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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가상화폐 ‘독도코인’ 만들었어요”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4-03-25 16:44:34

2014년 03월 24일 (월)

ⓒ 블로터닷넷, 안상욱 기자 nuribit@bloter.net



“한 달 동안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정신 못차리고 새벽에 일하고 있어요. 돈 줄테니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일이에요.”


독도코인‘을 만든 김철호 개발자는 만나자마자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독도코인을 손보느라 잠잘 시간이 모자라다는 얘기였다. 독도코인은 비트코인 작동원리를 빌려 김철호 개발자가 만든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은 프로그램 설계도인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는 오픈소스 가상화폐다. 김철호 개발자는 이를 응용해 국산 가상화폐인 독도코인을 만들었다.


비트코인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진 가상화폐(altcoin)는 알려진 것만 100여종이 넘는다. 이 가운데 국내 개발자가 만든 가상화폐는 없었다. 김철호 개발자는 독도코인을 만든 이유가 개발자로서 품은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철호 독도코인 개발자


“2012년에 인터넷 포럼에서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어요. 이 때는 국내에 정보가 거의 없을 때라 주로 해외에서 정보를 접했죠. 첫 인상은 별로 안 좋았어요. ‘미국애들 장난감인가 보다’ 했는데, 실제로 거래가 되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개발자로서 연구를 시작했죠.”


김철호 개발자는 비트코인이 작동하는 원리를 공부할수록 가상화폐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비트코인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잖아요. 이걸 공부하다보니 가상화폐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죠. 독도코인이 가상화폐로서 비트코인처럼 자리잡을 수 있는 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시험삼아 부담 없이 시작한 겁니다. 사실 한 달 쯤 하다가 아무도 동참하지 않으면 접으려 했는데, 많은 분이 힘을 보태주신 덕에 제가 계속 기여할 수 밖에 없게 됐죠.”


시험삼아 만들었는데 왜 하필 이름은 독도코인일까. 김철호 개발자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서기 전부터 독도코인이라는 이름은 정해뒀다고 말했다. “독도코인이라는 이름이 해외에 알려지면 상업적인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서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잖아요. 독도라는 이름 자체가 알려지는 거니까요.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냥 나왔다 사라진다고 해도 독도 문제를 알리는 매개체로서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독도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독도 문제를 알리는 것과 반대로 독도라는 친숙한 소재로 가상화폐를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 “아직 국내엔 가상화폐를 아는 사람도 적고 인식도 잘못된 게 많다고 봐요. 독도라는 이름을 빌려 가상화폐라는 걸 알리고 직접 채굴도 해보도록 하고 싶었죠.”


개발 기간은 6개월 정도 걸렸다. 지난해 8월부터 구상을 시작했다. 국내에는 정보가 부족해 해외 포럼을 많이 참고했다. 비트코인을 새로 만드는 이득을 전용 채굴기기를 운영하는 전문 채굴꾼이 독점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철호 개발자는 라이트코인 방식을 빌렸다. 라이트코인은 전용 채굴기기를 만들기 힘든 구조라 비트코인에 비해 일반인도 직접 채굴하기가 쉽다.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하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는 없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독도코인을 만들기 전에 서너개 가상화폐를 만들었다가 버렸다. 채굴 난이도 등 변수에 조금만 크거나 작은 숫자를 넣어도 가상화폐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철호 개발자는 주변 개발자 친구와 지인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독도코인 웹사이트
▲독도코인 공식 웹사이트


독도코인은 2월14일 첫 발을 뗐다. 김철호 개발자가 혼자 채굴하고 시험하며 다듬었다. 큰 문제 없이 무난하게 작동하는 점을 확인한 김철호 개발자는 3월1일 독도코인을 일반에 선보였다. 김철호 개발자는 “지금은 비트코인이나 라이트코인과 기술적으로 다를 게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독도코인을 내놓자 나쁜 반응이 먼저 돌아왔다. 일본인은 독도코인이라는 이름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도코인 공식 웹사이트 접속기록을 봤더니 일본에서 접속한 사람이 국내보다 2배 많았어요. 일본 모 웹사이트에는 ‘한국에서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가상화폐가 나왔다’라는 기사도 나왔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다케시마’라는 별명으로 독도코인을 캐가기도 했어요. 지금도 이런 반응이 있긴 한데 처음보다는 뜸한 편이에요. 독도코인이 인기가 없는 걸 일본인도 알았나봐요(웃음).”


국내에도 호의적인 시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어줍잖게 가상화폐를 만들어놓고 사기를 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독도코인을 공개하기 전에 개발자가 갖고 있던 몫이 최종 생산량 가운데 3.4%나 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비트코인 파생 가상화폐에 비해 많은 편이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파생 가상화폐를 만들어 초반에 인기몰이를 한 뒤 시세가 오르자 개발자가 갖고 있던 지분을 팔아치우고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독도코인 역시 이런 사기 수법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철호 개발자는 이런 의심까지 각오하고 독도코인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공개 전 채굴량이 3.4%나 된다고 사기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이건 제가 보름 동안 시험하면서 만든 것이에요. 처음부터 ‘얼마를 내 몫으로 챙겨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어요. 시험하다보니 3.4%를 채굴한 거죠. 이건 독도 관련 활동이나 단체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3.4%는 공개돼 있으니 제가 멋대로 처분할 수도 없어요.”


김철호 개발자는 독도코인에 관해 나오는 의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외 커뮤니티에 개발 진척사항을 공유하는가 하면 부정적인 댓글에도 공손하고 친절하게 댓글을 단다. 또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개발자가 만남을 청해오면 대부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김철호 개발자는 국내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여론은 대부분 사그라들고 지지해주는 이가 늘었다고 말했다.


독도코인이 세상에 나온지 아직 한 달이 채 안 됐다. 김철호 개발자는 독도코인이 급성장하기 보다는 천천히 의미 있는 수준으로 크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개발자로서는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슷한 입장이에요. 가상화폐를 만들 수는 있지만 통제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도코인의 앞날도 달라질 겁니다. 천천히 독도코인을 통해 가상화폐를 알리고 싶은 것 뿐이죠. 성패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다만 독도코인이 시세를 형성하고 어느정도 가격대가 유지되면 좋겠죠. 제가 개발과정에 채굴한 독도코인을 기부할 수 있는 토대가 될 테니까요.”



독도코인 개발자 김철호씨 인터뷰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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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86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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