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열린마당 > 공개SW 소식

공개SW 소식

한국에서 여성 개발자로 산다는 것은…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5-04-28 17:40:42

2015년 04월 28일 (화)

ⓒ 지디넷코리아, 임유경 기자 lyk@zdnet.co.kr


여성 개발자 토크콘서트 현장


28일 국민대학교에서는 개발자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여학생들을 위한 '여성 개발자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왜 남학생들을 위한 남성 개발자 토크 콘서트는 없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술 중심 회사에서도 여성 개발자들이 설 자리가 여전히 좁은 현실을 생각하면 여학생들에게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북돋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기술분야에서 여성 직원의 비율은 20%를 채 넘지 못한다. 최근엔 기업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여성 개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이 가진 재능을 활용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더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이민석 교수가 진행을 보고 구글코리아 이해민 프로덕트 매니저(PM), 한국 오픈스택커뮤니티 대표를 맡고 있는 장현정 개발자, 여성 개발자 모임터 대표를 맡고 있는 전수현 개발자, 레진코믹스 진유림 개발자, 지앤선 출판사 김지영 이사가 패널로 참석한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는 여성 개발자들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들 현업에 있는 여성 개발자들은 한 목소리로 여학생들에게 '여성 개발자의 길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 여성 개발자토크콘서트

■ 지금 개발 실력이 부족하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이해민PM는 현재 직접 개발을 하진 않지만 여러 개발자들이 코드를 짤 때 의견 충돌이 생기면 제품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맡은 제품 내에선 전세계 구글 개발자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도 학부생시절 전자계산학과라는 전공이 힘들어 심각하게 전과를 고민했었다고 한다. 이유는 남학생들과 실력 차가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남학생들이 왜 잘할까 생각해 보니, 이 친구들은 벌써 중학교 때부터 코딩에 열성을 가지고 있던 경우가 많았어요. 한두학기 코딩을 접한 저와 실력이 같길 바라는 건 말이 안됐죠.”

이 PM은 당시 2학년 여름방학 때 코딩에 빠져보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이것도 안되면 전과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 교수님이 파스칼 언어로 전국 중고등학생 답안지를 만드는 알바를 모집하셨는데 실력도 없는 제가 해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여름방학 동안 자고 일어나서 답안지를 만드는 걸 계속 반복했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그렇게 했는데 감이 오더라고요. 컴퓨터공학이라는 게 실력이 조금씩 오르는 게 아니라 계단 식으로 어느 순간 점프한다는 걸 알았어요."

이 PM은 당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금 포기하는 건 계단 밑에 있다가 포기하는 거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한 계단 넘어 서는 순간 큰 성취감을 맛보게 될 겁니다."

■ 실력은 어떻게 키우냐고요?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전수현 개발자는 “성적, 토익 보다 많은 기술을 접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최고의 메리트가 된다”고 강조하며 온라인으로 코딩 알고리즘을 공부할 수 있는 코드 도장이나 코드셰프 같은 사이트를 많이 이용해보라고 조언했다. 전수현 개발자는 "지금 레벨1도 어렵게 느껴져도 다른 사람이 짠 코드를 보고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졸업할 때까지 실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민 PM은 기본으로 학부수업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컴퓨터공학 커리큘럼은 4학년까지 마쳤을 때 명령어에 따라 메모리나 하드디스크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학교를 다니는 중에 학점이 목표가 아니라 이 수업에서 알아야 하는 레벨을 다 이해하자는 마음으로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가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보듯이 개발자가 이런 내공을 가지게 되면 아무리 새로운 언어가 나와도 무서울 것이 없다"며 "아주 기본적이지만 커리큘럼을 다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커뮤니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가세요

진유림 개발자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질문을 하면 너무 낮아 보일까봐 계속 구글링만하거나 혼자 담아두지 말고 커뮤니티에 구체적이고 정중하게 물어보세요. 정말 친절하게 답변 해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혼자서 고민하고 있으면 절대 모를 것들이 거기서 나올 때가 많습니다"

장현정 개발자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4년전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오픈스택 설치일을 맡게 됐을 때 무작정 커뮤니티를 찾아가서 인사하고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커뮤니티에 질문을 올렸어요. 회사 사람들보다 더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오프라인 세미나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친밀해지면 공개된 데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 정보들도 더 많이 알려주세요. 받기만 하면 안되기 때문에 저도 공유했어요.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면 내가 어느 순간 스스로 실력이 올라가 있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기술 커뮤니티에 하나 정도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받을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고, 같이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스킬이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작은 오픈소스 활동부터 시작해 보세요 

전수현 개발자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주석의 오타만 찾아도 컨트리뷰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코드를 기여하지 않아도 작은 것부터 오픈소스 활동을 시작해보길 권유했다.

전수현 개발자는 앵커스(ankus)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기트허브에 올린 후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링크드인에 이런 이력을 다 올렸더니 구글 여성 엔지니어 채용팀에서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구글은 서류 합격하기도 어려울 텐데 오픈소스를 열심히 하니까 연락이 온 거죠. 링크드인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하니까 1년을 기다려 줄 테니 영어공부를 하라고 하드라고요.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오픈소스 활동을 했기 때문 온 기회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리기 때문에 지금 조금씩이라도 활동하면 훌륭한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여전히 존재하는 선입견을 이겨내자 

전수현 개발자는 여성 개발자들이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일부가 한 잘못도 여성 개발자 전체의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가 결정됐다 취소 된 경험을 소개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됐는데 회사 CEO가 여자라서 싫다고 했더라고요. 기존에 여성 개발자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야근을 싫어하고 항상 칼퇴근을 했다고요. 근데 남성 개발자 중에도 그런 분이 왜 없겠어요. 남성 개발자는 워낙 많다 보니 그냥 개개인의 특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은 소수니까 전체로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 그럼에도 여성 개발자의 길을 강력 추천합니다 

전수현 개발자는 개발자라는 직업이 여성들에게 좋은 측면이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에서 개발자로 사는 게 여자들에게 좋은 거 같아요. 일반 사무직보다 대우도 좋기 때문에 동창회를 가보면 제 연봉이 높은 편입니다. 주위 분들을 보면 결혼해서 육아휴직을 해도 개발자들은 복직을 하기 굉장히 좋습니다."

최근엔 대기업이 아니어도 개발자들이 선택할 좋은 스타트업이 많아진 것도 여성 개발자들에게 기회다. 전수현 개발자는 "최근 대기업이 아니어도 개발자를 아껴주고 그 기술을 키워주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개발자는 성별에 상관 없이 실력만 좋으면 한국에서도 굉장히 인정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개발자들이 갖는 장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해민 PM은 "업무에선 개개인의 성향이 더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다"고 전제 하면서 "일반적으로 보면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들은 여자나 남자나 차이가 없지만 하이레벨 시스템 디자인으로 올라가면 남성 개발자들은 깊게 파고드는 면에 강하다고 하면 여성 개발자들은 전체적인 구성이 돌아가는 것을 한번에 보고 캐치하는 것을 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이나 다른 기업들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렇게 특정 그룹마다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 본 내용은 (주)메가뉴스(http://www.zdnet.co.kr)의 저작권 동의에 의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50428110449]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