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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미래와 오픈소스

support 게시글 작성 시각 2021-05-21 11:24:09 게시글 조회수 3737

자동차의 미래와 오픈소스

 

-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비즈니스 시장은 그 치열한 경쟁 때문에 흔히 정글이라고 부른다. 요즘 자동차 산업을 보면 그 비유가 특히 어울린다. 배터리, 자율주행, 인공지능 같은 온갖 신기술이 결합되고 대형 IT기업들까지 자동차 업계에 들어오면서 미래에 누가 살아남고 승자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런 경쟁 환경 때문인지 자동차 업계에서는 새로운 혁신 기술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의료 데이터를 자동차에 활용하는 사례다. 실제 서비스로 내놓기 위해선 각 나라의 의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지만 이미 많은 자동차 관련 업체가 의료 데이터가 지닌 활용성을 높게 평가하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동차에서 건강을 확인하는 시대가 온다

 

현재 자동차 업계가 앞다투어 투자하는 기술은 단연 자율주행이다. 보통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은 5단계로 나누며, 현재 나온 기술들은 주로 2-3단계에 머물러 있다. 즉 사람을 보조해서 운전을 도와주는 정도다. 언젠가는 사람 개입이 전혀 없이도 운행할 수 있는 5단계 기술이 나오겠지만 그전까지 우리는 운전자를 더 똑똑하게 보조해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의료 데이터는 바로 그런 상황에 쓰일 수 있다.

 

먼저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면 위급 상황을 사전에 감지하거나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 스타트업 비시큐어(B-Secur)는 자동차 핸들에 심전도 측정 센서를 삽입해 운전자의 심장박동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심장박동 형태는 운전자의 스트레스 수준이나 수면 부족, 심장마비 발생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비시큐어는 이를 통해 건강에 이상이 없을 때만 시동을 켤 수 있게 하거나 이상 여부를 운전자에게 바로 알려주는 기술을 구성했다.

 

도요타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푸지타 거나란느 도요타 책임 과학자1)는 웨어러블 기기로 심장박동 데이터를 얻고 이를 분석해 심장 질환 발생 가능성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강제로 차를 주차시키거나 자동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 2021년 공개된 도요타 특허 자료2)에선 스마트 워치로 혈당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혈당 수치에 문제가 생긴 경우 인슐린 주사를 맞기 위해 쉴 수 있는 가까운 주차장이나 병원 가는 길을 추천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발작 등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는 경우 자율주행 모드를 작동시켜 곧바로 운전자를 응급실로 데려다주는 방식을 고안하기도 했다.

 

자동차 기업들은 의료 정보를 얻어 운전자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사진1] 자동차 기업들은 핸들, 자동차 시트 등에 부착된 센서나 스마트 워치로 의료 정보를 얻어 운전자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출처:비씨큐어 공식홈페이지(좌), 포드 발표자료(우)3))

 

포드의 경우 차량 의자 등받이에 센서를 부착하거나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심장박동이나 체온 등을 미리 측정해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또한 동승자의 건강 정보를 동기화해서 차량 내 화면에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4). 핌 벤다 야트 포드 R&D 센터장은 인터뷰를 통해 2050년이 되면 고객의 3분 1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고령 운전자는 심장질환을 종종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기술이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자동차연맹(FIA)에서는 F1 레이싱 선수들에게 스마트 장갑을 제공하고 장갑으로 선수들의 맥박수, 혈중 산소농도, 체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다. 이런 기술로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의료팀에게 건강상태를 전달하고 평소에는 선수 관리 차원에서 신체 컨디션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5)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건강상태를 아는 것은 교통사고가 난 이후에도 유용할 수도 있다. 엠디고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교통사고가 난 이후 차량의 각종 센서가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탑승객의 부상 위치 및 외상 심각도를 알아내 구급차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엠디고에 직접 투자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6)

 

의료 정보가 응급상황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 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Daimler)는 2019년 웨어러블 기업인 가민과 협력해 스마트 워치로 얻은 심장박동수를 추적해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고 판단하면 차량 내 음악, 조명, 온도를 조절해주거나 마사지를 제공하는 기능을 만들었다7). 또한 오랜 시간 차를 모는 트럭 운전자들이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에 트럭 내 조명을 적절히 밝게 조절해주는 기능을 고안해내기도 했다.8)

 

어팩티바(Affectiva)라는 기업은 얼굴인식 기술로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최근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략해 고객을 늘리고 있다. 이들은 카메라로 운전자의 표정, 몸짓, 어조로 감정을 분석해 상황에 맞는 온도, 음악, 조명을 맞춤화해서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운전자의 감정을 차분히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9)

 

 

음주운전과 졸음운전을 막아라

 

2019년 한국에서 발생하는 음주 운전 사고 건수는 약 15만건으로 매년 줄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음주운전은 수 백명의 사망자와 수 만명의 부상자를 내는 사회적 문제다10). 과거 이런 음주운전을 막으려면 경찰 단속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기술로 미리 음주운전을 차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미국 연방 정부는 차안에서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다스(Driver Alcohol Detection System for Safety, DADSS)11)’를 지원하고 있다. 다스에는 자동차 옆문이나 핸들 앞에 설치하는 특수 센서 기술이 들어가 있으며 해당 센서로 가볍게 숨만 쉬어도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만약 혈중알콜농도가 기준치 이상이면 차량 시동을 걸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또한 호흡 외에 터치 방식으로도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는데, 특정 버튼에 손을 대면 적외선 측정 도구로 음주 여부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센스에어(Senseair), 센서라이트(Sensalight)같은 외부 기업에 위탁해서 만든 이 기술은 2015년 처음 시작됐고 2019년부터 민간 셔틀 차량 기업들과 협력해 테스트 과정을 거쳐 데이터를 모으고, 2021년에는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가 직접 나서 테스트 환경을 지원하기도 했다.

 

볼보도 음주운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차 안에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해 활용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카메라에 찍힌 사용자 얼굴의 모습을 분석하면 운전에 집중을 하지 않거나 술에 취한 상황을 구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12). 사실 차량 내 카메라를 활용해서 운전자를 분석하려는 노력은 컴퓨터 비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피아13)나 나우토14), 아이웨어15)같은 스타트업이 해당 기술을 제공한다. 이들은 머리가 움직이는 각도나 눈꺼풀의 위치, 손과 팔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받아 전방 주시 여부나 졸음운전 여부를 알고리즘으로 알아내고 있다.

 

 

얼굴인식 정보로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기술 사진

[사진2] 얼굴인식 정보로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기술 사진 (출처:시피아 유튜브)

 

가디언 옵티컬 테크놀로지스16)라는 스타트업은 졸음운전 감지 외에도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 외 다른 탑승객의 위치와 신장을 파악해 에어백 강도를 조절하는 기술과 차량 소유주 외 외부인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기술도 지원하고 있다. 테슬라17)나 현대모비스18)의 경우는 라이더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어린아이를 뒷좌석에 두고 가는 사고를 막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과거 카메라가 블랙박스로서 차량 외부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만 활용했다면 미래에는 운전자와 탑승객을 주로 분석하여 사고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운전자뿐만 아니라 직원을 관리하기 위해서 배송기사들의 생체 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아담 코그테크19)는 카메라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지, 졸린 상태는 아닌지 파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 직원들의 운전 정보는 관리자에게 공유되며 관리자는 이를 통해 운송 및 직원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기술은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직원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운전기사를 감시하는 것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올해 택배 차량에 카메라와 센서를 부착해 배송기사의 운전 습관과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 운전기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논란이 되자 아마존은 파일럿 형태로 카메라를 부착한 결과 이전보다 사고율이 48% 줄고, 운전에 집중하지 않은 사례를 45%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해당 조치가 운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민 단체는 해당 얼굴인식 카메라의 설치 유무를 운전기사가 선택하지 못하고 강제로 동의해야하는 상황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20)

 

 

미래 자동차와 오픈소스 결합

 

그렇다면 자동차 업계에서 오픈소스 기술은 어느 정도 발달됐을까? 자동차 업계에서 개발되는 오픈소스 기술들은 아직 다른 시장보다 발달이 더딘 편이다. 자율주행이 처음 개발했던 시기에는 머신러닝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나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주로 외부에 공개됐었다. 특히 운영체제의 경우 여러 기업들이 특정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연합해 함께 개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여기에는 차량용 안드로이드를 만들려는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21)’와 일본학계가 주도한 ‘오토웨어파운데이션22)’, 중국 바이두가 주도한 ‘아폴로23)’가 있다.

 

근래에는 시뮬레이터 분야 오픈소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발달된 독일에서 관련 오픈소스 기술을 여럿 개방했다. 이클립스 재단은 2019년부터 ‘오픈모빌리티 워킹 그룹24)’이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주된 참여 주체가 독일 연구소 및 기업들이다. 여기에선 도시 환경을 고려한 모빌리티 시뮬레이션 기술 ‘수모(SUMO, Simulation of Urban MObility)’와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 ‘모자익(MOSAIC)’을 운영하고 있다. 이클립스 재단에선 ‘이클립스 오토모티브(Eclipse Automotive)’라는 프로젝트 하에 자율주행 관련 기술 10여 개를 지원하고 있는데 해당 기술 대부분이 독일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독일의 인공지능 비영리 연구기관 DFKI도 오픈소스 기반 운전 시뮬레이션 기술 오픈DS25)를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LG전자의 미국 R&D 연구팀이 ‘SVL 시뮬레이터26)’라는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도 ‘에어심27)’이라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내놓았다. GM의 자회사인 크루즈는 외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해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경로와 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웹비즈28)’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우버도 비슷한 웹 시각화 기술 ‘AVS29)’를 개방했다.

 

우버가 공개한 자율주행 데이터 웹 시각화 도구 AVS

[사진3] 우버가 공개한 자율주행 데이터 웹 시각화 도구 ‘AVS’ (출처:우버 블로그)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픈소스 기술도 존재한다. 플로우30)는 UC 버클리에서 2018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교통 시스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딥러닝 프레임워크다. 주로 교통 혼잡도를 줄이는 최적화 방법을 연구할 때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 아슬란31)은 2020년에 공개된 자율주행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도시 환경에 맞춤화된 저속 자율주행 기술에 특화됐다. 자율주행차 제작 업체인 스트릿드론32)과 유럽과 영국의 대학들이 오토웨어 파운데이션 활동에 영감을 받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관련 오픈소스 기술을 찾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직접 그 생태계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자율주행 기술 육성 방안을 공개했는데, 여기서 정부 지원으로 만들어진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오픈소스 기술로 개방해 스타트업, 기업, 학계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기에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33) ICT 융합 신기술 개발의 경우 올해 238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자될 예정이며 기술 분야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부터 데이터 가공, 보안, 시뮬레이션 등 다양하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자동차 관련 오픈소스 기술 문화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참고 문헌

 

- Open 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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