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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였네, 워드프레스 얘기 한마당”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2-05-29 10:45:23 게시글 조회수 5866

2012년 05월 28일 (월)

ⓒ 블로터닷넷, 정보라 기자 borashow@bloter.net


학술모임에 가면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 오후 강연이 끝나고 30분 남짓 쉬는시간 동안 연단 앞으로 나와 질문하는 사람들 때문에 연사와 토막 인터뷰조차 하기 어려웠다. 운영진 붙들고 그 자리에 서서 질문에 질문을 잇는 사람도 보였다0. ‘워드캠프 서울 2012′ 이야기다.


워드프레스 사용자 모임은 워드프레스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5월2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워드캠프 서울 2012′를 열었다.


워드캠프 서울 2012


워드프레스는 세계 최대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 소프트웨어이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다. 워드프레스닷오알지에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워드프레스를 내려받아 자기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다. 네이버나 다음 블로그, 카페 등을 이용자가 디자인부터 웹호스팅, DB 관리를 직접 한다고 보면 된다. 정해진 스킨이나 테마, 플러그인만 쓰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면 무료나 유료로 가져다 쓰고 만들 수도 있다. 또는 워드프레스닷컴에서 네이버나 다음 블로그를 사용하듯 워드프레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워드캠프 서울 2012

▲점심을 기다리는 줄


‘숫자로 보는 워드프레스’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은 양석원 코업 이장은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웹사이트는 2010년 3천만개에서 2011년 3500만개, 2012년 7천만개로 늘고 있다”라며 “워드프레스닷컴은 한달 3억명이 방문한다”라고 소개했다. TED, 뉴욕타임스 매거진, 테크크런치, 펩시의 프로모션 웹사이트, 삼성 바다, LG전자, 서울시 홈페이지 등이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진 웹사이트이다. 웹사이트 하단에 ‘wordpress.com VIP’라고 쓰인 건 오토매틱이 관리하고 만드는 것으로, 오토매틱이 이렇게 웹사이트 제작이나 관리 등을 의뢰받아 번 돈이 한 해 4500만달러이다.


워드캠프 서울 2012

▲나오코 오토매틱 직원(좌)과 양석원 코업 이장(우)


워드프레스는 지금 세계 1위 CMS이지만, 처음부터 쓸만했던 건 아니다. 양석원 코업 이장은 “2003년 워드프레스가 만들어지고 플러그인은 2004년, 테마는 2005년 생겼는데 나는 처음 워드프레스를 설치했을 때 쓰기 싫었다”라며 “디자인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게 이유인데 2005년부터 다양한 테마가 나오면서 쓸만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워드프레스가 본따 만든 ‘B2′를 사용했던 초기 블로거이다.

양석원 코업 이장은 워드프레스 생태계에 관한 재미있는 말을 들려줬다. 워드프레스닷컴의 유료 고객은 약 50만명인데 워드프레스로 돈을 버는 사람은 2만5천명쯤 된다. 예를 들어 태국 방콕의 28세 청년은 2008년부터 워드프레스 테마를 만들어 1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워드프레스를 쓸모있게 만드는 것은 창립자가 있는 오토매틱이란 회사보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필요한 테마나 스킨, 플러그인을 유·무료로 제공하는 사용자들이다. “워드프레스 사용법 중 한국어로 번역된 게 없는데 사람들이 wordpress.org에서 이루어지는 번역 작업에 참여하면 좋겠다”라고 양석원 코업 이장은 말했다. 워드프레스를 만든 매튜 뮬렌웨그가 아닌, 이용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워드캠프 서울 2012′는 2010년에 열리고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최됐다. 지난해는 준비 시간이 촉박해 조금 더 작은 규모인 ‘워드프레스 미트업’으로 진행됐다. 이번 ‘워드캠프 서울 2012′는 강덕수 오거나이저가 지난해 ‘워드프레스 미트업’에서 이야기한 대로 매튜 뮬렌웨그 워드프레스 창립자가 올 것으로 기대됐다. 매튜 뮬렌웨그는 워드프레스를 만들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공개한 당사자다. 그 대신 그는 ‘오토매틱’이란 회사를 설립해 워드프레스닷컴을 통해 고객 입맛에 맞는 워드프레스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덕수 오거나이저는 “올해 3월 워드캠프 서울 개최 승인을 받고 매튜 뮬렌웨그에게 방문할 것을 요청했는데 요사이 바쁜 터라 최소 4~5개월 전에 연락을 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오토매틱의 일본 직원인 나오코 씨가 직접 왔으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드캠프 서울 2012

▲강덕수 워드캠프 오거나이저


일본 도쿄에서 온 나오코 씨는 컴퓨터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워드프레스는 0.72버전으로 공개되던 2003년부터 사용했다. 그해는 워드프레스가 처음 만들어진 때이기도 한데, 나오코 씨는 2006년 일본에서 워드프레스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나오코 씨는 “그 책이 아마 일본에서 워드프레스 관련해서는 두세 번째로 나온 책으로 알고 있다”라며 “나는 번역활동에도 참여했는데 그룹에서 활동하며 유명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열혈 사용자가 직원이 된 셈인데 그가 오토매틱에 입사한 과정도 흥미롭다.


2009년 일본에서 워드캠프가 열렸을 때 매튜 뮬렌웨그도 참석했다. 그때 나오코도 사용자로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던 때이다. 매튜 뮬렌웨그는 나오코와 이야기를 나누다 오토매틱에 일할 것을 제안했다. 나오코는 “나는 워드프레스를 즐기고 배웠던 것이지, 일로 생각하진 않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은 오토매틱 직원으로 번역과 사용자 모임을 진행, 사용자 지원 등 업무를 맡고 있지만, 나오코 씨는 5년 뒤에도 오토매틱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그가 입사하는 과정에서 이력서를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워드프레스는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코드를 보면 알지, 전통적인 학력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일본에는 나오코 외에 사포로에 있는 마이클 픽이 오토매틱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나오코 씨는 서울의 코워킹스페이스 ‘코업’과 비슷한 ‘오픈소스카페’에 가서 일한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워드프레스가 인기 있는 편인데 도쿄, 고베, 요코하마, 후쿠오카, 나고야, 교토 등에서 워드캠프가 열렸고 올해는 ‘워드캠프 도쿄’와 ‘워드캠프 오사카’가 예정돼 있다. ‘워드캠프 도쿄’는 지난해 열렸을 때 약 800명이 참석했다고 하니 열기를 알 수 있다. ‘워드캠프 서울 2012′에 관한 관심도 물론 뜨거웠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무료로 제공한 장소가 넓지 않아 정원 140명에 자원봉사자 7명을 모집했는데 127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워드캠프 서울 2012

▲워드캠프 지니어스 바


워드프레스 관련 행사는 2010년부터 세 차례나 열렸지만, 매번 새로 공부하러 오는 이용자가 많은 눈치다. 연사들 이름과 얼굴이 낯이 익다. 강덕수 오거나이저와 운영진이자 연사로 참석한 양석원 코업 대표에게 ‘연사들이 비슷하다’라고 이유를 물으니 “매번 새로운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마다 참석자 상당수가 초보 사용자라는 이야기인데 워드프레스 사용자 모임은 중급 이상 사용자를 위해 묘안을 냈다. 오후 시간은 트랙을 3개로 나누어 초보자를 위한 개괄적인 설명, 코딩 연습, 워드프레스를 입맛에 맞게 변형해 쓸 수 있는 수업으로 마련했다. 워드프레스나 전자상거래를 위한 오픈소스 CMS ‘마젠토’ 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은 주로 트랙3에 참석하는 분위기였다.


워드캠프 서울 2012

▲마경근 서울특별시 정보화기획담당관실 정보시스템 수석감리원


‘워드프레스를 써볼까’라고 고민하는 사람은 마경근 서울특별시 정보화기획담당관실 정보시스템수석감리원의 이야기를 참고해보자. 그는 ▲원소스멀티유즈 ▲부처끼리 콘텐츠 공유 ▲개방과 공유 ▲검색기능 강화와 웹 호환성 향상 ▲운영 효율화 등에 관한 고민이 있었는데 “워드프레스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많은 부분을 해결해줬다”라며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아 잃는 부분도 있으므로, ‘워드프레스가 대세이더라’라는 생각 외에도 잃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워드캠프 서울 2012는 다소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쉬는시간 틈틈이 운영진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질문을 던지고, 3개 트랙으로 이루어진 오후 시간에는 자기에게 맞는 행사가 무엇일지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덕수 오거나이저는 “나오코 씨에게도 물었는데 워드캠프가 다소 학술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는 건 그쪽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다음 행사는 조금 더 파티같고 축제 분위기가 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강연자들이 사용한 발표 자료는 워드캠프 서울 2012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다.[바로가기]


워드캠프 서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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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1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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