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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프로그래머 개발환경 이대로 안된다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6-09-27 20:24:45 게시글 조회수 3144

2016년 5월 26일 (목)

ⓒ 디지털타임스, 허우영 기자 yenny@dt.co.kr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프로그래머 개발환경 이대로 안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신상철 연구위원

얼마전 알파고와 저 유명한 종편 드라마의 주역이기도 했던 바둑세계는 프로기사가 되는데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바둑은 대부분 6~7세부터 시작해 연구생 3조 안에 들면 거의 프로의 실력에 맞먹는다. 연구생들은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서 밤낮으로 바둑공부만 하는 사람들로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이고 거의 매일 바둑에 매진하는 사람들이다.

초등학교부터 바둑성적이 1, 2등이 되지 못하면 학생의 장래를 생각해서 바둑을 포기하고 학업에 전념하라고 조언한다. 바둑은 올인하지 않으면 무조건 실패한다. 정말 바둑 밖에 모르는 기계가 되라고 한다. 바둑보다 다른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절대 가서는 안되는 길이라고 한다.

중학교에 들어 역시 1, 2등이 되지 못하면 또 바둑을 포기해야 한다. 학업 역시 오전수업 정도만 받고 전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진짜 인생을 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기에 자신의 마음가짐이 확실해야 한다. 프로기사를 지망하여 바둑에 올인하게 되었다가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이후 진로가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부모나 당사자는 그동안 공들인 정성이 아까워 무리해서라도 바둑에 매진하겠다고 선생의 발을 잡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탈락하게 되고 오히려 공부도, 바둑도 제대로 못하는 절름뱅이가 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일찍이 우리나라가 배출한 세계적인 음악가, 예술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유학하여 각고의 고생과 부모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이뤄졌고 극히 일부만이 명성을 얻었다. 최근 K-pop 스타, LPGA 골퍼들도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남모르는 지원 그리고 처절한 경쟁이 따랐을 것이다.

무릇 세계 1위는 뛰어난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주변에서의 아낌없는 지원과 환경도 있어야 가능하다.

며칠전 SNS를 통해 "세계정보올림피아드(IOI)에서 우리나라 고교생이 1등을 했다"로 시작하는 S대 교수의 글을 읽었다. 이 대회는 각 나라별 최대 4명으로 구성된 국대급(국가대표) 327명에게 6개의 과제로 이틀의 시간이 주어지는 컨테스트다. 6개 프로그래밍을 다 풀어 만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몇 년에 한 번꼴로 그런 천재가 나오긴 한다. 거기서 우리나라 학생이 600점 만점으로 단독 1등을 했다. 현장에서 MIT 교수가 입학 권유를 했다고 한다.

바둑기사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병역특례를 받는다. 종목 수도 많다. 그러나 올림피아드에서 세계 1등을 해도 병역특례는 고사하고 대학에 진학하는데 조차 생활기록부에 드러낼 수 없다는데 있다. 이 학생이 국내 대학에 지원하면 1차 서류전형에서 내신 때문에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수능과 내신 만능의 이런 환경에서도 프로그래밍에 빠진 학생들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바둑과 같이 정말로 재미있어 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고보니 학창시절 학업과는 달리 다른 분야에 몰입하는 동기들을 본 적이 있다. 이들은 입시는 물론 어떠한 압박과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훗날 동창회에서 만날라치면 학교성적과 무관하게 어느새 그쪽 분야 전문가가 되어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성이 잡스이고 이름이 스티브인 사람처럼.

SNS의 댓글을 보며 느낀 점은 IT분야가 유망하고 우수하다면서 따지고 보면 가장 원시적이고 미흡한 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여타 분야처럼 천재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한다. 

컴퓨터 SW분야에서 남다른 재능과 프로그래밍 밖에 모르는 천재들이 국내에서도 간간히 보인다. 젊음의 상징인 술집과 게임, 카페출입에 전전하지 않고 틈만 나면 PC앞에 앉아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른 채 개발만 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직장에 매어 주어진 개발과 유지보수에 흥미를 잃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소스를 위해 대기업도 박차고 나온 개발 매니어들도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성과는 구글이 해마다 인정하는 톱(Top)레벨 프로젝트에도 매년 랭크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민생고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다만, 서울 강남에 있는 미래부의 공개SW개발자랩은 수년 전부터 매년 제한된 인원이지만 글로벌 SW개발 천재들을 선발해 이들에게 무한정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활동비와 24시간 워크벤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세계를 주도하는 톱(top) 프로젝트의 커미터가 되기도 하고 세계 유수의 콘퍼런스에 스피커로 초청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천재들이 뛰어놀 땅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개발하며 구현해 내는 더 넓은 놀이터와 대우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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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92702102669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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