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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텔이 적과 동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6-08-30 10:50:46 게시글 조회수 3722

2016년 8월 23일 (화)

ⓒ 미디어잇, 한동희 기자



"인텔은 고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인텔은 오늘, ARM과 반도체 설계 디자인 사용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지난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제인 볼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위탁생산) 공동 총괄 부사장의 깜짝 발표가 끝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인텔이 모바일 분야의 오랜 경쟁자인 ARM의 설계 디자인을 이용할 것이라는 발표에 기자도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개와 고양이처럼 '숙적' 관계였던 두 회사가 손을 잡았다는 말인가. "마침내 인텔이 ARM과 팔씨름을 끝냈나보네." 기자 앞에 앉은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옆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인텔의 콧대는 높았다. 인텔은 201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하면서 인텔의 독보적인 설계 디자인인 x86아키텍처를 쓰지 않으면, 고객사로 받아주지도 않았다. 

이와 달리 ARM은 반도체 설계도를 어느 한 업체에만 제공하지 않고 공평한 가격에 공급해왔다.ARM이 모바일 칩 시장에서 90%라는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도 시장 조사 기관이나 경쟁업체의 큰 반발에 부딪히지 않은 것은 중립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인텔이 그동안 얕잡아 보고 심지어 적으로 생각했던 ARM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생태계를 꾸리는 게 우선이라는 ARM의 전략이 시대에 맞아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의 부진도 폐쇄적인 사업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오픈소스(무료 공개) 기반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하드웨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을 안드로이드 우군으로 삼아 성장을 계속하는 반면, 애플은 아이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내리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던 인텔과 ARM의 경쟁은 생태계를 잘 꾸린 다윗의 승리로 끝났다. 오늘날 IT 세계에서 자신의 기술력만 있고 독자적으로 생존한다는 것은 외딴 섬에 혼자 상점을 차린 것과 같다. 인텔이 적과 동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국내 IT업계도 깊이 새기고 사업 전략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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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23/20160823015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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