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허브 인수로 본 오픈소스의 미래
2018년 07월 17일
ⓒ CIO Korea, Laurie Clarke | Techworld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허브 인수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인수가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트의 미래와, 더 나아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깃허브의 수익 모델이 흔들리고 있고, 안정적인 리더십이 결여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는 것이 미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이 인수로 깃허브에 경쟁업체가 호스팅하는 독점 코드를 MS가 엿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개발자들은 자신의 코드를 깃랩(Gitlab)과 같은 경쟁 사이트로 옮기기도 했다.
물론, 이번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로써는 당연한 결정이다. 깃허브는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활동이 이뤄지며 약 2,800만 명 가량의 개발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웹사이트로, 현재 수십억 개의 오픈소스 코드를 취급하고 있다. MS는 이러한 개발자 커뮤니티에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2001년만 해도 오픈소스 생태계인 리눅스를 '암'으로 묘사한 스티브 발머가 MS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후 CEO 사티아 나델라가 수장을 맡으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델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을 180도 바꾸도록 했고, ‘친 리눅스 노선’으로 변경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명실공히 깃허브의 가장 활발한 기여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 우선 기업이며 깃허브와 힘을 합쳐 개발자의 자유, 개방성, 혁신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강화할 것이다"고 나델라는 이번 인수에 관해 설명했다. 하지만 오픈소스 코드를 올리는 것은 누구나 무료로 가능한 반면에, 올린 코드를 비즈니스에 활용해 이를 유지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이자, 오픈소스 프로그램 모노(Mono)와 GNOME의 설립자인 미구엘 데 이카자는 "우리가 깃허브에서 호스팅하는 모든 코드에 얼마만큼의 돈을 쓰고 있는지 알게 된 사티야 나델라는 차라리 회사 자체를 인수하는 편이 저렴하리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깃허브 역시 MS의 방대한 리소스와 비즈니스 전문성으로부터 얻을 것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과연 MS 같은 공룡이, ‘소셜 코딩’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깃허브 같은 플랫폼의 핵심 가치를 그대로 잘 살릴 수 있을까? 특히 오늘날 개발자 커뮤니티와 테크놀로지 기업들에 스며들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협력적 접근’을 장려하고 있는 플랫폼인데 말이다.
오픈소스 및 프라이빗 소프트웨어 모두를 다루는 전문 개발자이자 깃허브 장기 사용자인 샘 잘만은 "사람들은 ‘Microsoft’를 쓸 때, 알파벳 S대신 달러($) 표시로 마이크로소프트를 표기하곤 했다. 그만큼 MS가 돈을 버는 것에만 열중하는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변했다. MS는 개발자들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MS가 제공하는 더 풍부한 자원에 힘입어 깃허브는 개발자들이 그동안 요청해 온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잘만은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 플랫폼이나 닷넷, 통합 개발 환경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와 자바스크립트 엔진 같이 개발자를 위해 출시한 여러 가지 툴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오픈소스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도 변화와 깃허브 인수는 특정 플랫폼의 미래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자체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에 더욱 중요한 문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개념은 20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허브 인수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진화와 엔터프라이즈 환경 내에서 오픈소스의 활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오픈소스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이미 사실상의 기반이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IoT 기기에 사용되는 운영체제부터 오픈소스이지 않은가?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쿠버네티스(Kubernetes)도 오픈소스며, 컨테이너 플랫폼 도커(Docker)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하둡과 카프카(Kfka)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빅데이터에 추진력을 제공한다. 텐서플로(TensorFlow)와 MXNet 같은 플랫폼들이 AI와 머신러닝 기술의 기반을 형성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다양한 기술들 역시 오픈소스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이러한 양상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향후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폐쇄형 소스를 완전히 대체하게 되리라 예측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회사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점점 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는 증거는 적지 않다. 애플을 예로 들어보자. "애플은 iOS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Swift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있고, 이제 스위프트를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코드를 쓸 필요조차 없이) 기능을 제안할 수 있다. 기능을 제안하고, 그 기능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설명하면, 커뮤니티 차원에서 그 아이디어에 대한 투표가 이뤄진다. 다수의 지지를 받은 아이디어는 실현될 것이다"고 잘만은 말했다.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이 가능했던 것은 깃허브가 기술적으로 덜 숙련된 사람들도 환영하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깃허브는 학습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간단한 코드 편집기인 아톰(Atom)이나, 비전문가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git 클라이언트인 깃허브 데스크탑(GitHub Desktop) 출시를 통해 코딩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정보와 인텔리전스를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API가 있다. 일부는 협업에 대한 이러한 접근 방식이 불충분하다고 비판한다. 참여하는 개발자 커뮤니티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질만은 "API를 활용하면 우리는 ‘대규모 연결’로 특징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가지고 있거나, 또는 데이터를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 또는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통찰력을 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거의 모두 API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질만의 설명이다.
"IBM의 스마트시티를 예로 들어 보자. 전 세계 도시에 설치된 센서들이 날씨, 온도, 습도, 교통 상황, 카메라 피드 등과 같은 데이터를 공급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하여 대시보드로 보내고, 이후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사용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API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회사가 깃허브와 개발자 커뮤니티에 의해 운영되는 ‘코어’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깃허브를 통합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너 소싱(inner-sourcing)'이라는 주제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너 소싱이란 기업 외연에 설치된 오픈소스 모델을 도입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기업들이 블록체인의 원리를 폐쇄된 생태계 내부로 편입시키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자유, 개방, 공유의 정신은 유지될까
잘만은 “오픈소스의 경우 내 생각에는, 만일 오픈소스를 독점적인 상태로 유지하려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지적 재산이기도 하고 특히 기업이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했으며 오픈소스를 배타적으로 유지하고 싶어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는 산업의 수요에 의하여 오픈소스를 실험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구글 같은 기업들 모두가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것들을 오픈소스화했다. 시장 자체가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기념비적 오픈소스 프로젝트들로는 하이퍼레저(Hyperledger)가 있다. 하이퍼레저는 (IBM과 인텔을 포함하여) 2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협업 프로젝트로 “기업 등급 오픈소스 분산 원장 프레임워크와 코드 베이스를 마련한” 비즈니스 블록체인 솔루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오픈스택을 꼽을 수 있겠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플랫폼들은 갈수록 오픈소스화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은 배타적으로 남아 있겠지만 말이다.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이사 버트란드 델라크레타즈가 지적하듯, 오픈소스는 인프라 소프트웨어와 가장 잘 맞는 방식이며, (소프트웨어 스택의) 레이어 상단으로 갈수록 의견을 통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도입의 이러한 확산이 비즈니스와, 더 나아가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각에서는 오픈소스 개발의 민주적, 협업적 성격과 탈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 이상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깃허브나 기타 다른 오픈소스 시도들은 분명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과 투명성을 장려한다. 이는 지식을 자산으로 간주해 사적인 서클 밖에서의 공유를 엄격히 금지하는, 배타적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성들이다.
잘만은 “인류학적으로 볼 때 인간들은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5~10년 동안은 코드를 통한 협력이 어려웠다. 인터넷 연결이 너무 느리거나 약하던 시기도 있었고, 프로그래밍 언어가 달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툴이 등장하게 되면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여러 가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협력하고, 멋진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정말로 반 자본주의적인, 심지어 공산주의적인 개발 모델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기술도 결국 사회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말이다. 그런데 오픈소스로의 전환은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타인과 협력하고자 하는 본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실제로 협력하고 있고, 또 그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물이 탄생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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