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7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며 IT 업계의 한 해를 여는 세계 최대 가전·기술 전시회 CES가 올해도 어김없이 막을 올렸다. 1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CES 2026의 핵심 키워드는 예상대로 AI였다. 다만 올해의 AI는 단순히 더 똑똑해진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헬스케어·모빌리티 등 현실 세계와 직접 맞닿은 영역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오픈소스와 관련한 몇 가지 흐름도 함께 포착됐다.
▶ 로봇
CES 2026에서 로봇은 가정용·산업용을 넘어 물류, 의료, 모빌리티 영역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CES 주최 기관인 CTA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일 작업 수행을 넘어 협업형 보조자로 진화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로보틱스의 적용 범위가 홈·산업·의료·공급망·모빌리티로 확장되고 있다고 짚었다.1)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AI 로보틱스’ 협업 구조를 선보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를 중심으로 물류·주차·모빌리티 로봇과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Orbit AI 등)를 하나의 운영 흐름으로 묶어, 단품 전시가 아닌 ‘연결된 시스템’임을 강조했다.2) 키노트에서 아틀라스가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비인간적인 관절 회전 동작으로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는 G1, H2, R1 등 휴머노이드 라인업을 공개했다. 특히 G1은 무술 동작까지 소화하는 민첩성을 시연했으며, 로봇 서비스(RaaS) 모델을 통해 글로벌 상용화에 나설 것을 밝혔다. 가정용 로봇 분야에서는 스위치봇(SwitchBot)의 오네로 H1(Onero H1)도 화제를 모았다. 막대기 형태의 몸체에 두 개의 로봇 팔을 장착한 이 로봇은 빨래를 집어 세탁기에 넣는 등 실용적인 가사 작업을 시연해 이 로봇은 엔가젯(Engadget)이 선정한 ‘CES 2026 최고의 로봇’으로 꼽혔다.3)
블룸버그는 “올해 CES에서는 로봇들이 커피를 따르고, 탁구를 치고, 카드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있었다”며 “휴머노이드가 기술 산업의 차세대 주요 투자 영역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4) 테크크런치도 “챗봇과 이미지 생성기 시대를 지나 AI가 마침내 화면을 떠나고 있다”며 “CES 2026에서 이 같은 전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5)
다만 신뢰 구축이라는 과제도 함께 제기됐다. 구글 딥마인드의 캐롤라이나 파라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로봇은 사고 과정과 움직임에서 투명성을 갖춰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적자원(HR) 관리 및 급여 처리 서비스 업체 ADP의 조티 샤 역시 “움직이는 환각(hallucination in motion)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AI 로봇의 안전성 문제를 짚었다.6)
이 분야에서 오픈소스 측면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기업은 엔비디아다.7) 엔비디아는 개발자가 자원 집약적인 사전 학습 부담을 줄이고 차세대 AI 로봇과 자율형 머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피지컬 AI 기반 오픈 모델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CES 2026에서 공개된 NVIDIA Cosmos Transfer 2.5와 NVIDIA Cosmos Predict 2.5는 물리 기반 합성 데이터 생성과 시뮬레이션 환경에서의 로봇 정책 평가를 지원하는 모델이며, NVIDIA Cosmos Reason 2는 지능형 머신이 현실 세계를 인식·이해·행동하도록 설계된 오픈 추론 VLA(Vision-Language-Action)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NVIDIA Isaac GR00T N1.6는 전신 제어를 지원하는 VLA 모델로 완전 오픈소스로 공개됐으며, 허깅페이스의 오픈소스 로봇 프레임워크 르봇(LeRobot)과 통합돼 실제 개발 환경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생태계를 구성했다.
▶ 헬스케어
CES 2026의 헬스케어 부문은 AI 진단 기기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 환경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가령 프랑스 디지털 헬스 기업 위딩스(Withings)의 바디 스캔 2 (Body Scan 2)는 ‘세계 최초의 과학 기반 장수 스테이션’으로 소개됐다. 60개 이상의 바이오마커를 추적해 심혈관·대사·신경 건강까지 가정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미국 연속혈당측정기 전문 기업 덱스콤(Dexcom)은 OTC 연속혈당측정기(CGM) 스텔로(Stelo)에 식단과 운동 분석을 고도화하고, 맞춤형 추천 기능을 강화하는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메드테크 스타트업 나옥스 테크놀로지스(Naox Technologies)는 FDA 승인을 받은 이어폰형 뇌파(EEG) 측정 기기 나옥스 링크(Naox Link)를 선보였다. 의료 전문가가 뇌 활동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CES 2026에서 헬스케어의 화두는 일회성 사용을 넘어 개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모델이 해석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코칭’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이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기기·앱·병원·보험·연구 기관 간 데이터가 원활하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컨설팅 기업 넬슨은 헬스케어 기술이 단순한 측정을 넘어 AI 기반 진단·영양 분석·치료 인사이트로 확장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즉, 단발적인 센서 측정만이 아닌 AI가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미 있는 지표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8)
헬스케어 영역에서 오픈소스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례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는 AI·센서·원격의료 기술의 결합을 전제로 한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CES 행사에서는 기기·서비스·데이터 플랫폼 간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이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 언급되기도 했다.9)
▶ 모빌리티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CES 2026의 중심 키워드는 AI였다. 전통적으로 핵심 화두로 여겨져 온 전기차(EV) 기술은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인데, 로이터는 이번 CES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EV 전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AI가 오히려 더 부각됐다고 보도했다.10)
컨설팅 기업 S&P 글로벌은 CES 2026에서 AI,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단계적 자율주행이 모빌리티 핵심 테마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11) 특히 EV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컨텍스트·물리 인지형 AI 기반 자동차 기술로 초점이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술은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해석해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정의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방향이라는 평가다.
S&P 글로벌은 또한 미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웨이모(Waymo), 중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Lucid), 중국 자율주행 기업 센서오토(Tensor Auto) 등 기업이 레벨 4 자율주행 진전을 공개했으며, 일부는 음성 기반 AI 등 실시간 데이터 기반 운전자 보조 기능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12)
자율주행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검증하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영역으로, 이 과정에서 오픈소스는 단순한 개발 편의를 넘어 안전성과 투명성, 기술 표준화를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엔비디아는 CES에서 알파마요(Alpamayo)를 오픈 모델·시뮬레이션·데이터셋으로 구성된 자율주행 AI 생태계로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13) 알파마요는 100억 파라미터급 CoT(chain-of-thought) 기반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로, 가중치와 오픈소스 추론 스크립트를 함께 제공한다. 여기에 자율주행차(AV) 개발을 위한 오픈소스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 ‘알파심(AlpaSim)’과 대규모 오픈 데이터셋도 포함됐다.
이와 별개로 오토웨어 재단은 티어4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보이며, 오픈 생태계 중심의 기술 진화를 강조했다.14) 독일의 일렉트로비트는 폭스콘의 EV 하드웨어와 결합한 모듈형 리눅스 기반 SDV 플랫폼과 ‘통합형 코드(integration-as-code)’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15)
▶ CES 2026 키워드
이번 CES 2026에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로운 오픈소스 발표가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기술 전반에서는 개방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삼정KPMG는 CES 2026의 핵심 키워드 6가지 가운데 하나로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를 선정하며, “기업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강화가 부각됐고, AI 등 혁신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협력 모델이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제시됐다”고 분석했다.16) AI 기반 서비스가 산업과 일상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간 연동과 협업 체계를 전제로 한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향후 AI 경쟁 역시 개별 기술이나 제품을 넘어 생태계 구축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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