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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아빠, 마츠모토 유키히로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4-03-12 17:24:08 게시글 조회수 3493

2014년 03월 12일 (수)

ⓒ 블로터닷넷, 이지현 기자 jihyun@bloter.net



‘루비의 아빠(Rubyのパパ)’. 마츠모토 유키히로 트위터에 쓰여 있는 프로필 문구다. 마츠모토라는 일본인 개발자는 30살 즈음에 루비를 낳아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루비는 마츠모토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무럭무럭 자라 2014년 2월24일 21번째 생일을 맞았다. 100만명이 넘는 개발자가 루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루비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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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최근에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루비가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츠모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50% 이상이, 일본에서는 70% 이상이 루비언어로 웹서비스가 개발됐다”라고 전했다. 그 예로 트위터가 루비언어 기반으로 개발됐고, 국내에선 미투데이와 카카오가 루비를 개발에 활용했다. 특히 ‘루비온레일즈’라는 웹프레임워크가 함께 사용되면서 루비는 더 주목받고 있다. 루비의 가장 큰 장점은 쉬운 사용법과 높은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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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언어는 1993년 처음 개발됐고, 1995년 공식 버전이 나왔다. 1993년은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된 해였다. 당시 마츠모토는 대학 졸업 후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었는데,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며 많은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인력도 감축한 상태였다. 상사가 잇따라 퇴사하면서, 젊은 개발자인 마츠모토는 취소된 프로젝트를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다행히도 저는 그만두지 않았어요. 하지만 회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엄두를 못냈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별로 할일이 없었어요. 기존에 진행된 프로젝트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주로 맡았죠. 자연스레 시간이 많이 남았고, 지루한 마음에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었어요. 그게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는 것이었죠.”


그는 루비언어를 ‘프로그래머의 단짝 친구(a programmer’s best friend)’란 부제를 붙여놓고 개발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문법으로 기계를 위한 언어가 아닌, 사람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츠모토는 “루비는 다른 어느 프로그래밍보다 생산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는 프로그래머 아닌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가 루비를 직접 배워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저는 효율성과 생산성, 높은 성능을 프로그래밍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어요. 새로운 루비 버전에는 성능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넣고 있죠. 루비가  자바같은 다른 언어보다 속도가 느리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생산성 측면은 루비를 따라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루비온레일즈 덕분에 루비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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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루비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보통 프로그래밍 언어 이름은 긴 기술용어에서 이니셜만 따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HTML, PHP, C언어처럼  딱딱한 이름들이다. 마츠모토는 왜 ‘루비’라는 이름을 골랐을까.


“사실 깊이 고민한 건 아니예요.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정하게 됐어요. 당시 ‘펄’(Perl)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유행하고 있었어요. 진주(Pearl)와 철자는 다르지만 어쨌든 발음은 같잖아요? 저도 그래서 보석 이름을 가졌으면 했어요. 다이아몬드, 에머랄드 등 온갖 보석 이름을 갖다 붙여봤는데, 가장 짧고 단어로 부르기 쉬운 게 ‘루비’였죠.”


그는 현재 히로쿠와 라쿠텐 같은 몇몇 기업들과 협업하며 루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15살 무렵부터 ‘베이직(Basic)’ 프로그래밍을 시작으로 30년 동안 일본에서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길을 걸어온 개발자인 덕분일까. 그는 “개발자로서 힘든 점은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프로그래밍은 취미이기 때문이다. 취미를 질려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그는 앞으로 평생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어했다. 더구나 루비언어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라 일반 기업처럼 마감기한도 없고 매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으니,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취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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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유키히로


“일본에서는 개발자 능력에 따라 대우가 천차만별이에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개발자에게 엄청난 일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아 야근도 많고 주말근무도 많은 편이죠. 개발자를 존중해 주지 않는 기업들도 아직 존재합니다. 다행인 건, 오픈소스와 관련된 회사들은 점점 좋은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루비언어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기술 전반에 퍼질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일본 개발자 환경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밍이 즐거운 그에게도 힘든 프로그래밍이 딱 하나 있었다고 한다. 바로 결과물에만 집중하는 프로그래밍이다. 그는 “이전 개발회사에서 정해진 기간내에 오직 한 가지 기능을 위해 만드는 일은 꽤 힘든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창의성이나 혁신을 가지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창의성과 혁신은 항상 그 결과물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 전 제가 스스로 무언가 발명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기존 도구들을 이용해서 아이디어를 묶었을 뿐이에요.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저에게 가장 큽니다.”


그에 대한 소개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프로그래밍, 일, 회사보다 가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마츠모토는 아내와 4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외국에 가서 일할 생각은 없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아이들 때문에 일본에 있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15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그는 자녀들에게도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을까? 뜻밖에도 그는 “최근 불고 있는 조기 프로그래밍 교육에 대해선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프로그래밍은 틀에 박힌 교육으로, 배움에 적당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루나 이틀 정도 프로그래밍을 접해보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누가 좋은 프로그래머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로그래밍도 재능이 필요한 것이라 억지로 계속 붙들고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누가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아직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루비언어에 대해선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마츠모토. 스타트업 창업이나 글로벌 회사 임원같은 자리에 가볼 생각은 없는지 궁금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는 데는 소질이 없다”라며 “앞으로 나이가 많이 들어도 현역 프로그래머로 남고 싶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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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유키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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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8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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