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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SW 소식

2012년 04월 25일 (수)

ⓒ 블로터닷넷, 김철환 블로터 소셜익스피리언스랩장


무릎팍 도사를 만난 기분이었다. 지난 해 말 워드프레스에 빠져들기 시작했을 때 느낌이 그랬다. 당시 동업자처럼 일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퇴사하게 되면서 사업 존폐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만들어보고자 사업을 벌이긴 했지만, 형편상 개발자는 한 명에 불과했다.


후임을 물색했지만, 작은 기업에서 일하려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창업했지만 정작 HTML 코드 하나도 몰랐기에 대안이 없었다. 만들어 놓은 서비스를 이대로 접어야 하나?


SNS포럼에서 사정 얘기를 하고 회원사들에게 서비스 이양 의사를 물어보았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었다. 서비스에 대한 비판보다도 가슴에 박혔던 것은,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창업하려 들었다는 지적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개발이 핵심 역량인 인터넷 벤처의 리더가 개발의 ‘개’자도 모르고서야 어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개발 결과물이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내 사업은 껍데기뿐이었구나.


그렇다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포기할 순 없었다.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깝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비개발자도 인터넷 벤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지난 서비스에 대한 미련은 버리더라도 내 힘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어 보이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해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워드프레스다. 비개발자라도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블로그 엔진이나 홈페이지 빌더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워드프레스는 파고들수록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토록 갈망했던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같은 SNS를 만들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석 달 가량을 미친 듯이 파헤쳤다. 그런데 이제는 도구가 너무 많은 것이 고민거리가 되었다. 전에는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자신했다. 그런데도 성공을 하지 못하니, 개발 인력과 돈 부족 탓을 했다.


하지만 개발 문제에서 해방돼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자, 그럴듯해 보였던 아이디어들이 사실은 빈곤했음이 드러났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워드프레스 도구들을 조합해 사진 공유 전문 SNS, 이벤트 공유 전문 SNS, 소셜커머스 등 여러가지 서비스들을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성공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드는 데야 단 며칠이면 충분하겠지만,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떠나 개발 이후의 마케팅과 유지보수 문제들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워드프레스는 그렇게 개발에 함몰돼 있던 시야를 바깥으로 넓혀주었다. 그 만큼 더 조심스러워지긴 했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그랬어야 했다.


미국과 같은 오픈소스 강국들에서 참신하고 훌륭한 서비스들을 쏟아져 나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워드프레스는 오픈소스의 한 지류에 불과하다. 그 만큼 여러 영역에서 공유의 가치를 이해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끊임없이 도구들을 생산하고 무료로 공개한다. 무료 혜택으로 사용자들도 많아진 만큼 집단 지성이 발휘되어 오류가 쉽게 검증되고 기능이 빨리 향상된다.


비용과 개발이라는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생태계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직 이 훌륭한 도구들로 무엇을 만들지 정하진 못했다. 하지만, 도구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은 마련했다. 워드프레스로 홈페이지를 구축했는데 기능은 링크드인과 거의 유사하게 구현해 놓았다. 비용은 고작해야 몇 십만원이 들었다. 유료 도구 몇 개를 구입해보았는데 결국 무료 도구들로 최종 선택을 했다. 물론, 그 동안 들인 석 달의 시간은 별개다.


※ 본 내용은 (주)블로터 앤 미디어(http://www.bloter.net)의 저작권 동의에 의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0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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