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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안드로이드L’, 선 굵은 변화들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4-07-04 17:53:39 게시글 조회수 3921

2014년 06월 16일 (월)

ⓒ 블로터닷넷,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새 안드로이드는 버전 이름이 ‘L’이다. 모 만화 주인공 이름이 아니라 코드명이다. 안드로이드 이름은 알파벳 순으로 간식 이름으로 정하는데, 이번 버전은 L로 시작한다. 롤리팝이 거의 대세이긴 한데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니다보니 구글은 코드명에 다시 코드명을 붙이는 묘한 전략을 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L을 키노트 발표 다음날 일반에 공개했다. 개발자용 프리뷰이지만 일반 이용자도 원하면 설치하고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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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의 큰 변화, ART와 디자인


구글은 이번에 파격적으로 운영체제의 베타 버전을 내놓았다. 워낙 베타 서비스로 실험하길 좋아하는 구글이지만 운영체제를 베타로 내놓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베타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큼직한 변화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런타임이다. 안드로이드L이 정식으로 나올 때 쯤이면 적지 않은 앱들이 잘 쓰던 스마트폰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여지껏 안드로이드의 앱들은 달빅(dalvik)이라는 런타임 위에서 개발되고, 작동했다. 구글은 이걸 안드로이드L부터 아트(ART)라는 런타임으로 바꾼다. 런타임은 응용프로그램이 실행될 때 쓰는 라이브러리, 가상 머신 등을 뜻하는데, 이제부터 새로운 판 위에서 앱이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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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타임을 바꿔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성능에 있다. 기존 달빅 런타임은 일정 부분이 앱을 실행할 때에서야 컴파일을 했다. 이 때문에 초기 로딩 시간이 길었고 배터리도 더 많이 썼다. ART는 앱을 미리 컴파일해놓기 때문에 로딩이 빠르다. 대신 앱 설치 용량이 조금 늘어난다. 하지만 약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런타임으로 꼽힌다. 안드로이드4.4에서도 개발자 옵션에서 달빅과 아트를 고를 수 있게 했는데 결국 L부터는 달빅을 버리고 아트로만 작동하게 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64비트로 전환하는 시기에 맞춰 아예 새 런타임으로 바꿔버렸다.


앱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다. 구글은 ‘머티리얼(재료) 디자인’이라는 새 디자인 가이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모든 구글의 제품 관련 디자인이 바뀐다. 안드로이드 자체에도 변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앱 화면의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키노트에서도 빨간색 상태바가 그려진 G메일이 공개됐는데 실제 L에는 아직 그 버전의 G메일 앱이 들어있진 않다. 대신 구글플러스가 새 디자인의 가이드를 잘 지키고 있다.


일단 앱 이름이 담긴 상단 바는 강렬하게 색을 칠하고, 나머지, 그러니까 콘텐츠가 담기는 곳은 하얀색으로 깨끗하게 그린다. L의 개발자 프리뷰에서는 구글플러스 앱이 이 가이드에 맞춰 디자인됐다. 색 대비가 깔끔해졌고, 뭔가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심미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누구라도 새 디자인을 고를 것이다. 전반적으로 구글 역시 앱 디자인이 콘텐츠와 경쟁하지 않는 플랫 디자인으로 가고 있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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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새 런타임에 대한 필요도 있었지만 64비트, 디자인 등의 이슈를 순식간에 전환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이렇게 딱 끊지 못하면 오래 끌려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점들이 사실은 모두 개발자들에게는 ‘일거리’다. 런타임의 경우에는 손보지 않으면 아예 앱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디자인 역시 깨져서 보일 수 있고, 디자인에서 확 변화를 주지 못하면 구글로서도 새 운영체제에 대한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 운영체제를 덥석 상용화하기는 어렵게 됐다. 실제 안드로이드L을 써보면 구글이 운영체제를 다 만들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보다도, 디자인과 런타임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개발자들에게 여유를 주기 위한 방법, 바로 개발자용 프리뷰 버전을 내는 것이다.


일단 현재 쓰면서 말썽이 생기는 앱들은 네이버가 만든 앱들, 페이스북 정도다. 네이버 앱은 런타임 문제로 실행이 안되고, 페이스북은 창 레이어가 L에 맞지 않는다. 앱 개발사들이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고쳐야 할 점들이기 때문에 정식 발표된다면 전반적으로 속도가 빨라지고, 디자인도 좋아질 듯하다.


콘텐츠 돋보이게 하는 UX


이용자가 안드로이드 그 자체에 느낄 수 있는 점들은 디자인과 약간의 UX 변화다. 불편했던 점을 고쳤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UI의 변화에 가까워 보인다. 애플이 iOS7을 내놓으면서 ‘조너선 아이브판 iOS’를 내놓은 것처럼 안드로이드L은 ‘선다 피차이판 안드로이드’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하다. 기존 UX를 해치지 않고 새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넥서스5를 기준으로 잠금 화면부터 변화가 있다. 기존 넥서스는 가운데 점을 바깥으로 밀어서 잠금을 풀었는데 이제 화면을 위로 잡아 올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른쪽으로 밀면 잠김이 풀리면서 전화가 바로 시작하고, 왼쪽으로 밀면 카메라가, 아래로 내리면 구글 나우가 나온다. 또한 잠금 화면에 알림 메시지들이 그대로 뜬다. 이걸 옆으로 밀면 사라지고, 두 번 누르면 열린다. 묘하게 iOS가 떠오르긴 하는데 한결 메시지를 놓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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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버튼의 모양도 달라졌다. 뒤로가기는 세모, 홈은 동그라미, 최근 앱은 네모로 그렸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산뜻해졌다. 또한 최근 앱들은 모두 카드 형태로 바뀌었다. 새 안드로이드는 논리적으로는 앱을 카드처럼 쓴다. 앱을 실행하면 아래에서 카드를 꺼내듯 화면이 뜨고, 최근 앱에서는 이 실행되는 것들이 카드 목록처럼 보인다. 각 앱을 오른쪽으로 밀면 카드를 빼버리는 것처럼 사라진다.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이 좀 더 많아지긴 했다.


알림센터는 아래로 끌어내리면 메시지들이 먼저 보이고, 한번 더 끌어당겨야 토글 메뉴가 나온다. 기존에는 한 손가락, 두 손가락으로 끌어내렸던 것에서 약간 달라졌다. 새 방식이 더 편하거나 더 불편하진 않다. 디자인적으로 변화가 있다고 보면 된다.


며칠간 쓰면서 운영체제가 주는 경험 중 좋다고 생각하는 변화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전화 앱의 변화다. L은 앱을 쓰던 중에 전화가 걸려오면 화면 위에 작은 알림 메시지를 띄워 전화를 받을 것인지 끊을 것인지를 묻는다. 앱을 쓰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순간적으로 스마트폰이 멈칫하면서 전체 화면으로 소리와 진동을 준다. 이때 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고 공교롭게도 수신 거부 버튼을 누르는 일도 있는데 어차피 스마트폰을 쓰던 중에 전화가 걸려오면 굳이 전체 화면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전화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던 일을 방해받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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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하나는 방해 금지 모드다. 이건 사실 iOS에는 오래 전부터 있던 기능이다. 스마트폰의 공해는 매우 심각하다. 전화를 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고, 특히 밤 시간대에는 시도 때도 없이 오는 e메일과, 광고 스팸 문자 등이 괴롭힌다. 원하는 시간대에 자동으로 방해 금지 모드를 켜고 끌 수도 있고, 원할 때 잠깐씩 쓸 수도 있다. 특히 음량 버튼을 눌러 벨소리, 알림 소리를 조정하는 창에서 옆에 방해금지 버튼을 두어 앞으로 한시간동안 방해를 받지 않겠다고 설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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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준비 위한 프리뷰


배터리 관리가 좀 더 세밀해졌는데 충전기에 꽂으면 몇 분 뒤에 충전이 완료되는지 알려주고, 제어판의 배터리 메뉴에서는 지금 이용 패턴으로 쓰면 언제쯤 배터리가 다 떨어질지 예측해주기도 한다. 이 예측 화면에서 시각 표시가 제멋대로인 게 약간 거슬리는데 이건 개발되면서 보정되어야 할 점이기도 하다.


통신사가 바꿔야 할 점도 있다. 이건 넥서스에만 한정될지 모르겠지만 SK텔레콤의 경우 그 동안 넥서스 기기에서는 ‘SKtelecom|SKtelecom’ 처럼 두 번 표기된다. 안드로이드L은 대기 화면에서 화면 왼쪽 위에 통신사 이름을 보여주는데 SK텔레콤의 경우 상당히 거슬린다. KT는 ‘Olleh’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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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L은 올 가을에 정식 발표된다. 가을에 새로운 넥서스 기기, 혹은 안드로이드 실버 기기와 함께 첫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프리뷰 버전은 L로 표기했지만 버전 5.0으로 나와도 될 정도의 변화가 뒤따른다. 안드로이드는 지난 2012년 내놓은 젤리빈 버전 4.1 이후 안정 단계에 이르면서 운영체제 자체의 업데이트가 거의 의미가 없어졌었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L은 런타임부터 디자인, 그리고 64비트까지 큼직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몇 가지 변화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활기를 되찾게 된 것 같다. 헬스, 홈, 자동차 등과 관련된 요소들 역시 차차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L의 발표는 확실한 가을 잔치가 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L 개발자 프리뷰를 호기심에 먼저 써 보는 건 그리 나쁘지 않다. 개발자 등록은 필요 없다. 대신 롬을 플래싱하는 것이 은근히 번거롭긴 하다. 불편한 점이라면 몇몇 앱들의 화면 구성이 깨지고, 통신사에 따라 MMS 수신이 잘 안 되기도 한다. 아트 런타임이 적용되지 않은 앱들도 은근히 많다. 넥서스5를 메인폰으로 쓴다면 아직 괴로운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을이면 구글도, 생태계도 새 안드로이드를 맞이할 준비가 될테니 아직은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얘기는 뻔한 잔소리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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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97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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