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로 지구를 깨끗하게 만든다

 

-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요즘 우리 사회에는 환경 보호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들을 수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나 기업들의 ESG(Environment(환경)·Social(사회)·Governance(지배구조)를 뜻함) 투자 계획,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 등은 언론에 연일 오른다. 그만큼 환경 관련 문제는 비영리단체들을 넘어 정부, 시민사회, 기업이 함께 해결해야 할 범지구적 관심사다. 환경이라고 하면 왠지 기술과 관련 없어 보이지만 최근 친환경 에너지, 재생 에너지 업계에서 기술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으며 생태계 복구나 환경 보호할 때도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애초부터 오픈소스 기술이 집단 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격이 강하니 환경 문제와 궁합이 잘 맞기도 하다. 그럼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오픈소스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후변화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대응하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에 보통 이산화탄소를 지목한다. 이산화탄소량이 더 많아질수록 지구의 기온은 점점 높아지고 이는 생태계 변화나 해수면 상승 같은 이상 현상을 가져온다. 그래서 정부 기관이나 환경단체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에 집중하곤 한다. 영국의 전기회사인 내셔널그리드ESO는 이용자의 전기사용량과 이와 연결된 탄소발생량을 비교할 수 있는 시각화 앱1)을 제공하고 있다.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2)’라는 수치를 계산해주는 것인데, 태양열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할수록 탄소 집약도 수치가 낮아진다. 앱과 별도로 내셔널그리드ESO는 영국의 지역별 탄소 집약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탄소 집약도 API’를 개발해 데이터와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여기에 머신러닝을 결합해 측정일 기준 4일내 탄소집약도 수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도 했다. 내셔널그리드ESO는 이 기술을 환경단체인 EDF(Environmental Defense Fund)와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 그리고 옥스포드 대학과 함께 진행했다.

 

OS클라이밋3)은 내셔널그리드ESO보다 좀 더 광범위한 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나 위험요소를 사전에 분석하는 식이다. 리눅스 재단 하에 운영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기업부터 S&P 글로벌, 알리안츠,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융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GDP, 이자율, 임금, 금융 자산 등과 같은 경제 데이터와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 운영 비용과 같은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 각 업종에 미치는 영향과 시기 등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OS클라이밋은 이를 통해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사전에 고려할 수 있게 돕고 의사결정을 민첩하게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있다. 먼저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4)다. 네덜란드의 산업디자이너 데이브 하켄스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의 접근성을 넓혀 사용자들이 직접 플라스틱을 분쇄해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일종의 오픈소스 플라스틱 공방이다. 회원들은 플라스틱을 서로 수거해가고 그렇게 모인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녹이고 굳힐 수 있는 기기를 함께 공유한다. 여기서 모인 플라스틱 재료로 회원들은 다시 열쇠고리, 컵받침, 의자 등 원하는 플라스틱 제품을 직접 만들고 다시 판매한다. 이를 위해 알아야 할 플라스틱 및 재활용 정보와 제품 제작방법, 제품 도면, 기기 사용법은 홈페이지에 공유되고 있으며, 프레셔스 플라스틱 커뮤니티 운영 방법과 관련 지식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권 형태로 배포된다. 네덜란드에서 4만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일본, 중국, 미국 등으로 확대해 운영되고 있으며, 누구든 원하면 커뮤니티나 공방을 운영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참여 기관이 7개로 나온다.

 

프레셔스 플라스틱 제품 예시

[사진1] 프레셔스 플라스틱에서 모인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 예시. 회원들은 제품 제작법을 공유하기도 하고 직접 만든 제품을 팔기도 한다.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스페인의 비영리 단체인 드론코리아(Dronecoria)5)는 오픈소스 드론 기술을 개발해서 산림보존에 도움을 주고 있다. 벌목이 많이 된 숲을 다시 살리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인데, 드론코리아는 씨앗을 싣고 뿌릴 수 있는 드론을 고안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 오픈소스 드론은 한번 비행에 최대 10만개 씨앗을 뿌릴 수 있으며 기존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산림을 복구할 수 있다.6) 드론코리아에서 만든 드론 설계도나 씨앗 관리 기술은 모두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돼있어 3D 프린터같은 기기가 있으면 누구나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스페인을 넘어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터키 지역에서 드론코리아를 활용해 산림을 복구하고 있다.

 

드론코리아에서 개발한 씨앗을 뿌려주는 드론

[사진2] 드론코리아에서 개발한 씨앗을 뿌려주는 드론(출처 : 공식홈페이지)

 

 

자연자해를 더 빨리 감지해주는 오픈소스 기술들

 

기후변화가 오랜 기간 발생하면서 산불,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생기게 됐다. 이런 문제를 보고 오픈소스 업계에서는 이미 발생한 자연재해나 자연 파괴 현장을 감시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Global Forest Watch)7)는 전 세계 산림 자원 지대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위성 사진과 지리 정보를 결합한 이 기술은 웹이나 모바일 형태로 산림 지대 위치와 면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비영리단체나 정부기관들은 이를 활용해 특정 지역을 추적하고 지역의 변화를 실시간 알람 형태로 받거나 통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산림 파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산불이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자주 발생하는 산불을 빠르게 파악해주는 기술 ‘세이퍼스8)’를 2020년부터 개발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그리스, 핀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에서 연구소, 정부, 기업이 모였으며 325만 유로(한화 약 44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세이퍼스는 소셜미디어 데이터, 지구 관측 데이터, 화재 감지 센서 데이터, 날씨 정보 등을 종합해서 산불 위험 지역을 조기에 파악하고 이후 정부관계자 및 소방대원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산불이 난 직후 핵심 발화지점을 더 빨리 파악하거나 경제 및 생태계적 손실을 수치화해서 예측하는 기술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 프로젝트 초기라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세이퍼스는 이 기술을 하나의 오픈소스 데이터 플랫폼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이퍼스가 산불 예측에 집중했다면 리눅스재단이 운영하는 ‘오픈EEW(Earthquake Early Warning)9)’은 지진을 예측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지진기술 전문 기업인 그릴로10)와 리눅스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오픈EEW는 전세계 인구 3분의 1이 잠재적인 지진 발생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기존 지진 예측 시스템은 구축하기에 너무 비싸다는 점에 주목해 시작됐다. 오픈EEW는 기존 시스템에서 필요한 예산보다 60배 저렴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국가에서도 보다 쉽게 지진 예측 시스템과 연구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센서, 알고리즘, 시각화 도구까지 통합해 연구 중이며,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칠레에 기계를 설치해 지진 예측 기술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오픈EEW는 IBM,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 클린턴 재단, 에로우 일렉트로닉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질 오염은 인간 건강에 해를 끼치는 핵심 요소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나쁜 공기로 호흡기 질환 환자가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미세먼지 관련 문제가 많은데, 몽골에 거주하던 과학자와 개발자들은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돕고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AQ’를 공개했다. 오픈AQ에서는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할 때 필요한 오존, 질소, 일산화탄소 등을 데이터를 정부 및 커뮤니티에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오픈AQ 설립자들은 과거 중국 내 미국 대사관에서 자체적으로 대기질을 측정해서 데이터를 공개한 사건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오픈AQ를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오픈AQ는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둔 비영리 단체로 확장해 정부와 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활발하게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AQ는 지금까지 100개 나라의 8억개 지점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미세먼지 수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외부 연구자들이 오픈AQ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매달 3500만번 넘는 API 호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 2월에는 미세먼지 관련 시각화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는 해비태트맵11)과 공기질 측정 기기를 개발하는 퍼플에어12) 그리고 카네기 멜론과 협약해 저렴한 센서 기술을 오픈소스 기술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 측정 기술을 보다 대중화하고 개발도상국의 대기 오염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에너지 낭비를 막아보자

 

기후변화와 함께 주목받는 기술들이 친환경 에너지 및 재생 에너지 기술들이다. 오픈소스 업계에서도 투자하고 있으며 그 선봉에 리눅스 재단이 있다. 리눅스 재단은 2018년 프랑스 최대 송전 기관인 RTE13)를 비롯해 전기 생산기업과 미국 에너지 연구기관들과 협업해 ‘LF에너지14)’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LF에너지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 인프라 개선이 탄소배출 감소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것이다. LF에너지가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는 에너지 관리 기술을 돕는 ‘오퍼레이터패브릭’, 에너지 하드웨어 모니터링 기술 ‘GXF’, 에너지 자원 분산 시스템 ‘하이패’ 등이 있다.

 

LF 에너지에서 개발중인 오픈소스 기술

[사진3] LF 에너지에서 개발중인 오픈소스 기술들 (출처 : 공식 홈페이지)

 

독일에선 에너지 시스템 모델링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 플랫폼을 오픈소스 기술로 개발했다. ‘오픈 파워 시스템 데이터15)’라는 이 기술은 독일 정부 지원을 받은 대학 연구진이 주도했으며, 에너지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정제, 문서화 등의 과정을 보다 쉽게 지원하는 기술을 만들어냈다. 오픈 파워 시스템 데이터에선 이미 외부에서 개발된 다양한 에너지 관련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한 게 특징이며, 유럽에서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관련 정보를 데이터과학자가 사용하기 좋게 정리해두어 관심을 받았다.

 

정부 차원에서 직접 에너지 관련 오픈소스 기술을 운영한 사례도 있다. 미국 에너지청은 캘리포니아대학과 함께 전기나 수도 사용 등을 분석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기술 ‘시드(Standard Energy Efficiency Data, SEED)16)’를 오픈소스로 만들었다. 이 기술로 분산된 건물 데이터를 쉽게 통합하고 분석 보고서를 만들 수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미국 내 에너지 관련 공무원들이 정책을 수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호주에서도 에너지 생산 장비 정보와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을 시각화해주어 보여주는 ‘오픈NEM’을 만들었다. 호주 당국이 호주 내 대학 기관에 지원금을 주어서 만든 이 오픈소스 기술은 에너지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유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웹사이트 형태로 개발됐기 때문에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기술도 모두 깃허브에 공개됐다

 

 

 

- Open 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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