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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의 명암] ②인터넷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다수'와 '익명성'의 함정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6-09-05 17:16:59 게시글 조회수 4161

2016년 9월 4일 (일)

ⓒ 미디어잇, 노동균 기자



오늘날 인터넷이 광대한 정보의 장으로 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참여·공유·개방을 표방하는 웹 2.0 이후의 인터넷 환경은 의사소통과 협업 기반의 '집단지성'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가 모두 집단지성의 산물은 아니며, 어떤 문제에 대해 항상 올바른 답을 주지는 않는다. 집단지성이 인터넷 공간을 넘어 일상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집단지성의 명과 암을 살펴보는 일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전세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해답의 일부분이 있다. 세계에 산재돼 있는 부분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생각으로 20년 전 월드 와이드 웹을 만들었다."


월드 와이드 웹(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 사진)는 2013년 서울디지털포럼(SDF)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비록 집단지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이 한 마디는 인터넷이 태생부터 집단지성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월드 와이드 웹이 세상에 등장한 지 25년이 되는 현재도 이 개념은 유효하다.

인터넷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된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위키백과)'다. 기존 백과사전이 소수 편집자가 제작하는 것과 달리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편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영문 위키피디아는 현재 520만개 이상의 항목을 수록하고 있고, 한국어 위키피디아에도 35만개가 넘는 문서가 생성돼 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집단지성의 폐해를 지적하는 예로도 가장 많이 언급된다.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위키피디아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내용을 유포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사실로 둔갑하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을 표방하는 사이트에서 잘못된 정보의 유통은 그만큼 파급력도 클 수밖에 없다.

실제 2013년 9월에는 구글에 '박근혜'를 검색하면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한민국의 제 18대 대통령'이라는 인물 검색 결과를 내놔 논란이 됐다. 이는 구글이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해당 키워드에 대해 가장 상세한 내용을 담은 페이지를 자동으로 요약해 노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탓이었다. 당시 누군가가 위키피디아에서 해당 항목을 반복 편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된 문구는 삭제됐지만, 악의적인 의도를 지닌 익명의 집단이 조직적으로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2013년 9월 구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검색하면 함께 제공된 인물정보는 당시 의도적으로 편집된 위키피디아를 인용해 논란이 됐다. / 조선DB


구글 검색엔진은 단순히 검색어와 콘텐츠의 연관성만을 고려해 결과를 노출하지 않는다. 구글에서 ㄱ·ㄴ·ㄷ 등 한글 자음이나 ㅏ·ㅓ·ㅗ 등 모음만 검색하면 이미지에 선정적인 사진이 대거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를 노출 우선순위에 두는 구글 검색엔진의 알고리즘 때문인데, 이는 검색 품질 향상을 위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구글의 의도와는 정 반대의 결과다.

올해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인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Tay)'가 히틀러를 옹호하고, 인종차별과 성적 발언을 일삼아 서비스를 중단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이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이슈를 자동으로 학습해 대화를 나누는 채팅봇이었으나, 일부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세뇌를 당하면서 극단적인 언행을 쏟아낸 것이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호작용 모두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집단지성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집단지성의 진정한 가치는 처음에는 비록 잘못된 정보라도 끊임없이 논의를 거치면서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종의 '자정 작용'인 셈이다. 이러한 자정 작용 역할로서의 집단지성이 IT 업계에 잘 녹아든 예로 '오픈소스(공개 소프트웨어)' 문화를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운영체제(OS)인 '리눅스(Linux)' 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는 일찍이 "지켜 보는 사람만 많으면 시스템 오류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리누스의 법칙을 주창했다. 오픈소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참여와 공유로 진화를 거듭한다. 리누스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문화는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고가의 독점 소프트웨어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소프트웨어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리눅스는 월드 와이드 웹과 마찬가지로 올해로 탄생 25주년을 맞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OS도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제 집단지성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만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원동력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지능이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놓는 능력이라면, 지성은 답이 없는 물음에 대해 그 물음을 계속 되묻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갖기보다 소통과 협력의 집단지성을 추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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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it.chosun.com/news/article.html?no=282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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