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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오픈소스 문화, 개발과 협업의 찰떡 궁합

support 게시글 작성 시각 2020-08-24 18:13:46 게시글 조회수 3132

게임 속 오픈소스 문화, 개발과 협업의 찰떡 궁합

 

-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 특징 기능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를 창조하고, 음악과 연출까지 들어가니 전통적인 개발과정보다 더 다양한 기술들이 결합되곤 한다. 여기에 하드웨어 기술, VR/AR, 머신러닝, 3D 그래픽 등 최신 기술들이 왕성하게 쓰이는 곳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픈소스 기술은 어떨까? 게임은 지적재산권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분이 많아 기술 공유에 소극적일 것 같지만 이미 게임과 관련된 뒷단 기술들에 오픈소스 기술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다. 또 개인부터 기업까지 오픈소스 기술 개발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IT 업계 전반적으로 오픈소스 기술이 확산되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면도 있겠지만, 게임업계 스스로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고 장려한 덕도 크다. 여기에 금전 및 마케팅 후원을 지원하는 문화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게임분야 오픈소스 개발하면 지원금을 드립니다”

 

먼저 게임 업계의 큰형님 에픽게임즈를 보자. 에픽게임즈는 ‘기어스 오브 워’부터 ‘인피니티 블레이드’까지 여러 대형 게임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기업이자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 기술 방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게임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여러 정책을 시행한바 있는데 특히‘에픽 메가그랜트’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에픽 메가그랜트는 게임 관련 기술과 교육 자료를 만든 기업과 개인에게 후원금을 주는 제도다. 이는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이 크게 흥행한 뒤,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1) 지원금을 받는 대상은 게임 개발자,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창작가, 학생, 교육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다. 후원금 규모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고, 내부 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각각 다르게 지급된다. 대부분 언리얼엔진과 관련된 창의적인 게임이나 혁신적인 작품을 만든 이들에게 수여하지만, 오픈소스 기술과 관련해서는 언리얼 엔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게임 및 3D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에픽 메가그랜트

 

사진1 에픽 메가그랜트 (이미지 출처 에픽 메가그랜트 홈페이지 )

 

대표적으로 언리얼엔진의 경쟁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픈소스 게임 엔진 고도엔진이 에픽 메가그랜트 지원대상 기술로 뽑혀 25만 달러(약 2억9천만원)원을 받았다. 오픈소스 기반 3D 그래픽 제작 소프트웨어인 블랜더도 에픽 메가그랜트을 통해 120만달러(약 14억원)을 받기도 했다. 블랜더는 실제 상업용으로 배급되는 애니매이션이나 3D 영화 제작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사실 오픈소스 기업이나 단체가 외부 벤처 캐피탈에게 투자를 받는 사례는 가끔씩 존재했다. 하지만 에픽 메가그랜트처럼 순수한 지원금 형태로 주는 방식은 드문 편이라 의미가 있다. 즉 에픽 게임즈에게 지원금을 받은 뒤 주식이나 지적재산권을 공유할 필요없는 것이다. 기술 방향에 대해서도 따로 상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지원금을 받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할지도 지원자가 결정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2019년부터 에픽 메가그랜트를 시작했으며, 여기에 총 1억달러(약 1180억원) 예산을 투입했다. 이 금액이 소진 될때까지 전세계 지원자를 무제한으로 받는다고 발표했는데, 2020년 7월 기준으로 600여개 개발자 및 기업에게 4200만달러(약 497억원)을 제공했다고 한다. 현재도 한국을 포함해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에픽 메가그랜트에 지원할 수 있다.

 

메가 그랜트와 별개로 에픽게임즈는 오픈소스 업계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인바 있다. 2015년부터 핵심 기술인 언리얼 게임 엔진4의 소스코드를 모두 깃허브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가격정책도 변경해 인디게임 개발자나 규모가 작은 게임 기업들이 언리얼 엔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하고 대형 유료 게임의 수익금의 5%를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창업자이자 현 CEO는 개발자 출신으로서 안드로이드, 리눅스 등 오픈소스 기술에 대해 여러 발언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2)

 

에픽게임즈와 비슷하게 오픈소스 게임 분야를 후원하는 또 다른 기업이 있으니 바로 모질라 재단이다.모질라는 비영리 성격의 기업으로서 특히 웹과 관련된 오픈소스 분야에서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게임 분야 역시 웹과 게임을 연결해주는 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는 종료됐지만 ‘게임 온(Game On)’이나 ‘글로벌 스프린트(Global Sprint)’라는 이름의 경연대회를 주최해 게임 개발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금전적인 후원도 2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먼저 ‘모질라 오픈소스 서포트 어워드(Mozilla Open Source Support Awards, MOSS)’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선 ‘인터넷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오픈소스 기술에 1만달러에서 25만달러(약2억9천만원) 규모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여기에서도 게임관련 기술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오픈소스 HTML5 게임엔진인 ‘페이저’란 기술은 2017년 MOSS프로그램으로 5만달러(약6천만원)를 지원받았으며, 이 기술은 지금도 데스크톱과 모바일 게임을 만들 때 활용되곤 한다. 오픈소스 게임엔진 고도엔진도 모질라에게 2만달러 지원금을 받았으며, 비슷한 게임엔진인 아메시스트도 1만달러를 지원받은바 있다. 아메시스트는 데이터 기반 오픈소스 게임엔진인데 모질라재단이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인 ‘러스트(Rust)’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랜트포더웹

사진2 그랜트포더웹 (이미지출처 )Coil Technologies)

 

모질라재단은 MOSS 외에도 2019년부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일테크놀로지가 함께 웹 기반 콘텐츠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결제 기술을 지원하는 ‘그랜트포더웹(Grant for the Web)’이라는 후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 뽑히면 여러 기술적인 지원이나 후원금을 받는데, 후원금 금액은 총 1억달러(약 1100억원)이다. 스웨덴에서 만든 오픈소스 게임엔진 디폴드나 HTML5기반 인디게임 개발 스튜디오 엔클레이브 게임즈 등이 이 프로그램의 후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도 만나고 게임도 만들고, 게임 잼(Jam) 속의 오픈소스

 

이번엔 금전적인 후원이 아닌 오픈소스 개발 문화를 만드는 기업들을 보자. IT 업계에서는 ‘해커톤’이란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사내 대회이든, 외부 대회이든 IT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자 경연대회를 뜻한다. 게임업계에도 해커톤이 존재하는데 조금 다른 용어인 ‘게임 잼(Game Jam)’를 더 자주 사용한다. 원래 잼(Jam)이란 재즈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합주하는 과정을 말한다. 게임업계는 이 용어를 차용해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예술가 등이 모여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곤 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을 게임잼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게임 기업이나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게임잼을 여는 것을 볼 수 있다.

게임잼은 보통 주최 측에서 주제나 테마를 제시하고, 짧으면 이틀 길게는 몇주간 개발 기간을 정해놓고 게임을 만드는 형태다. 이후 평가단을 통해 순위를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다. 평가단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참가자들끼리 투표해 우승 작품을 선정하기도 한다. 게임잼 참여자들은 아무래도 개발 기간이 짧다보니 기존에 있는 엔진이나 오픈소스 기술을 많이 활용한다. 자연스레 오픈소스 업계가 게임잼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게임잼 행사 덕에 오픈소스 게임 기술들이 많이 사용되면서 동시에 오픈소스 게임이 더 많이 배포되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깃허브는 2012년부터 연례행사로 ‘게임오프(Game Off)’라는 게임잼 주최하고, 게임잼에서 높은 인기를 끈 게임들을 홍보해주고 있다. 첫해에는 인기게임을 만든 다섯 개발자에게 아이패드를 상품으로 주었지만 이후에는 따로 상품없이 온라인 축제처럼 게임 오프를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에게 주어진 개발 시간은 약 1달이며 수백개의 작품이 여기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사례를 보면 개발 테마가 ‘Throwback(과거의 것과 비슷한 것이란 뜻)’였으며, 게임잼 종료 후 레트로 스타일 게임들이 200여개 개발됐다.

 

깃허브 게임오프

사진3 깃허브 게임오프 (이미지 출처The GitHub Blog)

 

게임오프 참가자들은 무조건 오픈소스만 이용하거나 만든 게임결과물을 오픈소스로 배포할 필요는 없다. 단 깃허브는 행사 소개 페이지에선 유용한 오픈소스 게임 툴을 소개하고 있고, 개발과정에서는 깃(Git)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꼭 프로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오픈소스 게임을 개발하면서 개발 지식을 쌓으려는 초보 개발자들도 게임잼에 많이 참여한다.

 

깃허브는 자사 게임잼 외에 오픈소스 사용이 많은 게임잼들을 적극 홍보해주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GMTK 게임잼, 루던 데어 게임잼에서 만들어진 게임과 그 안에서 사용된 오픈소스 게임기술을 블로그에 게시해주고 있다.

 

오픈잼

사진4 오픈잼 (이미지 출처 itch.io)

 

오픈소스 기업인 레드햇 역시 비슷한 게임잼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도 ‘오픈잼’이다. 오픈잼은 2017년부터 매년 레드햇 산하 언론사 오픈소스닷컴과 레드햇 소속 두 엔지니어가 주도해서 개최하고 있다. 72시간동안 정해진 주제에 맞춰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해보는 행사인데, 이들도 깃허브처럼 오픈소스 기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기술을 선택해 게임을 개발하도록 열어두었다. 다만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면 추가 점수를 얻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오픈소스 카르마(Karma, ‘업보’라는 뜻) 포인트’라고 표현했다. 즉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엔진 등 관련 기술을 몇 개 사용했는지, 리눅스나 웹처럼 오픈 플랫폼에서 게임이 작동이 되는지, 깃허브나 깃랩같은 저장소를 잘 활용한 사람에게 보너스 점수를 준다. 소스코드 말고 게임에 활용되는 음악이나 이미지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활용한 작품을 쓰는 걸 권장하고 있다.

 

오픈잼 결과물에 평가는 참가자들끼리 진행하는데 가장 투표를 많이 받은 게임은 오픈소스 컨퍼런스인 ‘올 띵스 오픈’에서 게임 홍보 기회를 얻게 된다. 2019년도에는 옛날 오락실 게임기같은 느낌으로 하드웨어를 연결해주는 부상을 주기도 했다.

 

오픈잼

사진5 오픈잼 우승자 작품을 아케이드 하드웨어에 연결한 모습 (이미지 출처 오픈소스닷컴)

 

게임잼 중에 인기가 높은 또 다른 행사에는 ‘글로벌 게임잼(Global Game Jam)’이 있다. 글로벌 게임잼은 2009년 국제개발자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에서 내부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게임잼을 운영하다가 그 인기가 워낙 높아 아예 비영리기관을 설립하고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중이다.

 

글로벌 게임잼은 국제행사이나 모두가 같은 장소에 모이는 것이 아닌 각 나라에 참가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주말 48시간동안 진행된다. 한국 개발자들도 꽤 참여하곤 하는데 2020년 행사에는 118개국 900개 공간에서 참여자들이 모여 게임을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참가 인원은 약 4만8천명이었으며, 이로 인해 개발된 게임개수는 9600여개로 규모면에서 손꼽히는 게임잼이다.

 

글로벌 게임잼

사진6 글로벌 게임잼에서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들 (이미지 출처 글로벌 게임잼 홈페이지)

 

글로벌 게임잼은 다른 게임잼과는 구별되는 특징들을 가진다. 먼저 이들은 이 대회를 경쟁 형태로 보지 않고 배움과 협업이 이뤄지는 행사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참여자들 중에 초보자나 교육자가 많으며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있다. 다른 대회가 컴퓨터게임을 만드는데 비해 이곳에선 보드 게임도 만들기도 하고, 청소년 참가자를 위한 게임잼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모든 게임은 오픈소스 기술을 추구하고 반드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하에 배포돼 외부 사용자들이 저작권 걱정 없이 게임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 게임 개발은 협업의 연속이며, 그 어느 분야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그런면에서 오픈소스 문화는 게임업계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이미 많은 게임 기업들이 직원들을 뽑을 때 오픈소스 기여 활동이나 오픈소스 프로젝트 개발 경험을 확인하곤 한다. 위와 같은 지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게임업계의 오픈소스 생태계는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이 기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Open UP과 이지현 IT전문기자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사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Open UP에 의해 작성된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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