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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HW, "특허가 기술 진보 막는다"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05-03 14:27:28 게시글 조회수 4846

2013년 05월 03일 (금)

ⓒ 블로터닷넷, 이지영 기자 izziene@bloter.net



질문.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 출원은 증기기관차의 혁신을 앞당겼을까.


교과서에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부추겼다는 사실을 배운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제임스 와트가 특허를 출원해 증기기관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한 탓에 더 좋은 증기기관이 빨리 나올 수 없었습니다. 1805년 리처드 트레비식이 설계한 더 새로운 증기기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769년 와트가 내놓은 특허에 길이 막혔었죠. 특허 출원은 새로운 기술의 진보를 막는 걸림돌입니다.”


초협력을 주제로 5월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되는 서울디지털포럼(SDF) 2013을 찾은 마친 자쿠보우스키 오픈소스 에콜로지 창립자, 카타리나 모타 오픈 머티리얼&에브리웨어테크 공동 창립자, 강윤서 오픈테크포에버 창립자 등 오픈소스 하드웨어(HW) 운동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SDF open HW main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오픈소스 문화의 일부로 회로도나 자재 명세서, 인쇄 회로 기판 도면 등을 대중에게 공개한 전자제품을 말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가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대중에게 개방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자쿠보우스키 창립자는 트랙터, 콘크리트 혼합기, 빵굽는 오븐 등 50여가지 산업 기계를 누구든지 적은 비용으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게 오픈소스로 제작방법을 알리고 보급해 이름을 알렸다. 모타 창립자는 오픈소스 기술 이전을 통해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직접 적용하고자 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모임인 ‘에브리웨어테크’ 프로젝트 개발자로 유명하다. 강윤서 창립자는 오픈소스 에콜로지와 함께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과 문서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와트의 증기기관은 대기압과 같은 증기압을 사용합니다. 트레비식은 고압의 실린더를 사용하지요. 트레비식은 1800년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 유효기간이 끝난 후 트레비식 증기기관을 개발했습니다. 만약 와트가 증기기관 기술을 개발했더라면, 좀 더 빨리 트레비식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오픈소스 HW 운동가들은 특허의 독점성을 기술 혁신의 방해 요인으로 들었다. 20여년 뒤 만료되는 특허권 기한도 장애물이다.


모타 창립자는 “100여년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최첨단 시대에 20여년 전 기술은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이날 SDF에 모인 자쿠보우스키, 모타, 강운서 운동가는 “오픈소스가 혁신과 가치를 창출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식을 폐쇄적으로 가두기보다는 공유하고 개방함으로써 남들과 협업하는 작업이 장기적으로 과학 발전의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타 창립자는 금광개발업체의 예를 들어 지식 공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미국의 한 금광개발업체는 몇 년 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금광을 찾기 위한 데이터는 있었지만, 실제로 해당 지역을 조사할 비용과 시간이 없었지요. 고민 끝에 이 업체는 상금을 걸고 모든 정보를 공개해 외부인의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정보를 공개한 이 금광개발업체는 어떻게 됐을까. 정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상금을 타기 위해 금광을 탐방하기 시작했고, 회사는 뜻하지 않게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금광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게 바로 오픈소스 HW 운동가들이 말하는 지식 공유와 개방, 오픈소스의 힘이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기술 공유를 통한 모방의 우려를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도 모방은 일어나는 만큼, 기술을 공유한다고 해서 무조건 모방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모타 창립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떠올려 보라”라며 “애플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모방 위험에서 항상 자유로운 것은 아닌만큼, 오픈소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기술을 공개하면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란 걱정 자체가 불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쿠보우스키 창립자는 지신이 개발한 트랙터의 기술을 공개하면서 스스로 오픈소스와 개방의 힘을 체감했다고 한다.


그가 트랙터를 공개하자마자 전세계 참여자들이 나타나 그의 지식을 활용해 성능을 개선한 장비를 선보였다. 그 결과 자쿠보우스키 창립자가 목표로 한 오픈소스 HW 필수 장비 50종에서 2012년 이미 10종의 제품이 시제품으로 개발됐다. 그의 기술을 보고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은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모타 창립자와 강윤서 창립자 모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들이 만든 제품의 오픈소스를 공개하고, 그 지식이 전파됐다. 유사한 제품이 나왔지만 시장 확대와 경쟁자 등장으로 인한 제품 개선 작업에 더 불이 붙었다. 궁극적으로 오픈소스로 진행한 제품은 수익성이 높게 나왔다.


물론 모든 오픈소스 HW가 개방의 힘을 본 것은 아니다. 자쿠보우스키 창립자는 “오픈소스에서 말하는 개방성은 기업의 믿음과 실효성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라며 “제대로 된 기술을 제대로 개발해서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적당히 값만 싸게 만들고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기술을 공개해봤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날 SDF를 찾은 오픈소스 HW 운동가들이 전하는 핵심은 하나였다. ‘정당한 기술의 깨끗한 공유.’ 자쿠보우스키 창립자는 “기술을 구입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수 있지만,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기술 발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라며 “무조건적인 특허보다는 다른 사람과 협력해 기술 발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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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5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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