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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여, 그대에게 네트워킹을 허하라!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07-09 11:20:00 게시글 조회수 3549

2013년 07월 01일 (월)

ⓒ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유호석 tigerear@godev.kr



‘네트워킹’은 개발자에게 부담스러운 용어다. 회식, 골프 접대, 동창회 등의 활동이 연상되기에 영업하는 사람이나 신경 쓸 것처럼 느껴진다. 기술자의 고지식한 이미지와 함께 사람 관계보다 결과물을 더 중시한다는 ‘쿨한’ 방침과도 거리가 먼 것 같다(여기서의 기술자는 엔지니어, 개발자, 과학·공학계열 연구원을 통칭한다).


유호석 tigerear@godev.kr|기술기획 및 기술경영 전문가다. 삼성SDS IT기획, 삼성전자 정보전략, KT 계열사 신사업/R&D 기획을 거쳐 현재 올레TV 콘텐츠의 백엔드를 관리하고 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번역/저술 전문집단인 GoDev.kr의 멤버다.


그러나 네트워킹에도 격이 있다. 자아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네트워킹이다.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 결과와 커리어 관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네트워킹, 왜 중요한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자원이 필요하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비롯해 다양한 에너지 자원은 물론, 자원을 거래하기 위한 가상의 자원인 화폐도 필요하다.


● 사회적 자원 이론
‘사회적 자원’으로서의 사회 네트워크를 주창한 린, 엔셀, 본 3명의 학자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 네트워크, 예컨대 상류층에 연결된 개인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른 자원을 풍부하게 얻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연결된 사회적 자원이 많을수록 개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 행복 네트워크
행복한 사람과 함께인 사람 역시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네트워크로 직접 연결된 사람이 행복할 때 이와 연결된 사람이 행복할 확률은 15% 증가하는데, 주목할 점은 2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이 행복할 확률은 10%,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은 6% 각각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행복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은 각자 별도의 집단으로 뭉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가 어르신들에게 흔히 듣던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란 말이 사회적 자원과 행복 네트워크 이론에 의해 증명된 셈이다.

“ 높은 수준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른 자원을 풍부하게  얻는 경향이 있어 연결된 사회적 자원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오늘날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어떤 모습인가?
그렇다면 현시대에서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모습으로 바뀌고 있을까? 크게 중앙집중형에서 분권형으로, 강한 연결(Strong-Tie)에서 약한 연결(Weak-Tie)로 변화되고 있다.


● 중앙집중형에서 분권형으로
네트워크는 여러 기준에 의해 구분되지만 현실세계에 존재할 가능성 관점에서 이를 구분한다면 단허브형, 다허브형, 탈허브형으로 나뉜다. 단허브형은 중앙 집중적인데 탈허브형으로 갈수록 네트워크 중심성(Centrality) 수치가 낮아지고 전방위형 네트워크에 이르면 이 수치가 0이 된다. 최근 특정 노드를 경유하지 않고 교류가 만들어지는 탈허브형 네트워크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터넷 네트워크로 인한 전통적인 미디어의 역할 약화를 들 수 있다.


● 강한 연결에서 약한 연결로
현대 이전의 시대에서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강한 연결’이 대부분이었다. 중세에는 인간관계가 가족 관계, 지주-노예 관계, 군대상관-부하와 같은 그들 간의 동료관계가 고작이었다. 근대사회에 이르러 연결강도가 조금 약해졌지만 한 공장의 노동자로서 직장과 거주지에서 거의 이동이 없는 강한 연결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현대 이후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거주지의 이동이 일반화되면서 소수의 강한 연결보다는 다수의 약한 연결이 많아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 최근에는 약한 연결과 궁합이 잘 맞는 SNS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관계의 유지에 노력과 비용이  적게 들고 있다. 그야말로 ‘약한 연결의 전성시대’ 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그래노베터는 특정 도시 사람들이 어떻게 직업을 얻는지를 조사했다.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척처럼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이란 클러스터 내의 강한 연결 관계가 아닌 클러스터 외부의 약한 연결 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래노베터는 <약한 연결의 강점(The Strength of Weak Ties)>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약한 연결과 궁합이 잘 맞는 SNS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관계의 유지에 노력과 비용이 적게 들고 있다. 그야말로 ‘약한 연결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 구조적 공백 현상
로널드 버트는 1992년 사회 네트워크에 나타나는 특성을 연구한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 이론을 발표했다. 구조적 공백이란 사회 네트워크상에서 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이질적인 집단 사이에 존재하면서 각 집단과 연결을 맺고 있는 위치를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가 분업화, 전문화되면서 업종 간, 직업 간, 계층 간에 구조적 공백이 많아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 그림 1> 'AFTER' 지점이 네트워크상의 구조적 공백을 의미한다(출처 : R.burt's book <Structural Hole>).


● 좁은 세상 이론
전혀 다른 집단에서 만난 두 사람이 알고 보니 원래 아는 사람이었던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는가? 특히 SNS에서 이런 경험을 겪는 이들이 많은데, 이 경우 우리는 “세상이 참 좁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좁은 세상’이란 말을 학계에서도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1967년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의 스탠리 밀그램 교수는 사람들 간의 관례 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300통의 편지를 미국 중부에 위치한 캔자스 주의 위치타나 네브래스카 주의 오마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보냈다. 그리고 이 편지를 받은 이들에게 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샤론 지역의 아무개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편지봉투에는 전달자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해 편지가 전달된 경로를 알 수 있게 했다. 수신인들은 이 편지를 자기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샤론에 있는 아무개를 제일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전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 편지들은 마침내 샤론 지역의 아무개에게 전달됐는데, 배달된 편지에 기재된 전달자의 수를 세어보니 평균 5.5명이었다. 밀그램 교수는 이를 ‘좁은 세상 문제(Small World Problem)’라고 불렀는데, 이후 와츠와 스토로가츠에 의해 ‘좁은 세상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 이론으로 발전했다.



< 그림 2> '좁은 세상'을 생각나게 하는 한 광고
("공짜표를 얻을 수 있어?"란 여자친구의 질문에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극장 사장님이야!"라는 남자친구의 답변이 걸작이다.)


무엇을 네트워킹하란 말인가?
이쯤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네트워킹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네트워킹을 위한 네트워킹은 의미가 없다. 술 마시고 사내 정치에 천착하면서 파벌을 형성하라는 말이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네트워킹의 대상은 무엇일까?


● 지식 네트워크
지식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지식의 속성에서 나온다. 지식은 형식지와 암묵지로 나뉘는데, 형식지를 만든 네트워크를 공저(Co-Author) 네트워크라고 한다. 엄격히 말하면 학술지의 논문 형태로 학술 지식을 만들어낸 경우가 이에 해당하지만 이 글에서는 논문이 아닌 일반적인 공동 저작이나 번역을 통해 저작권을 공동 소유한 경우에도 공저 네트워크 범주에 넣었다. 반면 공동저작이 아닌 단순히 문헌인용-피인용 관계를 가지는 경우 인용(Citation)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세상의 지식은 형식지보다 암묵지가 압도적으로 많다. 암묵지를 교환하기 위해 사적 네트워크가 지식 네트워크상에서의 중요도가 더 높다. 농부의 작물재배, 제조업에서의 숙련공 노하우, 인사관리와 같은 경영 노하우, 고객관리 노하우 등 높은 수준의 암묵지식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은 사회적 자원 이론에 따라 자신의 위치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협업 네트워크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고독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네트워킹을 통해 일을 해야 하는가? 고독한 창작이 주를 이룰 것 같은 문화예술계에서도 성과창출을 위한 네트워킹이 왕성하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브라이언 우지 교수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창작자들의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의 네트워크 유형이 해당 뮤지컬의 예술적, 상업적 성과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그들의 관계에서도 전형적인 좁은 세상 네트워크 형태를 보였다고 한다.



< 그림 3>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의 협력 네트워크
(출처 : <Collaboration and Creativity: The Small World Problem>, Brain Uzzi, 2005)


“ 높은 수준의 암묵지식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은  사회적 자원 이론에 따라 자신의 위치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인터넷 혁명이 일어난 지 약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온라인 협력을 통한 창조’를 되돌아보면 그 발전은 눈부시다. 전자메일, 메신저, 음성·영상 통화, 원격회의가 발달하면서 현업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IT 분야의 기술자 협업 네트워크인 오픈소스 네트워크를 한 예로 들어볼까 한다.


오픈소스는 온라인 협업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한 모델이다. 오픈소스 분야의 협업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들의 창작 과정이 오픈소스 저장소를 통해 투명하게 노출되고, 연구자는 프로젝트에 관해 추적연구가 가능할 뿐 아니라 기업은 프로그래머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표 1> 대표적인 오픈소스 공개 저장소


오픈소스 네트워크 구성은 핵심 개발자 그룹과 결과물을 외부에 공개하는 코디네이터와 적극적인 사용자 그룹으로 나뉘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소스 커뮤니티 유형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 케빈 클라우드톤 교수가 네트워크 중심성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규모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규모가 클수록 네트워크 중심성이 낮게 나왔다. 이 결과를 해석하면 대형 소프트웨어로 갈수록 중앙집권적이 아닌 분산형 조직 구조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창조적 협력과 분권형 구조로서의 오픈소스 네트워크가 개발자에게 주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오픈소스야말로 개발자들에게는 1촌 관계가 아닌 실력으로 인맥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최근 실리콘밸리로 이직한 어느 토종 개발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그림 4> curl 프로젝트(위)와 squirrelmail 프로젝트(아래)의 네트워크 중심성 수치 비교
- squirrelmail 프로젝트는 0.377로 curl 프로젝트(0.922)보다 중심성이 낮아 분권적인 구조를 가지며,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출처 : 'The social structure of Free and Open Source software development',
Kevin Crowston, 2004).


“사람들은 유행처럼 링크드인을 이용하는데 개발자의 경우 Github에서 활동하는 것이 교류에 더 큰 도움이 된다. Github를 통해서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교류하며 친목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링크드인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거기도 계정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즉, 취업을 위해서는 실력과 인맥이 모두 필요한데, Github를 통한 오픈소스 참여는 이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http://ppss.kr/archives/7676)


아직 국내에는 오픈소스 컨트리뷰터(Contributor)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활동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좋을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자기 자신의 브랜드를 확장시키고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 오픈소스야말로 개발자들에게는 1촌 관계가 아닌 실력으로 인맥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어떻게 네트워킹하는 것이 좋은가?
지금까지 지식 네트워크나 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길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에 구체적으로 어떤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까?


● 약한 연결을 활용하라
강한 연결인 학연, 혈연, 지연, 직장 관계 등 폐쇄적인 네트워크에만 속할 경우 정보와 아이디어가 돌고 돌며 강화돼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균형 감각이 결여된 아이디어에 동조할 위험이 높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약한 연결을 많이 만들어 놓고 타 집단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봐야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구조적 공백을 파고들자
타 업계 사람들과 만나면서 내게는 익숙한 일을 그들은 너무 어렵게 느끼는 것을 본 적이 없는가? 바로 이때가 구조적 공백을 찾은 순간이다. 구조적 공백에 위치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중복이 없어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버트는 이러한 사람을 ‘플레이어’라고 부르고 네트워크에서의 효용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다 알고 지내는 5명과 사귈 바에는 그 힘으로 다른 집단의 5명과 사귀라는 버트의 충고가 <그림 1>에 담겨있다.


강한 연결보다는 약한 연결이, 중복된 다수의 관계보다는 소수의 구조적 공백이 일과 삶에 혁신을 일으킨다. 내가 익숙한 관계를 벗어나 마음을 열고 생소한 사람들과 만나보길 바란다. 다가가는 사람들에 대한 신선한 감각과 세상을 보는 눈을 잃지 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에 균형을 잡자. 이것이 바로 자신의 실력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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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imaso.co.kr/?doc=bbs/gnuboard.php&bo_table=article&wr_id=4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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