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재편되는 오픈소스 업계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최근 몇 년간 IT업계는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오픈소스 산업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모바일, 웹, 개발도구와 연관된 기술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이제 오픈소스 업계는 핀테크,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로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활용사례가 적은 편이지만 수많은 신생 오픈소스 기업들은 각 업계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다음은 산업별로 두각을 보이는 오픈소스 기술들이다. 

 

업계에서 자주 쓰는 기술? 오픈소스로!

금융, 영화, 제조업, 통신 분야는 전통적으로 오픈소스 기술이 크게 성장하던 곳은 아니었다. 후발주자로 시작해서일까. 이런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이 오픈소스 기술을 공개하기보다는 여러 기업이 함께 모여 연합체를 만들고 필요한 기술을 공동으로 만들고 있다.

 

금융

먼저 ‘피노스(Fintech Open Source Foundation, FINOS)’라는 오픈소스 재단을 보자. 피노스1)는 그 이름처럼 핀테크 업계에 필요한 오픈소스 기술을 함께 만드는 곳이다. 골드만삭스, 시티, JP모건, UBS, 노무라, RBC 등 글로벌 금융 기업들과 인텔, 깃허브, 레드햇 같은 IT 기업이 이끌고 있다. 이들의 첫 시작은 ‘심포니2)’라는 오픈소스 기술에서 시작했다. 심포니는 슬랙과 유사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심포니 고객 상당수는 금융 기업이었는데 기술 개선 과정에서 해당 고객의 의견을 자주 수렴하고 반영하게 됐다. 2015년부터는 금융 기관 고객과 함께 재단을 만들어 좀 더 체계적으로 심포니 기술을 만들기도 했다. 이 경험 덕에 금융 기업은 심포니 같은 미래에 같이 쓸 수 있는 제2의 기술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영감을 받았고, 2018년 심포니 재단을 피노스로 이름으로 바꾸고 금융 관련 오픈소스 기술에 투자하고 공유하기로 했다. 

 

[피노스 참여 멤버와 관련 수치]
* 출처 : https://www.finos.org/hubfs/An%20Introduction%20to%20FINOS.pdf
 

현재까지 피노스가 공개한 프로젝트 중 액티브 프로젝트는 15개이며, 26개는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로 지원하고 있다. 금융 기업은 다른 업계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피노스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 상당수가 데이터 관련 기술이다. 특히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같은 대형 기업이 오픈소스 기술 공개에 적극적이다. 

피노스는 2020년부터 리눅스 재단 산하 프로젝트로 편입되었고 이를 통해 중립적인 기술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 업계 내 오픈소스 기술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픈 레그테크 이니셔티브(Open RegTech initiative)3)’와 ‘오픈 레디니스 프로젝트(Open Source Readiness Project)4)’가 있다. 

 

오픈 레그테크 이니셔티브에서는 오픈소스를 도입하고 개발할 때 규제나 컴플라이언스 사항을 보다 잘 지킬 수 있도록 관련 표준이나 자동화 기술을 만들고 있다. 또한 규제기관에 제안할 요구사항을 피노스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는데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이나 토론상황을 투명하게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오픈 레디니스 프로젝트에서는 금융 기업이 오픈소스 기술을 내부에서 처음 시작할 때 참고해야 할 자료나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있다. 

 

피노스와 별도로 미국 내 금융 규제 당국도 오픈소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금융감독원 역할을 하는 핀라(FINRA)는 오픈소스 기술 공유에 적극적이다. 이들이 외부에 배포한 오픈소스 기술을 18개이며 클라우드, 보안, 데브옵스 기술이 주를 이룬다.5) 핀라는 주식 및 옵션 시장을 감독하는데 이 과정에서 트레이딩 관련 이벤트6)를 하루 1천억 개 이상 처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다가 일부를 오픈소스화했다고 한다. 

 

영화

이번엔 영화 업계를 살펴보자. 요즘 영상 콘텐츠에는 CG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몇 년 전 인기를 끈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는 시각효과에만 6억7500만달러7)가 투자됐다고 하니 영상 업계 그래픽 관련 산업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전적인 투자 외에 기술적으로도 도약하고 있는데 바로 오픈소스 기술을 통한 협업이 늘고 있다. 

 

원래 미국 영화 업계에서는 84%가 애니메이션이나 시각효과를 위해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하고 있었다.8) 다만 몇몇 오픈소스 기술의 버전이나 라이선스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2018년 아카데미 소프트웨어 파운데이션(The Academy Software Foundation, ASWF)라는 재단이 탄생했다. ASWF는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리눅스재단과 협업해 중립적인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웨타디지털,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드림웍스 같은 영화 제작 기업부터 넷플릭스, 구글, 유니티, 어도비 등 IT 기업들이 이 재단에 참여중이다. 

 

ASWF에서 운영 중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6개로 이미지 합성, 색감 조절, 타임라인 관리 도구 등 다양하다. 영화 업계와 관련된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했다면 누구나 ASWF에 기술을 제안하고 지원받을 수 있다. 단 ASWF 내부에는 별도로기술자문 위원회가 존재하는데 이들의 검토를 통해 금전 및 기술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최근엔 무료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 ASWF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소개와 미국 영화업계 내 기술 직무를 소개9)하고 있다. 

 

[ASWF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기술 예시]
*출처 : https://youtu.be/jPpBcHCMlA4 

 

제조업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가 바로 제조업이다. 제조업 분야는 아무래도 하드웨어 중심 산업이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반영하는데 다소 속도가 늦지만 요즘은 자동화나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혁신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제조업과 결합되다보니 제조업계에서도 오픈소스 기술이 함께 활용되고 있다. ‘오픈 메뉴팩토링 플랫폼(Open Manufacturing Platform, OMP)10)’도 그 중 하나이다. 

 

OMP는 2019년에 리눅스재단의 지원으로 출범했으며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 마이크로소프트(MS), VM웨어, 레드햇, pwc, 엑센츄어 등이 동참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BMW, 보쉬(Bosch), 자동차 부품기업 ZF, 지멘스, 완달봇과 같은 많은 독일기업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아직 설립 초기여서 기술 결과물을 확인하기 어려우나 깃허브 계정에서 시멘틱 데이터 구조와 관련된 기술을 일부 볼 수 있다. 2020년 12월에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공장에 도입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백서11)로 배포했다. 

 

통신

통신업계는 최근 5G, 클라우드, 엣지 컴퓨팅 산업의 발전으로 새로운 기술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통신 기업들은 과거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는 역할만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오픈소스 기술 기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특히 리눅스 재단의 LF 네트워킹(LF Networking) 프로젝트에서 통신 관련 오픈소스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다. LF 네트워킹에는 100개 넘는 글로벌 통신관련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8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여기서 작성된 코드는 8,700줄이 넘으며 공동으로 소스코드를 개발하면서 경제적으로 73억 달러를 창출한 효과를 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12)

 

다양한 오픈소스가 경쟁하는 인공지능 & 데이터 그리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관련 기술들은 이미 오픈소스 업계에서 많이 공개되고 활용되고 있다. 가령 구글은 텐서플로우, 페이스북은 파이토치, MS는 CNTK 기술 등을 공개해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오픈AI와 같은 비영리 재단이 공개한 기술들도 오픈소스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개별 기관들이 오픈소스 기술을 공개한 사례도 있지만 근래엔 여러 기업이 연합해서 기술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LF AI&데이터13)같은 재단이다. 

 

리눅스 재단은 2018년부터 딥러닝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때 인공지능 연구에서 데이터 관련기술이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작년부터 인공지능과 데이터 관련 오픈소스를 함께 지원하는 LF AI&데이터 재단을 시작했다. 


LF AI&데이터 재단에는 아마존, 드림웍스, 삼성, R스튜디오, 우버, ING, 화웨이, 바이드, 데이터브릭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 어느 프로젝트보다 참여 주체가 다양하며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져서 평균적으로 한 달에 새 멤버와 새 프로젝트가 각각 1개씩 추가되고 있다고 한다. 

 

[LF AI&데이터 재단 핵심 프로젝트]
*출처 : 공식 홈페이지

 

LF AI&데이터에서 운영하는 레포지토리는 350개가 넘는데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에는 어큐모스 AI14)와 오픈 뉴럴 네트워크 익스체인지(Open Neural Network Exchange, ONNX)15)를 들 수 있다. 어큐모스 AI는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을 보다 쉽게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레임워크로 AT&T와 인도 IT기업 테크마힌드라가 주도적으로 개발해서 공개했다. 외부에 개발된 다양한 프레임워크나 오픈소스 도구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ONNX는 페이스북과 MS가 처음 개발했으며 AI 개발자들이 여러개 프레임워크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이외에도 오픈DS포올(OpenDS4All)16)이라는 교육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오픈DS포올에서는 데이터과학과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펜실베니아 대학을 주축으로 관련 발표자료, 시험, 실습과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물인터넷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보자. 리눅스 재단은 LF 엣지(LF Edge)17), 제퍼(Zephyr)18)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오픈소스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엣지 컴퓨팅이란 클라우드 컴퓨팅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데이터를 하나의 서버에서 처리하기보다는 외부에 퍼져있는 기기로 분산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통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업계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LF 엣지에서 공개한 프로젝트에는 스마트홈 구축 시스템인 ‘홈 엣지’19), 제조공장용 사물인터넷 기술인 ‘플래지20)’, 사물인터넷 데이터 관리 플랫폼 ‘엣지 파운더리’21) 등이 있다. 

 

제퍼는 실시간 운영체제로(RTOS) 리눅스와 비슷하지만 모듈화와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메모리를 적게 차지하도록 구성한 기술이다. 제퍼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기업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버전 2.5를 출시할 만큼 사용성이 높으며 주로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활용되고 있다. 오픈소스 기술인만큼 호환성이 높은데 현재 200개가 넘는 하드웨어에서 제퍼를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 구글, 인텔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 외에 반도체나 제조 전문기업들도 제퍼 재단 멤버로 합류해 기여하고 있다. 
 

※ 각주

- Open UP -

* 이 기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Open UP과 이지현 IT전문기자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사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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