 기동속도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RTOS기반 브라운관 TV에 전원이 들어가면 1~2초만에 켜졌지만 일반 리눅스 커널을 넣은 제품은 30~50초씩 걸리기도 했다.

회사는 자사 리눅스 기반 TV의 기동 시간을 그 무렵 양산되기 시작한 LCD TV의 기동 속도 '6초'에 맞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12~13초 걸렸던 타국 경쟁사 제품보다 2배 빨랐다.

서 상무는 "2000년초까지 회사 리눅스 담당팀들은 뭔가 연구개발을 해서 제품화에 기여하고 싶었지만 리눅스가 가전에 넣기엔 너무 무겁고 광범위해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2005년 평판TV 제품이 본격적으로 (임베디드) 리눅스를 주력 제품에 넣기 시작하면서 오픈소스SW 활용의 성과를 실감케 됐다"고 언급했다.

또 삼성전자는 잦은 리눅스 패치나 업데이트 때문에 매번 장치 드라이버 버전과 커널이 맞는지 테스트하는 부분에서 문제를 느끼고, 양산체제에 필요한 '공용 플랫폼'을 갖춰 오픈소스SW 활용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후 휴대폰에 리눅스 기반 OS인 '리모'를 담는 등 시도를 이어갔다. 스마트폰 시장을 혁신시킨 아이폰의 충격을 맞은 뒤엔 구글 오픈소스OS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로 성공을 거뒀다.

서 상무는 "현재 시장엔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폰, TV 등 가전 제품이 많고, 삼성전자도 그 덕을 꽤 봤다고 생각한다"며 "90년대 반도체 시장 리더가 됐고 2000년대 세트부문 시장 리더가 될 기회를 잡은 시점에, 오픈소스SW로부터 받기만 하기보다 커뮤니티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그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아무런 기여를 해오지 않았던 건 아니다. 2008년부터 클라우드컴퓨팅을 위한 가상화 기술(젠-ARM 프로젝트), 2010년 서로 다른 프로세서를 탑재한 여러 하드웨어에서 대규모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오픈CL-ARM 프로젝트) 등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 서버측에 코드를 제출하고 승인받는 활동에 투자를 이어 왔다. 

삼성전자 오픈소스 전략에서 요즘 주목을 끄는 건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폰과 PC, TV와 카메라와 프린터, 차량용인포테인먼트(IVI) 등을 겨냥해 만든 타이젠이다. 서 상무는 SW플랫폼팀에서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타이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미국 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한데 이어 최근 국내서도 타이젠 개발자 서밋을 열고 커뮤니티 참여를 독려 중이다. 타이젠은 지난해 4월 정식 공개된 1.0 버전을 통해 웹앱을 만드는 API를 지원하기 시작한데 이어 올 7월 2.2 버전으로 등장하면서 자바스크립트와 HTML5같은 최신 표준기반 웹앱과 C 또는 C++로 짜는 네이티브앱을 함께 돌리는 것으로 소개됐다.

서 상무는 "여러 기업들이 각지에 연구소를 세우고 오픈소스 관련 활동을 지원 중이고 삼성전자도 실제 제품에 오픈소스를 적극 탑재해왔다"며 "아직 국내 개발자들 가운데 학생 신분이 아닌 경우 오픈소스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인구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인데, 관심 있는 인재들이 국내 업계와 회사에 기여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