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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웹과 '폐쇄' DRM, HTML5 한 배 타나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05-07 10:29:51 게시글 조회수 4809

2013년 05월 06일 (월)

ⓒ 지디넷코리아, 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웹의 아버지'로 통하는 팀 버너스 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의장이 인터넷의 자유에 민감한 비영리단체들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 HTML5라 불리는 차세대 웹표준 환경을 위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의 필요성이다.

최근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 전자프론티어재단(EFF), 크리에이티브커먼스 등 시민단체는 W3C에서 HTML5 표준을 제정할 때 DRM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DRM이 저작권법 이상의 규제로 작동해 공공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버너스 리 의장은 DRM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에서 "DRM을 내쳐버리면 사람들이 어도비 플래시처럼 DRM을 지원하는 과거 비표준 기술에 의존하는 환경으로 되돌아가려 할 것"이라는 지난 3월 발언에 그의 입장이 드러난다.

이는 그가 당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행사에 참석해 '오픈웹플랫폼, 기대와 우려'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웹의 과거와 현재를 짚고 향후 HTML5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며 드러났다.

해당 강연은 HTML5가 확산됨으로써 결국 웹이 사람들에게 '앱스토어'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라 전망하는 내용이다. '앱'으로만 가능했던 단말기 카메라 조작과 가속도계 사용, 비디오 재생과 3D 등 복잡한 멀티미디어 게임이 앞으로 '웹앱'을 통해 구현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웹에도 DRM이 필요하다'

HTML5
버너스 리 의장은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중 HTML5 환경의 내용에 일종의 제약을 가하는 DRM 지원이 '열린 웹(open web)'에 더 많은 콘텐츠를 갖추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W3C는 브라우저 개발업체 뿐아니라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차세대 웹기술의 개발과 표준화 방향을 결정짓는 단체다. 의장 1명의 입장이 표준의 전체적인 내용을 뒤집을 수는 없지만 업계가 찬반 입장으로 나뉜 사안에 미칠 영향력이 작다고 할 수 없다.

DRM 기술에 대한 버너스 리 의장의 입장이 '당연히 필요하고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뉘앙스일 리는 없다. 오히려 '필요악에 가깝다'는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DRM이란 기술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만들고 그 경계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용자와 바깥에 있어야 하는 사용자를 가려내는 체계를 만드는 데 쓰인다. 사용자 인증 체계같이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할 수 없는 시스템도 인정해야 한다.

웹의 '제1원리'라 할 수 있는 협력과 연결을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버너스 리 의장의 태도에 대한 실망스럽다는 반응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외국에선 SXSW 강연 당시 답변 내용을 놓고 이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DRM이 사용자들간의 무단 복제를 차단하는 데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캐나다 출신 유명 SF작가 코리 닥터로우 씨는 "웹이 처음 나왔을 때 허용 과정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립성과 개방성이 중요하다는 근거가 됐는데, 버너스 리 의장은 이제 혁신에 권한설정을 필요로하는 DRM의 목적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표준화보다 도입이 빨라'

결국은 W3C에서 HTML5 표준에 DRM을 적용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업자들이 업계에 큰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다 주요 브라우저 개발업체들도 DRM 구현에 적극적인 편이기 때문이다.

6일 W3C HTML5 대한민국관심그룹(KIG) 이원석 의장은 "애플은 관망중이지만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나 구글 비디오서비스 유튜브가 서비스에 DRM을 구현하는 중이고 영화콘텐츠가 대규모로 생산, 배급되는 헐리웃 등 산업계에서 DRM에 대한 요구가 강력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넷플릭스 등이 HTML5 기반 영상콘텐츠 기능 확장 표준으로 '미디어소스익스텐션(MSE)'과 '인크립티드미디어익스텐션(EME)', 2가지를 제안한 바 있다. MSE는 얼마전 최초 시안 단계인 '워킹드래프트(WD)'로 넘어간 반면 EME는 유보됐다.

이 의장은 "EME가 DRM을 포함하고 있는 표준인데, WD로 나가려다 안 된 이유가 표준화에 대한 회원사간 이견 때문"이라며 "오픈소스 또는 개방성을 추구하는 진영과 이해관계가 걸린 콘텐츠 산업계간 입장차가 분명하지만 (표준화에 앞서) 기술적인 구현과 상용화가 먼저 이뤄질 듯하고 결국 표준화로 갈 것 같다"고 언급했다.

논란의 중심인 버너스 리 의장이 웹이 정보에 접근하는 시민의 권리와 협력 가능성, 공공성 등을 위한 바탕으로 쓰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주 우리나라를 찾아왔을 당시 역설한 웹의 가치도 지식 공유, 소통의 장, 협력 생태계, 익명성, 정부의 정보공개 등이었다. DRM에 관한 명시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버너스 리 의장은 익명성과 관련된 의견으로 "인터넷에서 익명성으로 인한 인격모독, 비방이 있을 경우 사회적 책임아래 비방하는 자가 누군지 알 권리를 보호해줘야하며 익명성이 옳지 않게 쓰일 때 이를 박탈할 체계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웹의 중요한 가치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항상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얘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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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50610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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