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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픈소스 나침반, OSPO

support 게시글 작성 시각 2021-10-26 13:30:11 게시글 조회수 3141

기업의 오픈소스 나침반, OSPO

 

-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전통적으로 오픈소스 문화의 중심에선 개인 개발자와 커뮤니티가 있었다. 기업의 역할은 그런 개인이나 커뮤니티를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고 더 이상 기업이 오픈소스 업계의 뒷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기업용 오픈소스 기술을 만들고 사업을 운영하고, 사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오픈소스 기술로 적극 공개한다. 오픈소스 업계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OSPO(Open Source Program Office, OSPO)다. OSPO는 오픈소스 관련 업무를 집중적으로 하는 부서나 인력을 총칭하는 용어다. 이 OSPO라는 조직의 존재 유무는 기업의 오픈소스 전략을 좌지우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업의 오픈소스는 개인의 오픈소스와 다르다

 

오픈소스 기술에 익숙한 개발자라도 OSPO라는 개념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실제로 OSPO라는 용어 자체가 부각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테크 에반젤리스트(Technology evangelist)나 개발자 어드보킷(Developer Advocate)이라는 직군이 새로 생겨났듯이 오픈소스 업계가 커지자 새롭게 생긴 인력이 바로 OSPO다. OSPO 조직은 보통 기업 내에서 주로 오픈소스 사용과 기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거나 기술을 검수하며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관련된 교육, 마케팅 등도 총괄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오픈소스 지원팀이라 볼 수 있다.

 

OSPO 개념이 관심을 많이 받는 이유는 그만큼 기업들이 오픈소스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업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도입하는데 왜 개발팀과 별도로 오픈소스 지원팀까지 필요할까? 오픈소스 기술의 특성상 영리 목적으로 이용될 때는 새롭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생긴다. 예를 들어 만약 애플 개발자가 구글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애플의 서비스를 개선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페이스북 개발자가 구글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작은 오류를 발견해서 업무 시간 중에 구글의 깃허브 저장소에서 소스코드 개선요청을 올렸다면, 해당 개발자는 타 기업을 도와준 상황일까? 타사의 오픈소스를 이용해 자사 서비스를 개발하면 특허나 라이선스 침해문제는 없을까? 오픈소스 문화를 잘 아는 사람에게 이런 상황은 크게 문제 될 상황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 담당자 입장에선 해당 사항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SPO라는 조직이 있다. 기업이 오픈소스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한다. 특히 라이선스 사용이나 기여 방식을 만들고 보안팀, 법무팀의 조언을 바로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 오픈소스 개발이 보다 쉽고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해준다. 특히 기업이 오픈소스 사용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 소송에 휘말리거나 벌금을 낸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 내 누군가는 오픈소스 기술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OSPO라는 조직은 특허나 라이선스 위반 여부 관리 외에도 오픈소스 문화를 전사적으로 확산하면서 기업 문화를 바꾸거나 기술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도 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현재 OSPO 조직의 업무가 컴플라이언스 확인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OSPO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컴플라이언스(Compliance)팀, 거버넌스(Governance)팀, 라이선스(License)팀, 오픈소스 지원팀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어떤 경우든 일반적인 오픈소스 개발팀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가 아는 소위 오픈소스 친화 기업들은 OSPO 역할을 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리눅스 재단이나 이클립스 재단도 각각 ‘투두 그룹1)’, ‘OSPO 얼라이언스2)’라는 이름으로 OSPO 운영 확산과 기업 사례를 공유하는데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 OSPO 역할을 점점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OSPO 조직을 도입한 기업들

[사진1] 전세계 OSPO 조직을 도입한 기업들 (출처 : 투두 그룹 - https://todogroup.org/about/ )

 

 

OSPO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은?

 

 

리눅스 재단이 2021년 전세계 기업 1,100명을 대상으로 OSPO 인력과 관련된 설문 조사 결과 Announcing OSPO Survey 2021 Results,3)를 보면 응답자 중 58%가 기업 내 OSPO 조직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아직 OSPO 관련 전담 조직을 갖춘 비율이 낮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펴낸 '2020년 오픈소스 SW(OSS) 시장 동향 조사보고서4)'에 따르면 업종별 표본 1천여 개 기업에게 ‘라이선스 전담 조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8.4%만이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전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라이선스 전담 조직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수이긴 하나 최근 기업 내의 OSPO 도입 사례를 자세히 볼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오픈체인 KWG5)란 커뮤니티다. 오픈체인(OpenChain)은 리눅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기업 내에서 올바르게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적용하는데 필요한 조건과 문화를 명시하는 곳이다. 오픈체인에서 규정한 핵심 요구사항을 충족시킨 기업에 대해 별도로 인증서를 부여한다. 오픈체인KWG는 오픈체인 프로젝트 산하 한국 커뮤니티로 국내 기업들이 모여 오픈소스 도입 현황이나 업계 현황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이 커뮤니티에선 현재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전자,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소속돼있으며, 실제로 해당 기업들이 오픈소스 전담 인력을 잘 구축해 두었다.

 

오픈체인 참여 멤버 소속 기업들

[사진2] 오픈체인 참여 멤버 소속 기업들

(출처 : 오픈체인 KWG - https://openchain-project.github.io/OpenChain-KWG/about/member/)

 

오픈체인 참여 기업들을 살펴보면 기업마다 오픈소스 조직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문화가 각각 다르다. 먼저 사내 차원에서 오픈소스 기술 공개에 익숙하거나 오픈소스 기술 도입이 활발한 기업들이 있다. 라인플러스, 카카오, LG전자가 그에 속한다.

 

라인플러스의 경우 깃허브 계정에 올린 프로젝트 수가 99개다.6)그만큼 꾸준히 사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는 기업이다. 라인플러스 내부엔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와 교육 문화를 담당하는 ‘오픈소스 매니저’가 존재한다. 해당 인력은 개발 문화를 담당하는 디벨로퍼 릴레이션스7)팀과 라인의 자체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는 DX팀8)에 겸직으로 소속되어있다. 이런 환경 덕에 라인은 단순히 사내에서 직접 개발한 기술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만든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업무와 관련 있는 기술이라면 기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외부 오픈소스 기여를 통해 개발자의 역량이 신장되면 결국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9)

 

라인플러스의 개발 문화를 소개한 책에서10) 이서연 오픈소스 매니저는 내부 기술을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변환한 사례를 소개하며 “(라인플러스의 프로젝트는)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의무를 파악하고 대비하면서 개발이 이루어졌다”라며 “(라인플러스의 개발자들은) 오픈소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다시 오픈소스로 환원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졌다”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기업 내부에서 오픈소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라인의 오픈소스팀 인력은 라인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의 오픈소스 고지의무에 대해서 적극 관여하는 동시에 사내에 좋은 오픈소스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사내에서 오픈소스 공개를 원하는 팀이나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특허와 보안 검증을 일원화된 프로세스 속에서 제공해 오픈소스 개발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정기적인 오픈소스 라이선스 교육과 별개로 사내에서 오픈소스 개발을 경험하지 않은 개발자들을 위한 실습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11)

 

 

카카오도 오픈소스에 대한 이해와 투자가 높은 기업이다. 2020년 기준 카카오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2500여개의12)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깃허브 계정 기준으로 기업 차원에서 39개13)프로젝트를 직접 공개하는 등 오픈소스 생태계 기여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카카오가 만든 그래프DB 기술 ‘S2그래프14)’는 아파치 재단에서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로 선정될 정도로 외부에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사내용으로 개발했던 오픈소스 라이선스 검증 도구 ‘올리브15)’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카카오 오픈소스 공개 절차

[사진3]카카오에서 사용하고 있는 오픈소스

(출처 : OLIVE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오픈소스 관리 서비스)16))

 

올리브를 만든 개발자들은 현재 카카오에서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와 오픈소스 문화를 이끌고있다. 모바일 앱이 성장하면서 오픈소스 전담 조직 그리고 라이선스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져 2014년부터 오픈소스 관리 조직((현)오픈소스기술파트)이 생겼고 현재 6명의 인원이 핵심적으로 사내 오픈소스 정책과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황민호 카카오 오픈소스 어드보킷(Open Source Advocate)는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 전담 조직을 이용하면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라며 “카카오는 사내 오픈소스 관리 시스템인 올리브로 내부 오픈소스를 관리하며 일관된 오픈소스 관리 정책을 운영한다”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오픈소스 정책 방향은 ‘오픈소스를 잘 사용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는 가치를 지향한다. 이때 공개 정책을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오픈소스 기술이 구현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가 잘 짜여 있다. 가령 카카오에서 사내 기술을 오픈소스 개발로 전환할 때 담당 개발자는 그 배경과 목적, 오픈소스 공개 이후 운영과 활동 방안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 또한 초기 담당자가 퇴사해서 공백이 생겨도 해당 오픈소스 기술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담당자를 2명 이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원칙도 존재한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오픈소스 활동에 대해서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

 

카카오 오픈소스 공개 절차

[사진4] 카카오 오픈소스 공개 절차

(출처 : 카카오 Open Source Software 가이던스 17))

 

 

LG전자는 2007년부터 오픈소스 관련 전담 조직을 운영한 만큼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보유하고 있다. 조직 구조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SW센터 SW공학연구소 산하에 있는 '오픈소스 태스크' 라는 조직이 전사에서 따라야 하는 오픈소스 사용 및 기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교육, 조직구성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부 별로 따로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 담당 인력을 두고 있다. 2007년 리눅스 기술을 연구하던 오픈소스 태스크는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 동시에 각 사업부에서 별도의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임원진을 설득해 현재의 인력구조와 오픈소스 관리 시스템을 구성했다고 한다. 김경애 오픈소스 태스크 리더는 “오픈소스 라이선스는 새로 생기기도 하고, 오픈소스 버전에 따라 라이선스가 바뀌기도 하고, 소송 판례에 따라 오픈소스 프로세스를 보완해야할 부분이 생긴다”라며 “오픈소스 태스크는 중앙에서 오픈소스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면서 각 사업부가 공통으로 알아야 부분을 파악해 전달하며, 그로 인해 중복되는 일을 없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LG 오픈소스 공개 절차

[사진5] LG전자의 오픈소스 담당 인력 구조.

OSPO역할을 SW센터 SW공학연구소 산하 오픈소스 태스크가 하고 있다. (출처 : LG Open Source Guide18))

 

 

LG전자는 특히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 관리 분야에서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한국에서 최초로 오픈체인 인증을 받아19) 글로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정책과 문화를 구현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쓰던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 관리 도구인 ‘포스라이트(FOSSLight)20)’도 직접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했다. 팀 내부에서 오픈소스 생태계 기여하고자하는 목소리가 높아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포스라이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기술은 소스코드와 디펜던시 등을 분석해주는 ‘스캐너’와 오픈소스와 라이선스, 보안취약점 그리고 프로세스까지 관리해주는 ‘허브’로 나뉜다. 김경애 리더는 “한글 가이드라인도 제공하고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이용하기 좋을 것”이라며 “허브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할 때 쓰기 적합하며, 향후 1인 기업이나 소규모 회사를 위해 기능을 단순화한 버전도 따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포스라이트 스캐너의 경우 LG전자와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의 기술을 점검하는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경애 리더는 “LG전자에게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기업들이 오픈소스 라이선스 요건을 잘 지켜주실 때 LG전자의 컴플라이언스 관련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라며 “포스라이트를 오픈소스 기술로 공개해 협력업체들과 같이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와 관련해서 전담조직을 만들지 못한 상황이긴 하나 사실 조직이 있어도 인력을 축소시키거나 담당자를 자주 바꾸는 경우가 있다. LG전자는 그와 달리 오랫동안 관련 인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고 그만큼 내부 인력의 전문성이 높은 상태라 한다. 김경애 리더는 “이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반복적이고 검증 툴만 돌리는 식의 일이었다면 흥미를 잃었겠지만 실제 업무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오픈소스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트랜드가 변하기 때문에 관련 인력은 이를 꾸준히 습득해야 하며 코드 분석 결과에 따른 가이드를 제공해야 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LG전자 자체가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왔다”라며 “기업의 지원과 더불어 비전을 갖고 일하다보니 관련 인력들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기고 글로벌 수준의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태스크는 앞으로 오픈소스 사용 외에도 기여 문화를 확산하는데도 힘쓸 예정이다.

 

LG 오픈소스 공개 절차

[사진6] LG전자 오픈소스 사용 절차.

LG전자 오픈소스 전담 인력들은 내부 직원이 오픈소스 사용이나 기여 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고 라이선스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출처 : LG Open Source Guide21))

 

 

위 기업들이 개발자 집단에서 OSPO 조직을 꾸렸다면 CTO 직속 산하팀이나 특허팀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관리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2017년부터 임원진의 요청으로 CTO 직속 산하 TS실에서 오픈소스 전담 인력을 꾸렸다. 이때 담당자는 오랫동안 HR 조직에 몸담았던 한지호 실장이 맡아 총 3명이 오픈소스 지원 업무 외에도 여러 업무를 겸직하면서 유동적으로 업무량을 조절하고 있다. CTO직속 산하 조직으로 구성된 덕에 엔씨소프트 오픈소스 조직은 상부의 의사결정을 받고 실행하는 사이클이 빨랐으며 비교적 수월하게 오픈소스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오픈체인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 되었다.22)

 

한지호 TS실 실장은 “오픈체인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만 잘 따라해 본다면 우리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수준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년간 투자해서 오픈체인 인증을 받았다”라며 “외부 사례와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정책을 수립했지만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사내 주요 개발자와, 오픈소스에 관심이 많은 직원, 평소 문의를 많이 하는 개발자들의 인터뷰하고 함께 리뷰를 하면서 자사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했다”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오픈소스 정책 방향은 사내 개발자들이 컴플라이언스 관련 사항을 번거롭게 느끼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 개발자들이 소스코드 개발에만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엔씨소프트 개발자가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고 싶을 때는 스스로 라이선스를 검토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겪었다. 현재는 TS실이 오픈소스와 관련해 공식 문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법무팀과 함께 라이선스와 의무사항을 검토하고 문의사항에 대해서는 24시간 안에 개발자에게 답변해주고 있다고 한다. 오픈소스 조직이 생긴 이후 엔씨소프트는 회사에서 사용 중인 모든 오픈소스를 담당 부서가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특정 오픈소스 기술의 취약점이 발견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향후에는 사내에서 사용 중인 오픈소스 목록들을 모두 모아서 오픈소스 DB를 만든 다음 사내 개발자라면 누구나 검색하고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엔씨소프트가 현재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16개 23)로 ‘언리얼JS’ 24)나 타겟 지표(일 매출, DAU 등)에 대한 프로모션 효과를 측정 및 비교하기 위한 ‘프로모션 임팩트’25)라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TS실에서 직접 사내에서 진행한 오픈소스 라이선스 강의26내용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하기도 했다. 한지호 실장은 “사내에서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싶다는 의견이 접수되면 내부 심의를 거쳐 오픈소스 공개를 결정하며 까다로운 기준이 있지는 않다”라며 “이제까지 접수된 건들은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되었으며 앞으로 게임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코드들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p>

 

여기에 엔씨소프트 개발자는 업무 외에 개인적인 오픈소스 활동에 대해서도 최대한 자율권을 보장받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프로젝트나 회사 이익에 반하는 프로젝트만 아니라면 자유롭게 외부 오픈소스에 기여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한지호 실장은 “기여 활동에 대해 회사에서 너무 관심을 가지게 되면 개발자들은 그것을 간섭이나 통제로 느낄 수도 있기때문에 저희는 기여 활동에 대해 문의가 오면 답변하는 정도로 최소한의 가이드만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OSPO 조직은 단순히 컴플라이언스 전략을 구축하는 것보다 가이드라인을 사내에 알리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엔씨소프트도 사내에 해당 가이드라인을 전파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를 해결하기 여러 노력을 했다. 가령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 확산을 위해 별도의 홍보물이나 온라인 강의를 만들거나 사내 게시판에 별도의 지식 공유 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오픈소스교육

[사진5] 엔씨소프트는 내부 교육을 통해 오픈소스 라이선스에 대한 인식과 기여 및 사용 가이드라인 알리고 있다. 

(출처 : 오픈체인 KWG 공유자료27). 교육을 통해 실제 개발자들의 라이센스 인식이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는 R&D 연구소 내 특허 등을 관리하는 지적재산(IP)관리 조직이 오픈소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에 힘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오픈 인벤션 네트워크(Open Invention Network, OIN)28’라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오픈소스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OIN는 업계별로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 및 특허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단체로 당시 많은 자동차 업계 특허 담당자들이 이 단체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OIN 가입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는 2019년부터 TF조직을 만들어 오픈소스 사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업계는 수많은 부품 업체들과 함께 일하는 특성을 가지며 이로 인해 오픈소스 관리 측면에서 자사 기술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의 기술 또한 검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업무협약을 통해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 관리를 위한 라이선스 검증을 지원 받고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 공개SW 거버넌스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상생협력 및 공동 인식 제고 활동을 추진하기로 하였다.29 현대자동차는 이번 협약을 통해 신규로 출시되는 차종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오픈소스 검증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0여개 기업 이상의 오픈소스 라이선스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30

 

 

 

대학과 정부에도 OSPO가 필요하다

 

해외에선 이미 수많은 IT 기업에서 OSPO가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학과 정부 기관에서도 OSPO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31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대학 내 OSPO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연구결과물을 오픈소스화될 수 있도록 돕고, 타 부서끼리 오픈소스라는 매개체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오픈소스 교육을 대학 전체에 확대하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교32 역시 2020년부터 OSPO를 만들고 학교 전체에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하드웨어, 학습 자료, 연구자료를 오픈소스 기술로 생성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트리니티대학33은 기업 파너트너십 및 지식개발 담당 부서 산하에 OSPO 조직을 신설해서 트리니티 대학 내 오픈소스 확산 문화를 주도하고 관련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미국과 유럽 공공 기관들은 이미 오픈소스 도입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이나 컨설팅을 제공하는데 오랫동안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연방조달청 산하 조직34을 중심으로 오픈소스 도입과 관련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과거 비용절감이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오픈소스 기술에 도입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면, 최근엔 EU 집행위원회가 직접 OSPO35를 설립하는 등 정부 기관 내 OSPO 조직을 만들려는 노력도 함께 늘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역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오픈업이 OSPO 역할을 하며 오픈소스 기술이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해외 국가들이 공공기관들의 오픈소스 도입이나 조달 문화에 집중한 것에 반해 한국은 공공기관의 오픈소스 문화뿐만 아니라 위의 현대자동차 사례처럼 민간 기업들의 오픈소스 도입을 돕는데도 많은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육성하는 것을 넘어 기업 내 오픈소스 관리자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36도 직접 운영하였다. 교육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카카오, 라인플러스와 함께 기업 내 오픈소스 도입 방향 지침을 정리한 ‘NIPA 기업 공개 소프트웨어 거버넌스 가이드37)’를 만들었으며 다음달에 공개할 예정이기도 하다.

 

 

 

※ 참고 문헌

 

공개SW 가이드/보고서 - 번호,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
번호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
공지 [2024년] 오픈소스SW 라이선스 가이드 개정판 발간 file support 4623 2024-01-03
공지 [2024년] 기업 오픈소스SW 거버넌스 가이드 개정판 발간 file support 3757 2024-01-03
공지 [2024년] 공공 오픈소스SW 거버넌스 가이드 개정판 발간 file support 3730 2024-01-03
공지 공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실무 가이드라인 배포 file support 16195 2022-07-28
공지 공개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수행 가이드라인 file OSS 16002 2018-04-26
401 기업의 오픈소스 나침반, OSPO support 3141 2021-10-26
400 [9월 월간브리핑]국내외 오픈소스 동향 및 개발자·기여 활동 현황 support 1981 2021-09-29
399 [기고] 오픈소스를 통해 진정한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한 조언 support 2537 2021-09-27
398 국내외 오픈소스 개발자 및 기여현황 support 9211 2021-09-27
397 [기고] 메타버스와 오픈소스 support 8883 2021-08-25
396 [8월 월간브리핑] 메타버스 열풍 속 오픈소스 프로젝트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 support 2232 2021-08-24
395 메타버스로 날개 단 오픈소스 프로젝트 support 5874 2021-08-23
394 [7월 월간브리핑]오픈소스 유니콘 기업 출연으로 OSS 인식전환 및 국내 창업 생태계 확산 기대 1 support 1800 2021-07-27
393 오픈소스로 유니콘 기업이 되다 support 2875 2021-07-27
392 [기고]오픈소스로 여행해보려는 창업가를 위한 안내서 support 2115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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