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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人] 이고잉 “개발자란 삶에 몰입해보니”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04-26 15:30:01 게시글 조회수 4974

2013년 04월 25일 (목)

ⓒ 블로터닷넷, 이지영 기자 izziene@bloter.net



생활코딩이라는 온라인 프로그래밍 교육 웹사이트를 아는가. 이 웹사이트는 자바스크립트, HTML, CSS, PHP와 같은 개발언어부터 시작해 리눅스 같은 운영체제, MySQL과 같은 데이터베이스(DB) 관리시스템까지 무료로 가르쳐준다. 동영상을 보며 생활코딩 웹사이트가 시키는데로 따라가면 어느새 나도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웹사이트 운영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관련 지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웹사이트, 컴퓨터 공학자 출신이 아닌 국문학과 출신이 만들었다. 그것도 자신이 프로그래밍에 대해 좀 더 잘 공부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요즘 사회가 열광하는 인문학적 성향을 갖춘 개발자 아닌가. 생활코딩 웹사이트 운영자 이고잉(@egoing) 개발자를 만났다.


이고잉은 그의 필명이다. 이고잉 개발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생활을 구분짓기 위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양해를 구했다. 생활코딩을 운영하고 있는 이고잉은 온라인에서의 이고잉으로, 현실세계에서는 온라인과 동떨어진 ‘자신’으로 따로 남고 싶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도 현실의 ‘자신’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개발 인생까지 공개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그는 오프라인에서의 자신을 노출하는 걸 싫어하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걸 즐기기도 한다.


egoing

▲ 이고잉 개발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생활을 구분짓기 위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과거 사진을 건넸다. 위 사진은 그가 초등학교 운동회 때 꼴찌를 한 모습이다.
그는 평소 위 사진을 보면서 ‘꼴찌해도 괜찮다’라고 자주 말하곤 한다고 한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는 이유에서다.

국문학과 출신 프로그래머

“과 웹사이트를 관리하다가 웹 개발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학교 다닐 때, 학과 홈페이지 만드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해서 점차 빠지다보니 어느새 취직해 6년간 웹개발을 하고 있더군요.”


계기는 단순했다. 원래 컴퓨터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던 그는 과 학생들 중 컴퓨터를 가장 잘 다루는 편이었다. 자연스레 학내 컴퓨터 관련 일을 도맡게 됐다. ‘과 웹사이트 만들기’도 그 중 하나였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플래시를 만지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나중엔 더 잘하기 위해 학원에도 다녔다.


“제 친구들은 절 거의 천재해커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주변 칭찬이 상당히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저도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웹 개발을.”


이고잉 개발자는 이렇게 ‘자뻑’ 덕분에 웹 개발에 빠져들었다. 이는 동기부여라는 점에서 좋은 점으로 작용했고, 자아도취에 빠져 살게 됐다는 점에서 나쁜점으로 작용했지만 말이다. 그는 점점 프로그래밍 세계에 빠지며 관련 직종에 취직해 개발자가 됐다. 처음 국문학과에 입학했을 땐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마주한 진짜 프로그래머의 세계는 냉혹했다.


“취직을 했는데, 다들 실력이 너무 월등해 기가 죽었습니다. 처음엔 많이 밟혔지요. 타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처음 1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계속되는 동료의 구박과 핀잔에 자신감을 잃었을 법도 한데, 이고잉 개발자는 오히려 그 과정을 즐겼다. 처음 만나는 우물 밖 진짜 엔지니어의 세계에서 그는 더 배우고 성장했다.


“돌이켜봤을 때 전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 아니면서 이상적으로 컴퓨터 공학 세계에 빠져든 것 같아요. 무한한 칭찬으로 프로그래밍에 재미도 붙였고, 여기에 적당한 시점에 밞혀서 자만에 취하지도 않게 됐으니 말이지요. 자신감과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지요.”


이고잉 개발자는 서서히 개발에 취해 갔다. 타인이 보았을 땐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그가 갑자기 웹 개발에 빠져들어 갑자기 개발자가 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조금씩 취해 그 범위를 넓히다 보니 어느새 임계점을 넘어 개발자가 돼 있었다. 모든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보통 사람들은 선을 긋잖아요. 특히 개발에 대해서는 유독 더 선을 긋는 것 같아요. 이 선을 조금만 더 유연하게 생각하거나 선을 지워보면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은 데 말이지요. 생각만큼 개발은 어렵지 않습니다.”


운도 따라준 천상 개발자

6년을 웹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는 단순하다. ‘몰입’이 되지 않아서다. 이고잉 개발자는 아직 프로그래밍이나 엔지니어링만큼 재미난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프로그래밍 재미에 푹 빠졌다. 프로그래밍과 코딩은 그가 다른 일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할까. 그런데 회사 생활에서는 프로그래밍에 몰입할 수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떨 땐 제 일처럼 느껴지고, 어떨 땐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시키는 일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문제는, 전 제 일처럼 몰입하지 않으면 100% 불행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기로 했지요.”


직장을 그만두면서 이고잉 개발자는 몇 가지 철칙을 정했다. ‘앞으로 1년 동안은 돈을 벌지 않는다’와 ‘자신이 기획하지 않는 노동은 하지 않는다’이다. 한마디로 본인이 내키지 않는 개발은 하지 않겠단 얘기다. 이 철칙은 1년이 넘어 이제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고잉 개발자는 스스로를 ‘약간 운이 좋은 개발자’라고 표현한다. 모든 개발자들이 그처럼 나와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편인데, 다행히도 그는 기회가 따라줬다.


“통장에 돈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겠지요. 벤처회사에서 일하면서 생긴 좋은일 때문에 사실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고, 차는 타고 다니지 않는 식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근근이 생활하지요. 마르지 않는 샘물은 없겠지만, 우선 오는 12월까지는 이 철칙을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최근 그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오픈소스다. 개발에 빠져들면서 그는 오픈소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자신의 지식을 남들에게 거의 무료로 개방하는 오픈소스 정신에 매료돼서다. 그에게 오픈소스는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목적이 없는 비자본주의 플랫폼으로 오픈소스에 연결된 또 다른 다양한 생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지개다. 인터뷰 내내 이고잉 개발자는 깃허브나 위키피디아 같은 지식을 나누는 웹사이트에 유독 관심이 많은 모습을 보였다.


“비개발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가장 신기한 것을 꼽자면 바로 오픈소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료라는 점에서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지요. 저도 옛날엔 그랬거든요. 물론 지금도 100% 오픈소스를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깃허브 같은 웹사이트를 봤을 때 저도 오픈소스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근 이고잉 개발자의 목표는 생활코딩 웹사이트의 플랫폼화다. 그는 누구나 생활코딩에 있는 강좌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생활코딩 웹사이트 주소 뒤에 ‘module’이라는 단어를 덧붙이면(http://opentutorials.org/module) 생활코딩에 있는 강좌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록을 볼 수 있다.


“오픈튜토리얼스, 이름이 좀 어렵긴 합니다만. 이 웹사이트를 어떻게 운영할까 고민중입니다. 콘텐츠의 세계라는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좀 더 개방된 콘텐츠 행위들이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생활코딩 웹사이트에서 그가 밝힌 포부 영상 바로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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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50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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