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브리핑] 지구에서 개발자로 산다는 것
2013년 08월 31일 (토)
ⓒ ITWorld, 편집부 | ITWorld
개발자의 삶은 어떤 점에서 매우 모순적이다. 0과 1로 구성된 가상의 세계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리지만, 정작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특히 국내 개발자들의 여건은 IT 구인난이 심각해 정년 은퇴한 개발자까지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미국과 더 비교된다. 하지만 현실에 굴복할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경력을 쌓아가면서 차분하게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 활동의 거의 모든 부분에 IT 기술이 적용되면서 대부분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필요한 IT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IT 직종 가운데서도 특히 구인 수요가 많은 분야가 있는데, 미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 프로젝트 매니저, 시스템 관리자, 데이터베이스 개발자 그리고 모바일 분야 인력은 서로 모셔가려고 경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많다는 것과 실제 개발자 삶의 질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야근이 대표적인데,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IT 기업들이 사내에 솜씨 좋은 주방장을 채용하고 고급 의자를 비치하는 등 편안한 근무환경을 만든 것도 직원들을 사무실에 최대한 붙잡아 두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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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노동강도는 지금은 널리 알려진 유명 IT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겪었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는 삶을 살았고 스티브 잡스도 새벽까지 일하는 것이 예사였다고 한다. 물론 이들은 지금 속한 회사에 상당한 지분이 있거나 혹은 사실상 자기 회사다. 그들이 연봉 계약직이었어도 그렇게 일했을까 싶지만, 중요한 것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IT 업계에 야근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노동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보상 중 하나가 연봉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IT 직종 중 임금이 높은 상위 3개 직종은 CIO, CTO, IT 부문 부사장인데 이들의 올해 평균 연봉은 각각 23만 5,000달러(약 2억 6,000만 원), 19만 6,000달러(약 2억 1,800만 원), 18만 7,000달러(약 2억 800만 원)였다.
반면 낮은 직종을 보면 PC 기술자 4만 6,000달러(약 5,100만 원), 컴퓨터 운영자 4만 5,000달러(약 5,000만 원), 헬프데스크 4만 2,500달러(약 4,700만 원)였다. 참고로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2년 기준 4만 9,601달러로 같은 해 우리나라의 2만 3,679달러의 약 2.1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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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구인 수요가 많다 보니 은퇴를 앞둔 IT 인력도 귀한 몸이다.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젊은 인력들보다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65일마다 1만 명씩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할 예정인데 이들 중 IT 인력 상당수는 탄력근무제 형태로 계속 일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건 어디까지나 미국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훨씬 열악하다. 실제로 최근 농협정보시스템과 이 회사 직원이었던 개발자 간의 소송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IT 현장은 저임금과 야근이 일상화된 '갑을' 논란의 대표 공간이다. 지난해 국내 SW 기술자 임금은 전년 대비 5.9% 늘어나고 월평균 근무 일수는 21.0일이었다고 하는데 체감하는 노동조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삶은 팍팍하지만, 희망을 찾아 한발씩 내딛어야 한다. 특히 최근 뜨고 있는 '핫'한 기술을 익혀두면 최신 기술 흐름에 뒤처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차 이직과 연봉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둡과 몽고DB, 스칼라, Node.js, C/C++, 깃 등이 꼽힌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이력서를 쓰는 요령도 중요한데, 너무 튀지 않고 진실하게 작성하되 IT 기술 이외에 비즈니스 감각을 강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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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도 마지막 반전이 있다. 요즘 가장 뜬다는 빅 데이터 분석 언어인 'R'을 공부해도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최저임금인 일당 4만 2,000원짜리다. 파일럿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대규모 공공기관이 낸 구인광고의 내용이다. 그렇다. 이상은 저 멀리 높은 곳에 있으나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은 여전히 한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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