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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픈소스SW, '반쪽 생태계' 극복하려면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7-08-18 07:52:08

2017년 8월 17일 (목)

ⓒ 지디넷코리아, 임민철 기자


수요-공급 균형필요…활용→생산참여 문호 넓혀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가 확산 추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오픈소스SW 시장 규모는 줄곧 커졌다. 지난해 1천502억원에서 올해 1천834억원으로 22.1% 늘었다. 오는 2020년까지 2천862억원 규모로 성장해, 2015년부터 6년간 연평균성장률 15.2%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만 보고 '산업 생태계가 발전, 선순환하고 있다'고 표현하긴 섣부르다. 시장 규모의 확대는 오픈소스SW 수요, 즉 활용이 양적으로 늘어난다는 것만을 보여 준다. 산업 생태계의 순환을 위해선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활용과 더불어 생산에 참여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야 한다.


다국적 IT 거인들이 주요 오픈소스SW 프로젝트 후원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세계 오픈소스SW 시장 규모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외국에선 상용SW와 오픈소스SW를 병행 제공하는 개발자, 기업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선 그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 국내 오픈소스SW 생태계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상적인 오픈소스SW 생산 환경에선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없다. 누구든 상용SW 제품 개발자처럼 설계, 구현, 테스트, 피드백, 업데이트를 통해 결과물을 내놓고 라이선스에 따라 배포할 수 있다. 근원이 되는 소스코드를 다루는 역량에 따라 커미터(committer), 기여자(contributor), 기타 커뮤니티 멤버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아직 국내 업계 현실은 이런 환경과 거리가 멀다. 그간 만난 개발자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갖게 된 생각이다. 대부분 돈 주고 상용SW를 사서 쓰듯이, 돈 들이지 않고 오픈소스SW를 가져가 쓰는 사용자(user)다. 프로젝트 설립자(founder)가 아닌 참여자 자격으로 오픈소스SW 개선에 품을 들이는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 오픈소스SW 생태계 조성을 위한 4가지 조건


국내 오픈소스SW 생태계의 토양을 다지려면 사용자가 커뮤니티 멤버로, 소스코드 기여자로, 축적된 기여를 통해 마침내 프로젝트 커미터로 승격되는 경로가 있고, 그게 생태계 발전을 이끈다는 공감대를 쌓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직접 새로운 프로젝트 설립자로, 오픈소스SW 전문회사 창업자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오픈소스SW 활용을 넘어 프로젝트 기여 방법의 문턱을 낮추고 이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오픈소스SW 생태계가 이런 '반쪽짜리' 상태를 극복하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어느 오픈소스SW 프로젝트 개발자 A씨의 조언을 바탕으로 아래 4가지 조건을 정리해 봤다.


첫째, 프로젝트가 잠재적인 참여자에게 직접 발견될 기회를 늘려야 한다. 누군가가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에도, 단지 참여할만한 프로젝트를 마주치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


A씨는 참여자를 발굴하려는 입장에서 "(개발자들이 자주 찾는) IT매체나 커뮤니티에 광고를 내고 싶어도 그럴 비용이 없다"며 "(정부기관이나 기업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위한 장소 임대를 해 주지만 초반엔 기획부터 광고까지 해야 하는데, (개발을 제쳐 놓고) 이 일을 풀타임으로 하지 않으면 힘들더라"고 언급했다.


둘째, 국내외 개발자와 유저간의 소통 부담을 낮춰줄 수 있어야 한다.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 국경은 없지만 언어의 장벽은 높다. 커뮤니티 질의응답, 공식 매뉴얼 작성, 인터페이스 구현 등 프로젝트의 다국어 지원은 '있으면 무조건 좋은 것' 중 하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외국 프로젝트 공용어인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다. 잘 하더라도 개발과 외국어 문서화를 병행하긴 어렵다. 한국 개발자가 설립한 프로젝트가 해외서 인기를 얻고 있을 경우 상당히 답답해질 수 있다.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려 해도 비용이 없다.


A씨는 "나라별 언어 매뉴얼이 갖춰져 있는 곳은 사용자가 많더라"며 "(개발 결과물이) 어느 정도 성숙된 프로젝트에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국내외 참여자를 모으는 것과 더불어 오픈소스SW 프로젝트의 '사용자 의견(feedback)' 제안과 수렴을 활성화해야 한다. 오픈소스SW의 개선은 커뮤니티 멤버들이 개선점을 제안해, 코드 수정 권한을 가진 커미터나 설립자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수렴되는 의견의 수준이 코드 수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참고할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관건이다.


A씨는 "엔터프라이즈(상용 라이선스) 버전 고객의 피드백은 질적으로 훨씬 좋은데, 오픈소스SW(라이선스) 버전 사용자 피드백은 여러번 부탁해 봤지만 그렇게 유용하지 못했다"면서 "(유용한 피드백을 활성화하려면) 제안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가 있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넷째, 오픈소스SW 프로젝트 설립자와 기여자가 기술 및 브랜드와 관련된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 분쟁과 같은 부담에서 보호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적대리인을 통한 분쟁조정 및 구제절차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을 어겨놓고 해당 문제를 제기한 오픈소스SW 저작권자에게 영업방해 소송을 제기하는 '적반하장'도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오픈소스SW 저작권자가 종종 약자 위치에 놓여, 분쟁을 포기하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개발자 개인이나 중소업체, 저작권을 어긴 상대는 중견규모 이상 업체인 경우가 많다.


A씨는 "(소송)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고 (과정상) 비난도 감수해야 해서 쉽지 않은 게 (지적재산권 분쟁 발생시) 법적으로 닥치는 현실"이라면서 "(침해 사례를 발견한 현업 사용자 쪽에서 문제가 있다고) 신뢰관계에서 대변해 주실 곳이 있으면 (분쟁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픈소스SW, 소비-생산 균형 찾아야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오픈소스SW 프로젝트가 계속 필요해질 것이라 예상된다. 외국에서 주목받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종종 국내에도 소개되긴 하지만, 국내서 먼저 발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긴 드물다. 오픈소스SW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쓰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는데, 국내 개발자들 사이에선 '한국에는 가망이 없다'는 얘기가 오간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A씨의 프로젝트도 국내외서 오픈소스와 상용 버전 모두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 사용자의 참여는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가 오픈소스SW 프로젝트 활성화에 필요한 조건들을 꼽는 이유다.


앞서 제시된 것처럼 프로젝트에 부족한 자원을 보조해 주거나, 적어도 방해는 하지 않는 환경이 필요하다. 적절한 변화를 통해 오픈소스SW 생태계가 소비와 생산의 균형을 찾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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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70817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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