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공개SW=공짜` 잘못된 인식…유지보수 개념 정립해야
KTㆍNHNㆍ현대차 등 업무효율화 성과, 행안부ㆍ교과부도 다양한 서비스 활용, 국내외 성공사례 축적 역량 강화 필요
■ 소프트웨어 강국, 공개SW 활성화에 달렸다-(중) 공개SW 활성화,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공개 소프트웨어(SW) 육성정책을 전개하면서 국내 공개SW 시장은 공공을 중심으로 확대돼왔다. 또 저렴한 가격과 확장성을 무기로 국내외 대형 포털사업자들이 공개SW를 채택하는 경향이 크게 증가하면서 기업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공개SW 시장은 2005년을 전후해 공공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으며 차세대 IT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한 대형 포털기업들이 앞선 투자를 단행하며 공개SW를 바탕으로 차세대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하는게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포털, IT기업, 연구소 등에서 공개SW를 통해 IT 혁신을 일구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개SW인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기기와 임베디드 시스템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등 영화나 드라마 특수영상을 처리하는 3D 그래픽스ㆍ 렌더링 분야에서는 리눅스에서 동작하는 픽스애니메이션의 공개SW인 `렌더맨'이 잘 알려져 있다.
◇국내외 성공사례 많은데…= 공개SW는 국내외의 많은 기업들에 채택되며 첨단 IT서비스 제공 기반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픽스애니메이션은 리눅스에서 동작하는 공개SW 3D 그래픽 솔루션 `렌더맨'을 드라마나 영화의 특수영상 처리에 적용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스타워즈, 디워, 괴물, 트랜스포머, 태왕사신기, 베오울프, 라따뚜이 등이 렌더맨을 적용한 주요 작품이다.
공개SW를 사용해 기업의 시스템을 효율화한 국내 사례들도 눈에 띈다.
KT는 방대한 과금데이터 처리에 공개 프레임워크인 스프링배치(SpringBatch)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요금청구 작업시간을 8시간에서 30분으로 대폭 줄였다. 작업을 효율화해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효과도 누렸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2008년 공개SW 기반 프레임워크인 아이바티스(iBATIS)를 도입해 사이트를 개편, 중단없는 서비스를 실현하며 기존 DB와의 연동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고객 이탈 방지는 물론 유지보수 비용을 4분의 1 가량 낮췄다.
IT서비스 기업 SK C&C는 유닉스 대신 리눅스를 택해 통합경영정보시스템 구축비용을 3분의 1 가량 낮췄으며, 3년간의 시스템 관련 직간접 비용을 290억원 정도 낮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외에 국내외 포털업계에서 공개SW를 활용한 성공사례들은 다양하다. 구글의 경우 리눅스, 아파치, MySQL, PHP로 시스템을 구성했으며 국내 다음, NHN 등도 공개SW를 적극 도입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NHN은 2000년대 초ㆍ중반부터 웹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서버 기반의 60∼70%를 리눅스로 운영했으며, 2006년부터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리눅스 기반의 서버 운영체제(OS), DBMS, 부하분산 솔루션 등을 국내 주요 SW 개발사들과 함께 공개SW로 개발했다.
또 국내 대표적인 공개SW 기업 제로보드를 인수, 오픈API를 통한 매시업 경진대회 개최, 오픈소스 프로젝트 운영 등 공개SW를 활용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공개SW를 활용해 다양한 대국민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공개SW가 한 몫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표준프레임워크'는 전자정부 서비스의 품질향상과 정보화 투자 효율성 향상을 위한 개발 프레임워크 표준으로 국내 공공부문의 공개SW 확대 프로젝트 중 대표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를 통해 대기업 위주의 정부 프로젝트에 중소기업 참여율을 높이고 나아가 해외 전자정부 프로젝트에도 표준화된 개발 기반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디지털교과서 사업도 2013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방 환경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례다. 학교와 가정에서 시공간의 제약없이 기존의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 용어사전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이를 동영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등의 멀티미디어와 통합 제공한다.
높은 성능과 첨단 서비스 제공을 전제하는 연구소에서도 공개SW는 주효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용SW인 솔라리스와 클리어케이스로 3G WCDMA 이동통신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잦은 변경요청과 빠른 기술 발전속도 문제로 2008년부터 리눅스와 형상관리 도구인 서브버전(Subversion)으로 개발 기반을 바꿨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개발 연구용으로 2004년 128노드 규모의 리눅스 기반 수퍼컴퓨터를 도입하고 2006년에는 183노드로 늘려 사용중이다. KIST는 테크급 수퍼컴퓨터를 리눅스 기반으로 구축해 BT 및 NT 분야의 기초ㆍ응용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유지보수ㆍ라이선스 문제 해결해야= 이처럼 국내외에서 공개SW를 통한 다양한 성공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공개SW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공개SW=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내 공개SW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은 애로를 겪는 점은 공개SW의 유지보수 계약이다.
공개SW는 기본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를 재가공해 사용하려면 의무적으로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상용SW는 완제품을 공급하고 사후 서비스 개념으로 유지보수를 진행하지만, 이와 달리 공개SW는 라이선스 비용이 없고 유지보수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상용SW와는 다른 유지보수 개념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공개SW에 유지보수 비용이 왜 드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아직도 부지기수다.
국내 한 리눅스 전문 개발자는 "업무를 잘 모르는 기업 CEO는 공개SW가 무료로 배포된다는 것만 알고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채택했다가 향후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며 "최고경영자의 잘못된 인식이 공개SW의 도입과 도입 후 시스템의 유지ㆍ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통해 2007년 공개SW 서비스 대가 책정을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공개SW 유지보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SW사업 대가의 기준(지식경제부고시 제2010-52호)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공개SW의 개발 결과물을 활용하는데 따른 저작권 준수도 미흡, 갖가지 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공개SW가 공개된 소스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만 개발된 SW결과물에 대해서는 개발자가 제시한 라이선스 수준을 지켜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것이다.
이에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검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도 오픈소스를 활용한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검증해 사전에 라이선스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며 내년부터 정식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공개SW 커뮤니티 지원이 부족하고 관련 전문가 육성에 대한 기업의 의지 부족도 문제다. 우리나라 공개SW는 정부 중심의 정책으로 자발적인 커뮤니티 형성이 미흡한 상태인데, 기업들이 공개SW를 활용한 시장형성과 수익창출에 대한 인식마저 부족해 커뮤니티 지원이 열악한 것이다.
한 개발자는 "해외는 전문적으로 공개SW 개발만 해도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지만, 국내는 회사업무와 공개SW 커뮤니티 참여가 별개로 이뤄지고 있고 커뮤니티 활동 공로도 인정받을 곳이 없어 활동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인의 공개SW 참여 업적을 인정받을 창구가 적다보니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개발자수도 선진국에 비해 적다. 이에 지경부는 국내외 공개SW 전문적인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2008년부터 공개SW 발굴ㆍ육성을 위한 커뮤니티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SW에서 공개SW로 마이그레이션하는데 따른 비용과 시간의 부담 등 공개SW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직 크다"며 "공개SW 사용 경험과 우수사례를 축적해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기업과 협력해 비용절감 및 시간 단축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
원문 : http://www.dt.co.kr/contents.htm?article_no=201012150201123274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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