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전 세계 리드할 ‘퍼스트 무버’를 준비하라”
12월 6일
ⓒ 아이티데일리, 김성수 기자 | kimss56@itdaily.kr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 ‘공개SW 컨트리뷰션 페스티벌’서 스타트업 위한 조언 제시
“오늘날 전 세계의 혁신은 모두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10년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기술 기반의 혁신 스타트업을 대거 육성해야 한다.”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가 주관한 ‘2019 공개SW 컨트리뷰션 페스티벌’이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공개SW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 노하우와 산업별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공개SW 커뮤니티에 대한 참여 문화를 확산시킴으로서 공개SW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공개SW가 프로세스 혁신의 중요한 전략으로 부각되면서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부 개발자와 커뮤니티들이 공개SW 생태계를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기업과 기관들 역시 공개SW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행사 현장에서는 ▲공개SW개발자가 소개하는 최신 트렌드, 노하우 공유(KOSSCON 20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업 혁신의 시작 오픈소스(FOSSCON 2019) 등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별도의 세션이 진행됐다. 특히 FOSSCON 세션에서는 한국엔젤투자협회의 고영하 회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왜 스타트업인가?’라는 주제로 전 산업계의 변화하는 양상과 오픈소스 기반 스타트업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 ‘공개SW 컨트리뷰션 페스티벌’서 발표하고 있는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
고영하 회장은 먼저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으로 늘 강대국들에게 휘둘려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수많은 침략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도 중국의 사드(THAAD) 문제나 일본 아베 총리의 망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는 시기에는 통상 압력이나 국방비 증액 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상대적으로 약소한 국가가 선두 국가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때로는 추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키워냄으로써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후발주자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선진국이나 글로벌 대기업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전 세계 기업들의 시가 총액을 살펴보면, 2007년에 TOP 10을 차지하고 있던 기업들 중 9개 기업은 2019년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오늘날 TOP 10에 자리잡은 기업들은 우수한 IT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으며,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기업들이 탄생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고영하 회장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히든 챔피언’들에 대해 언급했다. 히든 챔피언들은 글로벌 대기업들만큼 높은 매출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지만, 각자 자기 분야의 기술력에서는 1~2등을 다투는 전문 기업들이다.
히든 챔피언은 현재 전 세계에 약 2,700여 개가 존재한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의 약 절반(1,307개)은 인더스트리4.0(Industry 4.0) 등으로 유명한 독일이 보유하고 있다. 2~3위인 미국(366개)이나 일본(220개)과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히든 챔피언으로 꼽히는 기업이 단 23개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규모는 둘째 치고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 전 세계 국가별 히든 챔피언 기업 보유 수
고영하 회장은 이에 대해 “19세기에 전 인류의 지식이 두 배로 늘어나는 데에는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20세기에는 25년, 2017년에는 단 1년 만에 전 인류의 지식이 두 배로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30년에는 3일이면 충분하다고 예측된다. 지난 100년간의 변화보다 앞으로 10년간의 변화가 더욱 급격하고 치열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분발해서 좋은 기업들의 씨앗을 뿌린다면 얼마든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히든 챔피언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기업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기술 스타트업이라는 ‘씨앗’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대기업들은 조직이 비대화돼서 혁신이 어렵고, 중소기업들은 인력이나 자본이 부족해 당장의 매출 창출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도 대부분의 혁신은 스타트업이 주도해서 일어나고 있다.
고영하 회장은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사례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제시했다. 테슬라는 독보적인 전기차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10년 간 전 세계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스페이스X는 국가 주도로 프로젝트와 기술 개발이 이뤄지던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서 ‘재사용 가능한 로켓 추진체’를 내놓으며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놓았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고영하 회장은 ‘어떤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핵심적인 조언을 제시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 요소들을 고려하고 계획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성 ▲팀 ▲철학 ▲전문성 등 네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하 회장이 설명하는 인성은 윤리의식이나 진정성,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을 포함하는 표현이다.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이러한 요소들을 갖추지 못한다면 주변의 지지를 얻을 수 없으며, 이는 스타트업 초기의 빠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고영하 회장은 초기 투자에 대한 예시를 들며, “흔히 초기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엔젤 투자를 받으려고 하는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에게 투자해주는 것은 가족(Family), 친구(Friend), 바보(Fool)라는 3F들 뿐이다. 최초의 엔젤 투자는 대개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인물들로부터 일어난다. 그러니 창업자가 그동안 살아온 삶이 초기 투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인 팀은 스타트업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수적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좋은 팀은 스타트업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기는 단일한 기술만으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IoT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고 융합시켜야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협력과 팀업이 필요하다.
세 번째 요소는 철학이다. 창업 초기부터 명확한 비전과 사명감, 기술을 통해 확보하려는 핵심 경쟁력과 최종적으로 도달하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창업을 통해 단기적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닌, 본인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해외 연구기관에서 MBA졸업생 1,500명을 추적하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돈벌이를 우선하겠다고 답한 83% 중 20년 후 백만장자가 된 사람은 1명에 불과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답한 17% 중 100명이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고영하 회장은 “성공하는 사람은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며, 이들은 늘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늘 질문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통해 역량을 키우면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요소인 전문성은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철강·조선·반도체 등의 제조 산업에서 모방 성장(Fast Follower)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지만, 앞으로는 기존에 없던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 성장(First Mover)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 국가적으로 스타트업들에게 요구하는 것 또한 혁신 성장의 단초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선도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비교분석하며 독창적인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고영하 회장은 끝으로 “성공을 위해서는 시계가 아니라 나침반을 봐야 한다. 아무리 걸어도 잘못된 방향으로 갔다면 결국 돌아와야 한다”며,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가려는 방향과 그것을 위한 수단이 옳은 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뚝심있게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공개SW역량프라자와 컴퓨터월드/아이티데일리가 공동 발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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