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열린마당 > 공개SW 소식

공개SW 소식

유럽 대륙의 실리콘밸리, 베를린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10-14 17:32:16 게시글 조회수 3381

2013년 10월 13일 (일)

ⓒ 블로터닷넷, 정보라 기자 borashow@bloter.net



2012년 영국판 판교밸리인 테크시티를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구글코리아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는 ‘글로벌 K 스타트업’의 2주 해외 프로그램을 지켜보려고 갔지요. 영국의 테크시티를 1주일, 미국 실리콘밸리를 1주일 돌아보는 일정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 코리아 스타트업 “지금, 글로벌로 갑니다”
- 런던에 IT기업이 몰리는 까닭, ‘테크시티’


그때 주최측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런던, 베를린, 이스라엘을 두고 고민했다.” 유럽에서 IT 신생기업 바람이 이는데, 진원지가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이란 얘기가 있었거든요. 결국 글로벌 K 스타트업은 런던을 선택했죠. 하지만 베를린에 대한 제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유럽의 실리콘밸리인 걸까?’


마침 베를린의 한 IT 신생기업을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3년차 신생기업이라지만, 직원 650명에 14개국에 서비스할 정도로 덩치가 아주 큽니다. 유럽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S3·S4의 기본 앱을 만든 곳입니다. 바로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 ‘딜리버리히어로’입니다. 독일판 ‘배달의민족’, ‘배달통’이죠.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에서 ‘요기요’란 이름으로 2012년부터 서비스하는데요. 얼마 전 4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하며 니키타 페렌홀츠 딜리벌히어로 창업자가 한국에 잠시 들렀습니다. 그에게 베를린의 분위기를 들어봤습니다.


니키타 페렌홀츠 딜리버리히어로 창업자
▲니키타 페렌홀츠 딜리버리히어로 공동창업자 겸 최고 사업개발운영책임자


니키타 페렌홀츠는 “런던이 첫 번째 주자이고 베를린이 두 번째”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5년 새 베를린이 빠르게 변했습니다. 벤처에 관심이 있는 인력의 풀이 넓어지는 게 느껴져요. 딜리버리히어로는 3년 전 창업했는데 베를린서 창업 붐이 일던 때죠. 젊은 기술 인력이 베를린으로 모이고 있어요. 정부도 주목하고요. 그런데 베를린이 런던보다 투자쪽은 약합니다. 투자는 런던에서 받는 편이죠. 하지만 요즘 런던에 있는 벤처투자사가 독일에 지사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베를린이 유럽의 IT 신생기업 집결지여도, 투자 규모를 키우려면 런던으로 가는 분위기라는군요.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 나와 인수된 회사가 몇 개 떠오릅니다. 독일에서 나온 서비스로, 마이크로소프트가 85억달러에 산 스카이프, 차세대 음악 서비스인 사운드클라우드, 구글이 인수한 데일리딜, 옐프가 산 지역 정보 서비스 콰이프 등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요즘 가장 성공한 회사입니다. 지금까지 13억달러를 투자받았는데, 유럽에서 투자받은 금액이 가장 큰 벤처로 꼽힙니다. 헌데 유럽의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왜 독일이고, 왜 베를린일까요?


바로 물가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런던의 테크시티도 집세 싼 동네에 IT 신생기업이 몰리면서 형성됐지요. 그렇지만 테크시티는 우범지역이라 기업이 좀체 가지 않던 곳이죠. 그래서 집세가 쌌던 거고요. 반면 베를린은 런던처럼 일부 지역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시 전반적으로 런던보다 물가가 쌉니다. 딜리버리히어로 본사도 그래서 베를린 한복판에 있답니다.


“런던의 세가 베를린의 곱절을 넘어요. 같은 돈으로 베를린에서 살면 삶의 질이 더 높죠. 또, 베를린은 문화의 중심이에요. 유로 음악이 독일을 중심으로 퍼져요. 이런저런 이유로 젊은 기술 인력이 모이니까 고학력 인력이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보다 스타트업에 눈을 돌리고요. 저도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창업했어요.”


베를린의 낮은 물가가 주위 국가의 젊은이를 불렀고→그 덕분에 베를린이 유럽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자연스레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창업 열풍이 일고→투자 전문가의 눈길을 끌게 됐네요. 이 연결고리의 시작이 낮은 물가이고요.


베를린 시내서 니콜라스 딜리버리히어로 대표
▲베를린 시내 분위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옛 건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바로 옆 길에 선 니콜라스 오스버그 딜리버리히어로 CEO 모습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딜리버리히어로의 본사 모습으로 베를린의 분위기를 대신 전합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있는 건물은 옛 건물로, 직원 전체가 모두 모일 큼직한 공간이 없다는군요. 널찍하게 건물을 짓는 실리콘밸리나 판교와 다릅니다. 위 사진은 영업팀의 저녁 회의 모습입니다.


물가는 이래저래 베를린의 IT 신생기업에 중요합니다. 젊기만 한 인재가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인력을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베를린 자체를 글로벌 시장으로 만든 셈이랄까요. 니키타 페렌홀츠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바로 적합한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 본사는 베를린 한복판에 있는데도 사내에서 독일어를 안 써요. 영어가 공용어죠. 개발팀만 해도 10명 중 8명이 독일인이 아닌 걸요. 투자도 독일의 투자사뿐 아니라 각국의 투자사에서 받았고요.”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 있는 회사가 사내에서 영어를 쓴다는 얘깁니다. 직원 태반이 외국인이고요. 베를린의 IT 신생기업이 출신이 다양한 직원을 뽑을 수 있는 건 유럽의 분위기 탓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훌륭한 인력을 모셔와야 합니다. 우루과이에 있는 개발자가 훌륭하다면 어떻게든 데리고 와야죠. 다행히 베를린이 해외 인력을 구하는 데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스타트업을 봐도 직원을 뽑을 때 국적 제한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유럽 자체가 이런 장벽이 낮기도 하고요.”


이 분위기는 자연스레 해외 시장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국경이 흐릿한데 서비스를 굳이 독일에만 제공할 까닭이 없겠죠. 독일 서비스가 곧 폴란드 서비스가 되고, 오스트리아 서비스가 되는 거죠. 딜리버리히어로도 오스트리아, 핀란드,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시장에 나갔지만 따로 사무소는 두지 않습니다. 유럽 서비스는 본사 한 곳에서 책임지죠.


그런데 니키타 페렌홀츠는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만 해도 큰 시장이에요. 그곳에서만 성공해도 살아남을 수 있죠. 그런데 독일이란 나라는 굉장히 작습니다. 시장도 작죠. 사업을 크게 할 거라면 세계로 가야 합니다. 작은 시장에서 자생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글로벌로 나가는 까닭이 실리콘밸리보다 유럽이 훨씬 처절하죠.” 글로벌 시장 진출은 생존 조건이라는 얘기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창업 3년만에 14개국 시장에 나간 까닭이기도 하고요.


딜리버리히어로 진출 국가
▲딜리버리히어로가 서비스하는 나라. 현지화 전략에 따라 한국처럼 서비스 이름을 바꾼 곳도 있습니다.


헌데 딜리버리히어로가 본사를 베를린에 두고서 지금보다 몸집을 더 키울 수 있을까요. 성공한 IT 기업의 공식인 매각이나 기업공개(IPO)를 과연 독일에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금융시장은 아무래도 베를린보다 런던이니까요. 매각하려 해도 쉬운 일은 아닐테고요. 더 키우려면 실리콘밸리로 가야 할 텐데 말이죠. 니키타 페렌홀츠는 “독일은 이제 도약하는 분위기라 IPO를 하는 게 쉽지 않다”라며 “꼭 ‘엑시트’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런 걸 목표로 하죠. 우리도 가치를 인정받아 엑시트하면 좋겠지만, 롱런하는 건강한 회사를 만드는 게 최고 목표예요.”


베를린 분위기가 궁금해 직접 가 보진 못하고 니키타 페렌홀츠의 얘기만 전했습니다. 거리 모습도 궁금한데 말이죠. 다음 번에 베를린의 얘기를 할 때는 현장에서 전하게 되길 고대합니다.




※ 본 내용은 (주)블로터 앤 미디어(http://www.bloter.net)의 저작권 동의에 의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Copyright ⓒ 블로터 앤 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66534]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