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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SW는 LG전자의 경쟁력”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4-07-24 17:58:34

2014년 07월 23일 (수)

ⓒ 블로터닷넷, 이지현 기자 jihyun@bloter.net



오픈소스 SW와 대기업은 얼핏 생각하면 잘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공개된 오픈소스 SW에 기업은 관심을 가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애플, MS,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 많은 오픈소스 SW를 사용하며, 오픈소스 커뮤니티에도 직접 기여하고 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대기업도 오픈소스 SW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추세다. 이제는 사용하는 것을 넘어 오픈소스 SW를 만들고 기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가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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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는 선행 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소 이름에 맞게 SW에 집중한다. 이곳에서 연구된 기술은 이후에 LG전자에서 내놓는 스마트TV,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에 제안되고 검증 과정을 거쳐 제품에 적용된다. 특히 리눅스 커널, 웹 엔진, 스마트TV OS, 모바일 OS 등에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 연구원들이 대부분 들여다보는 기술은 오픈소스 SW다. 어찌보면 LG전자에서 나오는 많은 제품이 오픈소스 SW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LG전자 뿐만이 아니다. 국내외 제조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효준 LG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 AOT팀 연구위원은 “제조업에서 오픈소스는 이제 필수 요소이자, 제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라며 “오픈소스를 모르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TV를 보자. 스마트TV엔 핵심 운영체제 뿐만 아니라 다국어를 지원하고, 미디어 기술을 처리하고, 오디오 환경을 제어하고, 암호화를 위한 오픈소스 SW 등이 들어가 있다. 임효준 연구위원은 “전체 구성요소의 60-80%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최적화해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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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위키백과


LG전자가 오픈소스 SW를 쓰게 된 것은 대략 10년 전부터다. 당시 외부 환경 변화가 오픈소스 SW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제조업은 칩셋에서부터 시작한다. TV나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부품들이 들어가는데, 그 부품들은 외부에서 제공받는다. 여기엔 퀄컴이나 브로드컴 같은 기업이 있다. 이러한 칩셋 업체들은 LG 같은 파트너에 해당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함께 제공한다. 과거엔 상용 OS를 함께 올려 칩셋을 설치할 수 있게 도왔다. 칩셋 업체들이 실험적인 제품을 만들거나 제품군을 늘릴 때도 역시 상용 OS를 올렸는데,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는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제조업체들은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칩셋을 받아 설계하는 제조업도 자연스레 리눅스를 접하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리눅스를 도입해야 하나 마나를 결정할 때는 갑론을박이 많았어요. 하지만 외부 환경이 변하니 결국엔 리눅스로 가게 됐어요. 오픈소스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기업 OS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죠.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건 개발이 더 쉬워지는 것을 의미해요. 물어볼 사람도 많고 테스트 환경도 다양하거든요. 특히 리눅스는 전세계적인 생태계를 가지고 있어서 좋죠.”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는 오픈소스를 도입하는 초창기에는 주로 컴플라이언스 교육에 집중했다. 컴플라이언스는 오픈소스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 때 지켜야 할 규칙이다. 기업은 특히 저작권이나 특허에 대해 미리 고민하기 때문에 오픈소스 생태계에 알맞는 규칙을 미리 알아야 한다. 임효준 연구위원은 “컴플라이언스 교육은 신입 때부터 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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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효준 LG전자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 AOT팀 연구위원


이를 위해 LG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개발자와 함께 일한다. 이들은 회사에 필요한 개발을 하기보다는,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공부하고 활동하는 데 집중한다. 현재 리눅스 커널이나 웹엔진과 관련 커미터와 컨트리뷰터가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원은 4~5명 정도다. 내부에서 개발된 일부 기술도 커뮤니티에 공개한다.


커미터는 해당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소스 권한을 가진 사람이고, 컨트리뷰터는 오픈소스 활동에 전반전이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문서화 작업, 오류 보고, 리뷰 및 테스트 등을 진행한다. 임효준 연구위원은 “리눅스 커널과 관련해 영향력이 전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개발자도 함께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개인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일부 팀에서는 ‘오픈소스 신인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축하를 전해주는 작은 이벤트도 벌인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개발자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오픈소스에 기여한다는건 대단한 일이에요. 개발자가 코드를 올리면, 커뮤니티 멤버들은 굉장히 까다롭게 평가하거든요. 모두가 쓰는 코드인 만큼 그것이 정말 유용하고 좋은 기능을 내는지 봐야 하니까요. 그 과정을 넘었다는 건 개발자로서 굉장한 역량과 실력을 가졌다는 거예요. 또한 개발자들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혹은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하고자 오픈소스에 도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노력하고 실력 있는 개발자가 많아지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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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오픈소스닷컴(opensource.com). CC BY-SA.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건 당장 회사에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생각해보자. 일반 개발자들은 대부분 업무 외에 취미 삼아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 그런 일을 기업이 왜 직접 나설까. 임효준 연구위원은 기업이 오픈소스에 관심을 가질 때 좋은 점을 3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첫 번째는 기업 역량 향상이다.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 땐 오픈소스 SW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에 LG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보완해 소비자 제품을 만든다. 이때 개발자가 오픈소스 내부 구조를 모르면 어떻게 될까. 기초가 탄탄하지 않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이 높으면, 결국 제품 개발 기간이나 문제 해결 과정이 짧아져 경쟁력이 높아진다.


두 번째는 개발의 효율성과 제품 품질이 향상된다. 오픈소스는 빠른 업데이트 주기를 가진다. 인기 있는 오픈소스는 3개월마다 약 2천만줄 코드가 새로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과거 버전과 새 제품 사이에 기능 차이가 생긴다. 이때 내부 인력만으로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을 따라가기엔 버겁다. 하지만 오픈소스 SW를 이용하면 커뮤니티와 해당 문제에 대해 함께 소통할 수 있다. 테스트 환경도 회사 울타리를 넘어 전세계 개발자에게 퍼질 수 있어, 다양한 피드백을 거칠 수 있다.


“만약에 기업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한다면, 개발 단계에 저희가 생각하는 문제를 미리 고려해달라고 할 수 있겠죠. 정식 출시 전에 오픈소스 개발 과정에서 그 기능을 넣을 수도 있고요. 기업 입장에선 제품 개발 과정을 줄이고 품질을 높일 수 있죠.”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영향력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리눅스는 서버 쪽에서 많이 쓰여 그에 해당하는 기능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작은 기기에도 리눅스를 많이 쓰는데, 이는 제조업체가 리눅스를 활용한 스마트기기를 만든 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모바일 환경에 맞는 기능들이 리눅스 커널단에 추가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오픈소스 커뮤니티 내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끌고 간다. 즉 기업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지면, 현재 비즈니스 시장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기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예전에 소프트웨어를 내부에서 개발할 때는 마치 외양간에 갇혀 있는 좋은 소를 키우는 것이었어요.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달라요. 넓은 평야에 많은 소들이 함께 모여서 걸어가고 있죠. 그 많은 소들은 한 사람이 조절할 순 없어요. 방법은 우리 회사에 있는 소를 그 소떼에 계속 보내고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가는 방향을 함께 보고 제안하는 것이지요.”


제조업체에 오픈소스 SW가 필요한 까닭은 점점 진화하는 가전과도 관련 깊다. 냉장고, 세탁기, 셋톱박스 등 다양한 가전기기에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고 똑똑한 기능이 담긴다.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OS는 임베디드 환경이나 다양한 기기 드라이버들과 호환성이 높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이 오픈소스에 대해 관심이 없는 줄 알아요. 하지만 전 생각이 달라요. 다른 덴 몰라도 제조업을 다루는 대기업에선 10년 전부터 오픈소스에 관심을 두었고 활발히 개발하고 있어요. 이제 기업 입장에선 누가 오픈소스를 더 잘 알고 이를 잘 활용해 빨리 제품을 나오게 하는지도 중요한 경쟁력이에요. 오픈소스를 저희 제품에 최적화시켜야 경쟁력이 높아지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오픈소스에 대해 계속 지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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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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