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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6월 중국 심천은 '메이커'들의 축제 중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5-06-29 18:26:14 게시글 조회수 3376

2015년 06월 25일 (목)

ⓒ 블로터닷넷, 서영배



서영배 님이 중국 심천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 심천 2015’ 행사 참관기를 <블로터>에 보내주셨습니다. 서영배 님은 블로그 ‘하드카피월드‘를 운영하면서 블로터아카데미에서 아두이노 웨어러블 DIY 워크샵과 블루투스 모듈을 활용한 비콘 제작 워크샵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외의 스타트업에게 중국 심천은 낯선 땅이 아닙니다. 다양한 기업의 하드웨어 생산과 판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드웨어의 성지로 불리며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들을 빨아들이는 모습은 마치 19세기 골드러시를 연상케 합니다. 킥스타터에서 펀딩이 성공적이었던 그룹들이 심천으로 날아가 생산을 준비하며 고객들과 피드백 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입니다. 심천의 이런 상징성 때문에 ‘메이커 페어 심천 2015′(Maker Faire Shenzhen 2015) 역시 주목받는 메이커 페어가 되었습니다.


저도 스스로를 ‘메이커’라 부르는 사람으로서 해외의 메이커 페어에 한번 참가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우연찮게 메이커 페어 심천에 부스를 얻어 참가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그동안 진행했던 DIY 작품들과 심천에 간 김에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아두이노 호환보드 회로도를 챙겼습니다. 풍운의 꿈을 안고 출발할 때 상상했던 모든 것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메이커 페어 심천 2015는 그곳의 날씨만큼이나 인상적인 장면들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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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페어 심천 2015의 열기


메이커와 스타트업을 위한 심천의 명소들


심천에서 스타트업, 메이커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장소들은 ‘Shenzhen Map for Makers‘(메이커를 위한 심천 지도)에 대략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Shenzhen Map for Makers (http://www.seeedstudio.com/blog/2013/09/03/shenzhen-map-for-makers/)

Shenzhen Map for Makers (http://www.seeedstudio.com/blog/2013/09/03/shenzhen-map-for-makers/)


각종 공장들과 부품 상가로 유명한 화창베이(华强北) 지역 건물들, 각종 공장들과 유명한 시드스튜디오, 핵셀러레이터(HAXLR8R, 이하 핵스) 회사 위치 등이 표시돼 있어, 처음 심천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심천에는 제조와 관련된 많은 자원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 몇 장의 페이지로는 담을 수가 없습니다. 심천을 염두에 둔 스타트업이라면 결국 현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네트워킹을 해야만 보다 실질적인 일의 진행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가운데 순수 메이커로서의 활동에 보다 가까운 명소들은 ‘메이커 허브’ 항목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시드스튜디오,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 핵스, 테크스페이스 위치가 소개돼 있습니다.


시드스튜디오는 유명한 애드어프루트, 스파크펀의 중국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합니다. 아직은 전자부품 판매와 프로토 타이핑, 생산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아이디어 발굴, 교육,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 위한 시작 단계에 꼭 필요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인기 있는 곳입니다. 시드스튜디오 쪽에서도 소규모 스타트업들과 작업하기 위해 매니저들이 굉장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실링 인더스트리얼 파크에 위치했던 시드스튜디오 공장과 사무실 건물은 간판도 없어 찾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이번에 사무실을 심천 소프트웨어 인더스트리얼 베이스로 이전했습니다. 이번 메이커 페어 심천이 개최된 장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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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스튜디오 이전한 사무실 내부


시드스튜디오 기존 건물 로비

시드스튜디오 기존 건물 로비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는 심천의 최초이자 대표 메이커 스페이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메이커 문화를 체험하고자 시드스튜디오와 함께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OCT 로프트 지역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데, 처음 방문하면 국내와 비교할 때 규모도 작고 각종 설비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중국의 메이커들과 교류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메이커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워크샵도 개최되는 것 같습니다. 메이커맵에는 차이후오 외에도 테크스페이스가 소개돼 있었는데, 소개된 주소에서 메이커를 위한 공방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심천에서 스타트업 외에 순수 메이커 문화와 관련된 장소들은 관련된 정보가 부족해 찾기 힘들었습니다.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


핵스는 이미 국내에서 수 차례 소개되어 꽤 유명한 곳이 됐습니다. 그래서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도 많아 핵스에서도 놀랐다고 지인분께 전해들었습니다. 스타트업 성공을 위한 고급 과외학원 같은 곳이라 메이커보다는 스타트업 관계자 또는 이 분야 활성화를 원하는 기업·정부쪽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 듯합니다. 화창베이 지역에 있으므로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역동적인 곳은 화창베이가 아닐까 합니다. 대형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부터 전자부품 도·소매업자들이 벌집처럼 모인 상가들까지, 다루는 부품 범위도 넓고 볼거리도 많습니다. 제작중인 제품을 위해 필요했던 부품들을 뒤져볼 수도 있고 회로도만 있다만 PCB 소량 제작도 의뢰해 볼 수 있습니다. 밥벌이가 될까 싶을 정도로 한가한 상점들부터 택배상자를 한 무더기 보내느라 분주한 상가, 특유의 고성으로 전화하는 이들까지…. 그저 둘러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주말보다는 주중에 방문해야 빠짐없이 둘러보고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심천 2015


페어는 심천 소프트웨어 인더스트리얼 베이스에서 6월18일부터 21일까지 총 3일에 걸쳐서 진행됐습니다. 3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시가 진행되는 동시에 행사장 곳곳에서 포럼, 워크샵, 크리에이티브 바자와 퍼포먼스 같은 이벤트들이 진행됐습니다. 행사장은 건물 사이 긴 거리를 이용했는데, 중앙에 배치된 빨간 메이커 로봇을 기준으로 좌우로 AB, CD 지역으로 나눠 부스들이 배치됐습니다.


행사장 약도

행사장 약도


행사의 이벤트 중에서는 포럼이 사람들이 제일 관심을 가질만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3일간 걸쳐 진행된 포럼 강연자의 면면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두이노의 아버지 마시모 반지, 메이커 페어의 본산 메이커 미디어의 데일 도허티부터 사물인터넷에 뛰어든 초대형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에서 연사들이 초청됐습니다. 플래그십 메이커 페어로 불리는 ‘메이커 페어 베이 에어리어, 뉴욕’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심천이라는 제조 도시와 중국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벤트 일정표

이벤트 일정표


메이커 페어 심천 2015에 나온 부스들을 살펴보면 현재 주목받고 있는 주제인 드론, 로봇, 웨어러블, 헬스케어, 홈오토메이션, BLE, IoT, 등 분야별 볼거리들을 많이 배치해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라고 하면 대개 DIY를 사랑하는 메이커들의 축제지만, 심천의 메이커 페어는 그 성격이 약간 다릅니다. 스타트업과 그들의 제품 위주로 상당부분 구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메이커 페어의 형식을 빌려온 스타트업들의 경연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부스에서 DIY 작품들을 소개하다보니 관람객들도 이 제품들은 어디서 살 수 있느냐, 판매하는 제품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순수 메이커들의 작품들도 참여하긴 했지만 그 비중이 크진 않았습니다. 북미의 메이커 페어가 활성화되면서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이에 따라 이원화된 구조를 고려하는 상황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심천이라는 도시 자체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메이커 페어 기획에서부터 의도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아시아권의 메이커 문화가 많이 확산되지 못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심천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를 기반으로 해서 메이커 문화를 접목하는 접근 방법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자생적으로 발전해온 메이커 문화를 가지고 있고 메이커 문화 자체가 큰 산업이기도 한 북미와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이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제뉴이노(GENUINO)의 출시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페어를 위해 심천을 방문한 아두이노의 아버지 마시모 반지는 행사 진행을 맡았던 시드스튜디오와 함께 제뉴이노를 소개했습니다. 시드스튜디오의 한 매니저에게 제뉴이노와 아두이노의 차이점에 대해 문의해보니 하드웨어적인 차이는 거의 없으며 제뉴이노는 아시아, 특히 중국을 위한 브랜드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중국이 가진 메이커 문화에 대한 잠재력에 접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현지 업체와 연계한 결과겠지요.


제뉴이노 부스

제뉴이노 부스


2014년에 백악관에서 메이커 페어가 개최됐습니다. 오바마는 메이커가 단순한 창작자의 개념을 넘어 미래 산업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임을 강조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후로 국내에서도 메이커 문화 활성화와 스타트업 육성과 지원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정은 중국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메이커 페어 심천을 통해 그 해법이 무엇인지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자국의 강점을 활용하고, 자국의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 이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제뉴이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데뷔 무대가 메이커 페어 심천 2015 입니다.


seo_young_bae-150x150서영배_블로그 ‘하드카피월드’를 운영하며 블로터아카데미에서 아두이노 웨어러블 DIY 워크샵과 블루투스 모듈을 활용한 비콘 제작 워크샵을 강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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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3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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