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IT와 비영리 영역, 융합이 필요한 이유
2013년 08월 12일 (월)
ⓒ 디지털타임스, 정우성 비영리IT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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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 네티즌(Netizen)이란 말이 있다.
통신망(Network)과 시민(Citizen)의 합성어로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시민'정도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대부분 "어떤 사건에 대해 네티즌이 다양한 의견을 냈다" 정도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네티즌이란 용어에는 더 큰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마이클 하우번(Michael Hauben)에
의하면, 단순히 인터넷을 도구로써 활용하는 사람들은 네티즌이 아니다. 인터넷을 활용하여 문화적인 의미에서 가치를 만들고 사회적
차원에서 관계를 이루어가는 공동체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사회학에서 시민사회를 단순히 `공동체의 구성원인 사람들의 집합'으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욕구는 다양해졌다.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가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진 상황을 영리기업이 먼저 알아차렸다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착한 기업, 감성 마케팅, 소비자 트렌드, 공유가치창출(CSV) 등의 개념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비영리 영역은 어떨까.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영리기업과 마찬가지이지만, 그 욕구가 공동체까지 확장되는 점이 다르다.
사람들은 이제 내 집 앞마당의 쓰레기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걱정하고, 화장품을 쓰면서 실험동물의 생명의 가치를 생각한다. 또, 근대 이전에 중요시되었던 마을과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 같이 잘 살기'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공동체(국가)에 속한 구성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정부가 일일이 신경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비영리단체와 네티즌의 의미가 주목받는다.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IT 영역에서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오픈소스 운동이 있다. 호의적인 상호 협력 방식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나눌수록 그 가치는 커지게 되며, 이를 통해 사회적인 재산을 증가시켜 인류에 기여한다는 초기 소프트웨어 개발자/과학자들의 정신이 있었다.
이는 그누/리눅스와위키피디아로 이어지며 이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혹자는 이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평가한다)의 하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오류(버그)가 적어지고 개개인이 완벽할 필요가 없으며, 믿을 수 있고, 그만큼 비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비영리 영역에서도 비슷한 속성이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실패 확률이 낮아지고 개개인이 완벽할 필요가 없으며, 믿을 수 있고, 그만큼 비용이 낮아진다.
사람들의 참여와 정보(가치)의 교환과 확산이란 지점에서 IT와 비영리는 닮은 점이 많다. 그렇다면 IT와 비영리 영역의 융합에 대해 시도해봄 직하다.
이미 유럽국가와 미국을 비롯한 국외에서는 IT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시내 시설의 보수가 필요한 곳을 네티즌이 직접 찍어 올리거나(CITYSOURCED.COM), 걷기 운동에 동참하여 걸은 거리만큼 기부를 하는 식(justgiving.com)이 좋은 예이다.
TED도 좋은 아이디어의 확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비영리와 IT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묘하게도 TED의 2012년 prize 수상 아이디어는 모두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한다는 City 2.0계획(thecity2.org)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비영리 영역과 IT 영역의 융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회복지사는 IT를, IT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에 각각 여유 있게 다가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비영리단체의 컴퓨터는 노후 되어 있고 활동가는 사람보다 문서 작성에 시간을 더 쓴다. IT 전문가는 불합리한 계약과 기계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작은 할 수 있다.
네티즌에게 사회문제에 댓글을 다는 정도의 `반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공동 프로젝트로 비영리 활동가와 IT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반도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의 열린 데이터 광장(data.seoul.go.kr)처럼 정부지자체 주도의 시도나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진행하는 IT 교육, 비영리IT지원센터 등이 그 예다.
비영리 단체에 IT가 결합한다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비영리단체의 진정성과 가치를 알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네티즌의 참여와 후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IT 업계는 IT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 문제에 대해 비영리 단체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에 필요한 가치와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비영리단체가 IT를 활용하여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IT 업계는 그들의 서비스가 도처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며, IT 종사자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기술의 관계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IT와 비영리는 그 중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분명 인간과 자연에 이득이 될 것이다. 이것이 비영리 영역과 IT 영역의 융합이 필요한 이유다.
정우성 비영리IT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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