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장인] 예술로 아이들 상상력을 깨우자, 피터 헨크스
2014년 05월 27일 (화)
ⓒ 블로터닷넷, 이지현 기자 jihyun@bloter.net
최근 유럽에서 진행되는 ‘오픈 컬처 데이터’ 운동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자료를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해당 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하게 돕는 운동이다. 오픈소스 운동이 예술계로 넘어간 사례다. 네달란드에서는 오픈 컬처 데이터를 이용해 앱 경연대회나 해커톤도 여러 차례 열렸다. 그 중 2012년 앱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뮤즈앱‘(muse-app)은 이후 오픈 컬처 데이터 운동을 보여주는 활용 사례로 종종 언급된다.
뮤즈앱은 네덜란드 교육 프로그램 업체 노스트링에서 기획한 작품이다. 뮤즈앱은 수많은 미술 작품을 캐릭터, 사물, 배경 등으로 조각내 그림으로 만들어 사용자가 캠퍼스에 마음대로 조각난 그림을 배치하도록 돕는 게임이다. 빈 도화지에 유명 미술작품들을 재배치해 나만의 미술 작품을 만드는 셈이다. 전직 큐레이터 피터 헨크스(Peter Henkes)와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맡았던 펨케 밴더스터(Femke van der Ster)는 아이들을 위한 미술 게임 앱을 만들고자 모여 노스트링을 세우고 뮤즈앱을 만들었다.
“보통 미술교육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예술작품을 보라고 시켜요. 큐레이터는 각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 역사, 의의 등을 알려주고 아이들은 그 설명을 듣고 집에 가지요.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상상력을 발휘할 틈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예술작품을 보고 계속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임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노스트링이라는 회사 이름은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피노키오 인형은 처음으로 자기 혼자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 ‘난 줄이 없어요(I’ve got no strings)’라는 노래를 부른다. 피노키오 같은 인형은 줄을 연결해서 사람들이 조종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데, 애니메이션 속 피노키오는 줄이 없음에도 스스로 춤을 추며 자기가 원하는 행동을 했다. 피터 핸크스는 “노스트링이란 가사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준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피노키오’ 애니매이션 중 ‘난 줄이 없어요 (I’ve got no strings)’
실제로 노스트링은 돈을 벌거나 회사 몸집을 키우는 것에는 큰 관심 없다. 다양한 교육 방식과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운영한다. 수익은 미술관, 교육단체, 학교 등을 컨설팅하는 데서 얻는다. 노스트링은 특히 ‘오픈엔디드’(Open-ended) 게임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오픈엔디드 게임이란 특정한 레벨이나 점수 혹은 목표 없이 여러 방식을 활용하는 게임을 말한다. 뮤즈앱은 사용자가 가진 캐릭터와 성향에 따라 정해진 답 없이 그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픈엔디드 방식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되면서 가장 먼저 묻는 게 ‘목표’예요. 정해진 정답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죠. 어린아이에게 설명서나 목표 같은 게 필요없을 때도 많아요. 아이들 자체는 이미 대단한 존재이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저는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했지만 아이들이 꼭 예술을 배워야 한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정해진 규칙이 필요없다는 거죠. 단지 오픈데이터라는 형식을 이용하고자 그림을 선택했고,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게임을 통해 흥미롭게 만들기 바랐거든요.”
▲ 피터 핸크스(Peter Henkes) ‘뮤즈앱’ 기획자 겸 노스트링 공동 설립자
노스트링은 다양한 수업프로그램을 만들고 세계 여러 나라 단체들과 손을 잡았다. 피터 헨크스는 “꼭 한 가지 교육법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네덜란드에는 정부에서 지정한 교육법 외에도 다양한 학습 방식을 이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교육법이라도 좋은점이 있으면 나쁜점도 있어요.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선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것에 초점을 맞추기도 해요. 그런데 어떤 학생은 가끔씩 그런 부분이 부담스러워 소극적인 사람으로 변하기도 하죠. 저는 창의력이란 어떻게 할지 몰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도록 그런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교사들이 먼저 여러 교육법을 알면 좋을 것 같아, 교사들에게 다양한 교육법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뮤즈앱은 대부분 100년도 더 전에 나온 오래된 그림들을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현대미술 작품은 쓰지 않았다. 네덜란드와 유럽에서 활발하게 오픈 컬처 데이터 운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오픈 데이터는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저희는 그중 예술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어요. 10년 전부터 많은 유럽 정부와 예술단체가 소장한 자료를 디지털화 작업을 많이 시작하고 있었거든요. 보존, 교육, 연구, 보안 등의 이유에서죠. 그렇게 디지털화된 작품 중 일부가 무료로 개방됐습니다. 아직 작가와 미술관, 박물관들이 현실적 여건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요. 누군가가 소유하고 만든 작품을 굳이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도 분분하고요. 누가 맞거나 틀리다기보다 함께 토론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단체가 오픈 컬처 데이터에 관심을 보일 거라 생각해요.”
▲ 뮤즈앱으로 만든 작품 예시 (출처 : 뮤즈앱 가이드 문서)
뮤즈앱은 유료버전 그림도 포함하고 있었지만, 6월 중으로 모든 자료를 무료로 바꿔 재출시할 예정이다. 피터 헨케스는 “더 많은 교육기관과 아이들이 뮤즈앱을 이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개하는 것”이라며 “늦어도 6월 중에는 100% 무료 앱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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