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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에 국적은 없다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3-07-11 16:29:39 게시글 조회수 3746

2013년 07월 10일 (수)

ⓒ 지디넷코리아, 김우용 기자 yong2@zdnet.co.kr



최근 정부기관은 국산 소프트웨어(SW) 밀어주기에 한창이다. 동시에 오픈소스 SW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정부는 동일한 목적에 외산과 국산 솔루션이 모두 있을 경우 국산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그에 오라클에 밀려 힘쓰지 못했던 큐브리드, 티베로, 알티베이스 같은 국산 DB 회사들이 수혜를 입었다.

티맥스 미들웨어 사업도 일정부분 정부 방침 영향을 받았다. 작년말부터 이어진 성장세가 정부 방침 덕에 상반기에도 계속된 것이다.

오픈소스SW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해보인다. 정부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커미터를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계획까지 내비쳤다.

그런데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났다. 국산SW와 오픈소스SW를 동시에 채택하려다보니, 국산 오픈소스SW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이 생겨난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회사는 한국레드햇이다. 한국레드햇은 리눅스 제품과 제이보스 미들웨어 등 오픈소스SW를 바탕으로 서브스크립션 사업모델을 사용한다. 두 솔루션은 모두 오픈소스지만, 동시에 미국계 회사란 점에서 미국산 오픈소스란 오명을 썼다.

법인 성격이 외국계 회사의 지사란 점에서 그나마 한국레드햇의 처지는 명확한 편이다. 더 우스운 현상은 국내 벤처기업들에서 나타난다. 미국에서 주로 개발되는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해 솔루션과 서비스를 만들었던 벤처기업들은 졸지에 외국산 기술에 의존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오픈소스를 다뤄온 한 벤처기업 대표는 “세상 어디에 오픈소스에 국적이 있느냐”라며 “전세계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오픈소스 기술을 국산과 외산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모 정부기관과 국내 SW업체 대표 간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하나 소개한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미국에서 개발되는 오픈소스 리눅스는 어떤 게 심어져 있는지 모르고,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국산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대로라면, 미국산 리눅스로 대다수 국민에게 인터넷 포털서비스를 제공중인 네이버는 언제든 사이버테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국산과 오픈소스를 모두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억지스럽다. 국산SW회사들이 힘들어하는 건 정부가 외국산만 찾아서 그런 게 아니다. 국산SW를 쓰는 정부기관에서 관행처럼 무료 유지보수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SW를 통으로 발주하면서 하드웨어엔 많은 돈을 들이고, SW는 무료라 생각하는 인식도 각 기업을 힘들게 한다. 게다가 국산SW엔 무료에 가까운 유지보수 서비스를 요구한다.

SW에 대한 제값도 주지 않고, 서비스비용 지불에도 인색한 상황, 그에 맞춰 짜인 기획재정부의 정부부처 IT예산 등 국산SW 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는 산업계를 뿌리부터 썩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국산SW에 오픈소스까지 겹치면,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로선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인건비도 건질 수 없는 터무니없는 수준의 가격이 나오는 것이다. 안그래도 낮은 사업비는 오픈소스와 프리웨어도 구분하지 못하는 정부의 인식 덕에 더욱 줄어든다. 그나마도 중간에 거간꾼들이 나서 돈을 떼어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책적으로 한국SW를 살리겠다면서, 실제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설득하지 않는다. 국산 오픈소스란 세계에 내놓기 민망한 단어로 현혹하기보다 진정 국내 IT기업과 산업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부터 숙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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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3071015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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