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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SW 활용 성공사례

“타이젠은 모바일이 아니라 IoT 플랫폼이에요"

 

*김재희/티코노비 IT칼럼리스트/편집장

 

‘호부호형을 못하고…” 인터뷰 중 뜬금없이 소설 홍길동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홀로 십여년 이상을 오롯이 개발/투자한 공개SW 타이젠(TIZEN) 프로젝트를 두고 한 말이다. 지금까지 왜 삼성이 타이젠을 고집스럽게 포기하지 않았는지는 삼성전자 제품군에서 타이젠이 차지하는 비중만 알아도 쉽게 납득이 간다.

“타이젠은 모바일이 아니라 IoT 플랫폼이에요"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소속 손기성 수석이 어렵사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타이젠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극비 내용이 아님에도 쉽사리 첫운을 떼지 못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타이젠이 모바일로 비춰지는 바람에 생긴 일종의 생체기였다.

 

물론 타이젠은 포괄적인 의미로 본다면 모바일도 대응이 가능한 운영체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IoT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게 핵심 골자다. 예를들어 안드로이드나 iOS 경우 거의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에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이젠은 태생부터가 다르다. 개발을 전담한 곳이 바로 하드웨어를 만드는 삼성전자였으니까. 모바일은 그 중에서 작은 부분에 속할 뿐이다. 그런데 ‘모바일'이라는 단 한개의 키워드가 그동안 타이젠을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타이젠은 모바일에서 실패한 운영체제’라는 말은 역시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 타이젠을 개발했다. 삼성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 맞게끔 최적화가 가능한 유연한 플랫폼이 되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손 수석은 “IoT 책상이 필요하다면 그 패키지만 가져다가 만들면 되는 레고 블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IoT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블록화(모듈) 시켰다고 말했다. 만들고 싶은것을 생각대로 구현하고 필요한 부품만으로 조립이 가능한 쉽고 빠른 운영체제 개발이 목표였다.

 

TIZEN

▲각각의 기능을 블록처럼 구성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물론 우분투 같은 다른 운영체제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가지 차이점을 꼽자면 개발 시간. 다른 운영체제는 검증 과정에만 몇년이 걸릴 정도로 시간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개발환경으로 따져봤을 때 비효율적이란 얘기다. 반면에 타이젠은 이런 과정을 불과 십여 분만에 해결할 수 있다.

 

전용 개발툴을 이용하면 간단한 하드웨어 환경 세팅과 필요한 기능을 체크하는 것 만으로 최적화된 운영체제를 뚝딱 만들어 낸다. 물론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누구의 허락도 필요없이 무료로 쓸 수 있는건 당연하다.

 

기술적 검증은 완료, 1억대 이상의 기기에서 사용중

시장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기반으로 많이 개발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검증 과정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손 수석은 말한다. 타이젠은 이미 전세계 1억대 이상 판매되어 실제 검증 과정을 마쳤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출시하는 모든 TV에는 타이젠 OS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타이젠을 바라보는 미디어와 시장은 여전히 타이젠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문제다. 잘 나가고 있음에도 실패한 OS라는 낙인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결정적 이유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가 양분한 상황으로 레드오션이다. 이 분야를 염두하고 타이젠이 뛰어든 게 아니었다. 손 수석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 분야는 이미 상황 종료’된 시장이었다.

 

타이젠이 겨냥한 다음 세상은 IoT였다. 본격적으로 타이젠을 IoT 플랫폼에 적용하기 시작한건 지난 2016년 출시한 타이젠 3.0부터. 지난해는 IoT 기기의 커스터마이징 성능을 강화한 타이젠 4.0을 출시했고 올해는 AI를 추가한 인텔리전스 서비스 플랫폼인 타이젠 5.0을 런칭했다. 소스코드 개발은 이미 완료했지만 본격적인 제품 적용은 내년부터다.

 

깃허브(GitHub.com/eksson/Tizen-Lecture)에 올라온 자료를 토대로 타이젠 플랫폼의 장점을 요약하자면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하드웨어/플랫폼 요구사항으로 제조사가 요구하는 사항은 3가지다

1. 이미 상용화된 플랫폼인가?

2. 빠른 개발 환경과 커스터마이징 환경(SDK)을 제공하는가?

3. 낮은 하드웨어 사양에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가?

 

타이젠은 전세계 1억대 이상의 기기에 탑재된 상용 OS 플랫폼인 만큼 검증 과정은 끝났다고 보는게 맞다. 가전에서는 시장 점유율로 가장 높은편에 속한다. 또한 상용 하드웨어 플랫폼인 아틱(ARTIK)을 기본으로 지원하고 교육용 라즈베리 파이 같은 하드웨어를 동시에 지원해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가능하다. 갤럭시 워치에 타이젠을 탑재한 이유 역시 낮은 하드웨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TIZEN

▲ End-to-End IoT Solution

 

커스터마이징된 타이젠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래프트룸(Craftroom.tizen.org)에 접속해 계정을 생성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원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고르고 추가할 기능을 체크하면 온라인 상에서 10분 만에 최적화된 OS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걸 다운로드 받아서 타이젠-스튜디오를 통해 하드웨어로 옮기면 타이젠을 쓰기위한 모든 과정은 끝난다.

 

앱(app)의 경우 개발 환경과 클라우드 연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1. IoT 앱을 쉽고 빠르게 개발 할 수 있는가?

2. 다른 기기나 클라우드 등에 쉽게 연결이 가능한가?

 

타이젠은 C#을 이용해 앱 개발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C#이 JAVA보다 성능이 높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이고 기술적인 완성도 역시 우월한 편이다. 하지만 타이젠의 메인 언어는 C와 C++다. 국내에는 개발자의 수도 적고 접근하기는 어려운 언어지만 성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다. 게다가 임베디드 시스템에 대한 ‘하드웨어 이식성’이 가장 높다. IoT 디바이스의 특성상 저사양의 하드웨어에서 빠른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타이젠이 지원하는 언어는 타이젠 스튜디오(C, C++지원), 비주얼 스튜디오(C# 지원, MS, .NET 오픈소스 환경), Xamarin(크로스드 플랫폼), unity(게임) 환경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참고로 x86 기반의 닷넷은 MS가 개발하고 ARM 기반은 타이젠이 개발한다.

 

스마트팅스(SmartThings)는 IoT 통합 컨트롤 앱이다. 기존 IoT 기기와 새로운 플랫폼과의 이종결합을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들어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의 조합이 불과 몇시간 만에 가능하다. OCF라는 프로토콜이 이를 연결하는 주축이 되고 IoTivity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제작한다.

 

전체 플랫폼을 타이젠이라 통칭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구분하는 잣대는 적용되는 하드웨어 플랫폼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첫번째는 덩치 큰 플랫폼에 타이젠을 적용했을 때다. 예를들어 디스플레이가 달린 제품에는 타이젠 플랫폼이 적용(TV, 냉장고, 로봇청소기 등)된다. 두번째는 저사양 디바이스 대응할 때다. 타이젠 RT(리얼타임)는 디스플레이는 없는 저사양 단순 디바이스에 주로 적용(냉장고, 세탁기 등)되는 플랫폼이다.

 

타이젠 RT는 실시간으로 움직이기 위해 가벼워야 한다. 세탁기, 에어컨, 오븐, 인덕션… 2MB RAM 이하로 크기까지 규정하고 있다. 추후 음성지능 플랫폼인 빅스비가 타이젠 RT에 탑재될 예정이다. 전세계에 RT 플랫폼은 많지만 AI나 음성인식까지 대응가능한 플랫폼은 아직까지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오픈소스라 누구나 쓸 수 있다. 추가로 타이젠팅스가 있다. 타이젠을 지원하는 각종 모듈(무선, 센서 등) 제조사가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기기에 올라가는 플랫폼이다.

 

타이젠 리뷰(Review.tizen.org)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타이젠이 적용되고 있는 프로젝트와 관련 개발 코드를 볼 수 있다. 자신 있으니까 이렇게 전부 다 공개한다는 뉘앙스다.

 

누구나 사용 가능한 공개SW 타이젠

기업이 개발해 상용화한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iOS, 타이젠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알다시피 안드로이드와 iOS는 오픈소스가 아니다. 사용하기 위해서는 구글이나 애플의 허락이 있어야만 그들이 구축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반면에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협력관계가 없더라도 누구나 협의없이 활용 가능하다. 타이젠이 오픈소스를 지향하는 리눅스 파운데이션에 속해 있어서다. 그래서 가장 경쟁구도에 있는 운영체제로 우분투를 꼽는다. 물론 기술지원이 가능하고 커스터마이징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 타이젠 뿐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지금까지 설명만으로도 타이젠의 매력을 찾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장점 한가지가 남아있다.

 

오픈소스로 개발해 소유권은 없지만 타이젠은 삼성전자, 그러니까 한국에서 개발하는 토종 운영체제다. 서초구 우면산에 자리잡은 삼성 리서치에 모두 모여서 개발 중이다. 만일 한국에 있는 제조사가 타이젠을 쓴다면 천혜의 개발 환경을 지닌 셈이다.

 

메일도 한국어로 보내고 통화도 한국어로 할 수 있는건 물론이고 이밖에 타이젠과 관련된 모든 지원을 한국에서 받을 수 있다. 손 수석은 이를두고 “책으로 치면 저자 직강과 같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운영체제처럼 유명 개발자의 방한을 손꼽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손 수석은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인지도가 조금 낮다는 것" 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다시 억울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세상 사람들이 타이젠을 모바일 OS로 바라보고 있어서도 있지만 시쳇말로 ‘호부호형'이 어려워서라고. 그동안 삼성이 타이젠 홍보에 미온적인 이유다. 삼성 입장에서 본다면 필요에 의해 타이젠을 개발했지만 결국은 하드웨어 제조사다.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 보다는 완제품 홍보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모바일이 아닌 IoT, AI 같은 다음 세대를 준비 중

 

타이젠은 모바일 운영체제를 통해 새판을 짜는 게 쉽지 않겠다는 판단 아래 시작한 프로젝트다. 삼성 입장에선 IoT 를 기반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플랫폼이 필요했으니까. 이를두고 손 수석은 타이젠의 진정한 존재의 이유라 말한다.

 

“10년 이상 토종 운영체제 개발에 이렇게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에 있을까요?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죠. 단순히 애국심에 기댈 게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을 따져보자는 겁니다"

타이젠 보다 좀더 억울할 바다를 생각해 보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도 있듯이 지금은 이전보다 바다의 ‘존재의 이유'가 보다 명확해졌다. 한마디로 과도기적인 플랫폼이었다. 스마트폰이 몰고온 대격변의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플랫폼이라고 해야할까.

 

TIZEN

▲ TIZEN Evolution

 

그 당시만 해도 모든걸 갈아엎기 쉬운 환경이었다고 손 수석은 회상했다. “아마 지금도 바다를 고집했다면… 사실 바다는 플랫폼도 운영체제도 아니거든요. API만 모여있는 프레임웍에 불과했죠" 바다를 포기한건 그 시절 2G 피처폰이 3G 환경의 스마트폰 환경으로 넘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바다 역시 타이젠이 대부분 흡수했다. 상당기간 바다가 타이젠 환경에서 구동됐고 실제 사장된지는 얼마 안됐다. 하지만 바다가 있었기에 타이젠이 태어날 수 있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바다 개발자 상당수가 타이젠 개발자인 것 역시 그 방증이다.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를 제외하곤 모두 AOSP 5.0 플랫폼에 기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대다수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는 상태죠. 우리에겐 그들이 기회라고 보고 있어요. 물론 익숙한 플랫폼을 버리고 우리에게 오는 것 또한 녹록치는 않겠지만요"

 

지금 AI도 스마트폰 앱 개발 붐이 일던 시기와 비슷하게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타이젠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둔 채 대한민국 기업체와 개발자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야만 바다와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iOS 개발… 솔직히 해외 프랜차이즈 창업 아닌가요? 타이젠이야 말로 진정한 로컬 창업이죠”

 

손 수석은 대한민국 개발자는 모두 백종원이 돼야 하는데 일개 가맹점 사장이 되려 하는 국내 개발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앱 개발자는 API 사용자, API는 프랜차이즈의 레시피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편의점처럼 운영만 하는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수익은 물건을 공급하는 플랫폼이 다 챙기는 게 현실인 까닭에서다. 현재로썬 이런 플랫폼 사업을 미국을 제외한 어느곳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실패한 토종 운영체제’ 오명을 떠안고 오롯이 10년 이상 꾸준히 진화중인 타이젠만이 유일하게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 공개SW역량프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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