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엔비디아가 허깅페이스를 인수한다. 젠슨 황 CEO는 9월 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허깅페이스를129억 3,03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00억 달러에 사들인 그록(Groq) 자산에 이어 엔비디아 역대 두 번째 규모다.1)
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약속이다.2) 황 CEO는 "허깅페이스에서 개발하거나 배포할 때 엔비디아 컴퓨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2018년 MS가 깃허브를, 2019년 IBM이 레드햇을 인수할 때도 비슷한 약속이 나왔다. 이번 인수는 거래 금액보다 개발자 생태계와 플랫폼 운영 권한이라는 관점에서, 앞선 두 사례에 비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 엔비디아 블로그3)
엔비디아 발표에 따르면4) 허깅페이스에서는 1,800만 명 이상의 개발자·연구자·창작자가 300만 개 이상의 모델, 50만 개의 데이터셋, 100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한다. 이 플랫폼에서 AI를 탐색하고 평가·배포하는 기업은 20만 곳이 넘는다.
허깅페이스는AI 모델과 데이터셋을 공유하는 개발자 허브로, 모델을 발견하고 평가하며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을 연결한다. 여러 기업과 개발자가 같은 공간에서 모델과 도구를 공개하고 협업한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가치가 생긴다.
엔비디아는 자사가 이미 이곳의 공개 모델·데이터 최대 기여자이며, 공개한 모델이500개 이상, 데이터셋이 250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왜 허깅페이스를 인수하려는 걸까. 실마리는 엔비디아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공시5)에서 찾을 수 있다. 엔비디아는 공시의 위험 요인 항목에서 오픈소스 파운데이션 모델과 이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수요가 전 세계에서 자사 제품 사용을 늘리고 허깅페이스 플랫폼도 지탱한다고 적었다. 오픈 모델이GPU 수요를 만드는 연료라면, 허깅페이스는 그 연료가 유통되는 길목이다. CFRA리서치의 안젤로 지노 애널리스트도 야후파이낸스에 이번 거래가 당장의 재무 효과보다 AI 생태계 구축에 초점이 있다고 평가했다.6)
경쟁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 주요 AI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 등을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허깅페이스를 통해 개발자가 모델과 실행 환경을 선택하는 접점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로이터 역시 주요 고객사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분석했다.7)
허깅페이스 쪽 계산도 맞아떨어졌다. 클레망 드랑그 허깅페이스 CEO는 CNBC 인터뷰에서 허깅페이스와 오픈소스 AI가 전환점에 이르러 더 많은 자원과 규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젠슨 황 CEO를 찾아갔다고 밝혔다.8)
엔비디아는 공시에서도 허깅페이스를 기존 방식에 따라 개방형으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델 개발사와 이용자가 원하는 모델과 데이터셋을 계속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게 하고, 다른 반도체 업체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공개된 설명만으로는 이러한 약속을 장기간 보장할 구체적인 감독·집행 장치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아직 인수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최종 인수는 각국 당국의 승인을 거쳐2027년 상반기에 종결될 예정이다. 야후파이낸스는 수백 개 경쟁사에 설계를 똑같이 라이선스하던 '하드웨어의 스위스' Arm을 엔비디아가 인수하려다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를 들며, 허깅페이스도 같은 질문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9)
중립성을 판단하려면 세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모델 검색 결과나 추천 목록, 기본 실행 설정에서 엔비디아 기술을 먼저 선택하도록 유도하는지다. 둘째, AMD·인텔 등 경쟁사 칩에서도 모델이 잘 작동하도록 지원을 이어가는지다. 셋째, 어떤 모델이 인기를 얻고 이용자들이 무엇을 쓰는지에 관한 정보를 엔비디아가 자사 사업에 유리하게 활용하는지다. 현재 이런 차별이 나타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 개방성 약속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기준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기업들에도 허깅페이스가 유용한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 이들이 기술과 모델 공개를 줄이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면 허깅페이스의 가치도 약해질 수 있다. 엔비디아에는 플랫폼을 자사 사업과 연결할 유인과, 다양한 참여자를 유지할 유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깃허브 인수 발표에도 개발자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약속이 담겼다. MS는 당시 개발자 2,8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던 깃허브를 75억 달러 규모의 자사 주식으로 인수하기로 하면서, 개발자 우선 원칙과 독립 운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10) 개발자는 원하는 언어·도구·운영체제를 계속 사용하고 어떤 클라우드에도 코드를 배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 후 CEO로는 냇 프리드먼을 내정했다.
발표 직후 일부 개발자는 깃랩 등으로 저장소를 옮겼다.11) 플랫폼 소유권 변화가 개발자들의 신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인수 이후 깃허브는 별도 CEO 체제로 운영됐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협업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이어갔다. 초기 우려가 곧바로 특정 운영체제나 클라우드에 대한 종속으로 현실화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주목할 변화는 AI 사업의 확대와 조직 운영에서 나타났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024 회계연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코파일럿이 이미 인수 당시 깃허브 전체보다 큰사업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깃허브가 코드 협업 플랫폼을 넘어 MS의 AI 개발 도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2025년 1월 MS는 코어 AI 조직을 신설하면서 깃허브 코파일럿 개발을 주요 역할로 제시했다. 같은 해 8월 토마스 돔케 깃허브 CEO가 사임 계획을 발표했고, 후임 CEO를 두는 대신 경영진의 보고 체계를 조정하는 방향이 보도됐다. 그렇다고 조직 통합이 곧바로 제품의 폐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깃허브는 코파일럿에서 여러 기업의 AI 모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했다.
레드햇은 정반대의 경로를 밟았다. IBM은 2019년 7월 주당 190달러, 총 약 340억 달러에 레드햇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레드햇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13) 레드햇은 짐 화이트허스트 CEO와 기존 경영진 체제의 별도 사업부로 남았고, 다른 하드웨어 업체와도 계속 협력했다. IBM 서버도 우분투와 SUSE 리눅스를 종전처럼 지원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점은 조직보다 정책이었다. 레드햇이 2020년 12월 센트OS(CentOS) 리눅스에서 RHEL의 차기 업데이트를 개발·검토하는 센트OS 스트림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14)하자, 기존 이용자들은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후 알마리눅스와 록키리눅스가 대안으로 자리 잡았지만, 2023년 6월 RHEL 소스 배포 정책이 바뀌면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레드햇이 공개 소스 배포를 센트OS 스트림에 집중하고 RHEL 소스는 고객·파트너 포털을 통해 제공하기로 하면서, 알마리눅스도 RHEL을 똑같이 재현하는 대신 RHEL용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는 ‘바이너리 호환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목표를 조정한 것이다. 이를 IBM 인수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별도 조직이 유지되더라도 제품과 소스 배포 정책의 변화가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 사례에서 변화가 나타난 방식은 달랐다. 깃허브에서는 AI 전략과 조직 운영의 결합이 강화됐고, 레드햇에서는 배포판과 소스 접근 정책이 논쟁의 중심이 됐다. 공통적인 교훈은 인수 당시의 독립성·중립성 약속만으로 이후의 운영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직의 독립성, 기술적 선택권, 생태계 참여 조건을 각각 살펴봐야 한다.
허깅페이스에서도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하드웨어·클라우드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중요하다. MS 역시 클라우드와 개발 도구 시장의 경쟁자였고, IBM도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사업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허깅페이스의 조건이 두 선례보다 무조건 까다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인수 작업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향후 규제 심사에서 중립성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조건이 마련되는지, 회사가 공개한 약속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업 IT 조직이 살펴볼 장기적인 변수는 호스팅 약관, 추론 가격, 경쟁 가속기에 대한 최적화 지원이 유지되는지 여부다. 운영 환경에서 허깅페이스에 호스팅된 가중치를 쓰는 팀이라면 의존 지점을 목록으로 만들고, 모델별 라이선스와 이용 조건을 확인한 뒤 핵심 모델을 별도 저장소에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엔비디아 GPU 대신 AMD나 인텔 등의 칩을 선택하더라도 기존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도록, 관련 도구와 기술 지원이 계속 제공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깃허브와 레드햇이 보여주듯, 중립성 약속은 발표 당일보다 이후의 조직 운영과 정책 변화 속에서 검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