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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새해 국내 네트워크 업계에 바란다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01-03 18:36:22 게시글 조회수 5659

2013년 01월 02일 (수)

김관용 기자 kky1441@inews24.com


2012년 네트워크 업계를 강타한 단어는 단연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였다. SDN은 하드웨어 장비 중심의 네트워킹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의 콘트롤러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현한다는 개념이다.

SDN은 오픈소스 기반의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인 '오픈플로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오픈플로우 프로토콜을 통해 라우터나 스위치 등 기존 네트워크 장비에 관계 없이 사용자가 통제력을 갖는다. 오픈플로우 기반의 소프트웨어 콘트롤러가 트래픽 플로우를 통제하는 형태다.

이같은 SDN은 쓰리콤을 인수한 HP와 IBM, 브로케이드, 익스트림 등의 외국계 벤더들이 강조하고 있다. 이유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 선두업체인 시스코나 주니퍼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공급업체에 따라 달라지는 라우터나 스위치 장비의 제어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콘트롤러를 통해 구현하면 여러가지의 작업과 다양한 장비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가상화나 클라우드 등 복잡해지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에 장비 공급사가 아닌 사용자가 주도권을 갖는 새로운 접근방법인 것이다.

이같이 외국계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리고 있을 때 국산 네트워크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국산 장비 기업들은 여전히 하드웨어 생산에만 매달려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것도 캐리어 이더넷 등의 고사양 제품이 아니라 저가 장비에 집중했다. 게다가 이렇게 생산한 장비도 온전히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였다. 외국계 기업의 기술을 가져와 '조합(assembly)'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한 국내 대표 네트워크 장비 기업은 외국계 기업의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박스'만 국산화시켜 팔았다. 국산화를 주장하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의 눈속임에 통신사업자와 공공기관들은 알면서도 모른채 장비를 사줬다. 현재 우리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자화상'이다.



네트워크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듯 네트워크 장비는 일부 고사양 장비를 제외하고는 누구든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국내 대부분의 장비 업체들은 주요 고객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같은 통신사업자의 하청업체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 주요 외국계 기업들처럼 고객의 요구사항에 부응하고 앞서서 고객을 만족시키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역량이 너무 모자라다.

물론 국내 네트워크 업체들의 하소연은 이해한다.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들의 무분별한 외산장비 선호와 유지보수에 대한 차별로 국산 장비 업체들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안다. 따라서 새로운 네트워킹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현실만을 한탄하면서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의 지원은 한계가 있고 기업들이 계속해서 국산 제품을 써 준다는 보장도 없다. 기존대로 '박스 장사'에만 의존한다면 현실을 타개하기는 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운 시장 상황이다. 어떻게든 탈출구를 모색해야만 한다.

이명박 정권들어 강조했던 부분이 소프트웨어였다. 그래서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중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각종 제도를 만들어 기술 지원과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폈다.

그러나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이같은 정부 정책을 활용하지 못했다. 네트워크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만 중시하고 네트워크 장비는 등한시 한다'는 푸념만 늘어놨다. 글로벌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2013년 새해 새 정부가 출범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약속을 많이 했다. 새누리당의 공약에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향후 새 정부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지금같은 네트워크 시장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우리만의 SDN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네트워킹 솔루션 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박스가 아닌 '가치'를 전달하는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을 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 산업의 디딤돌로 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전 세계 컴퓨팅 장비를 선도하던 IBM이 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했는지, 왜 HP나 델같은 하드웨어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주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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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714744&g_menu=020200&rrf=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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