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SW 기업 창업했어요”
2015년 03월 24일 (화)
ⓒ 블로터닷넷, 이지현 기자 jihyun@bloter.net
어느 개발자가 아프리카에 도움을 주고 싶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후원금을 송금하거나 해외 봉사활동 등을 시도할 수 있다. 미국의 두 개발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아프리카에 소프트웨어 기업을 세우고, 그들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오픈소스 기술로 공개했다. 르완다 언어로 ‘빨리해(hurry up)’이라는 뜻을 가진 니아루카 이야기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르완다 소프트웨어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니아루카 설립자는 니콜라스 포티어(Nicolas Pottier)와 에릭 뉴커머(Eric Newcomer)다. 니콜라스 포티어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컴퓨터 과학과 물리학을 배웠으며, 에릭 뉴커머는 워싱턴대학에서 컴퓨터 과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두 사람 모두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퇴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옮기다 같은 회사에서 만났고, 이후 자신들만의 회사를 차렸다.
회사를 설립하기 전, 니콜라스 포티어는 아마존에 입사해 고객 후기와 관련된 랭킹 알고리즘을 고안했다. 에릭 뉴커머는 스포츠 방송 업체 ESPN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그만큼 꽤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다. 그들이 설립한 첫 번째 회사는 트라이릿이라는 모바일 기업이었다. 이후 경쟁력 있고 새로운 사업을 하고자 2010년 니아루카를 세웠다. 둘은 니아루카를 운영하면서 케이랩이라는 개발자 협업 공간을 르완다에 만들기도 했다.
▲니콜라스 포티어 니아루카 공동설립자(왼쪽)와 에릭 뉴커머 공동설립자(오른쪽)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하필 아프리카일까? 대의가 있던 건 아니었다. 니콜라스 포티어는 아프리카에 간 이유에 대해 “호기심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전에 아프리카에 몇 번 가본 적 있어요. 그때마다 르완다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르완다 정부나 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젊은 친구들도 IT 업계에 관심을 갖고요.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직접 르완다 IT 생태계에 뛰어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IT 생태계의 첫 문을 여는 데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니아루카는 처음에 컨설팅이나 교육사업 등을 주로 했다. 두 설립자는 니아루카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더라”라고 말했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IT 인프라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니콜라스 포티어는 “무엇을 만들지 결정되면 방법은 찾으면 된다”라며 “인프라나 인터넷 환경은 그 나라에 맞게 고민했고, 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에 필요한 기술 만들자”
니콜라스 포티어는 “니아루카 규모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르완다에 3개 정도 더 있다”라며 “수익을 만들기엔 뛰어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니아루카는 중소기업이나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수익을 만들고 있다. 유니세프가 대표 고객이다.
에릭 뉴커머는 “특정 제품을 먼저 내놓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바에 따라 기술을 각각 다르게 만들었다”라며 “시장이 요구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공통 기술을 묶어 ‘텍스트잇’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텍스트잇 원리
텍스트잇은 실시간 문자 소통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아프리카에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적고, 인터넷 서핑으로 정보를 찾기도 힘들다. 대신 피처폰 보급률이 높은 편이라 문자메시지는 쉽게 보낼 수 있다. 텍스트잇은 이러한 문자메시지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엔진이다. 텍스트잇을 이용하는 NGO는 사용자에게 원하는 질문을 SMS로 보내고, 받은 답장에 맞춤화된 질문을 제공하며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클릭과 드래그 방식으로 손쉽게 수정하고, 수신인도 적절히 지정할 수 있다. 유니세프와 아프리카 정부는 이 기술을 교육, 의료,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에릭 뉴커머는 “IT 전문가가 아닌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라고 텍스트잇의 장점을 설명했다.
▲정부관계자나 기관은 문자로 누구와 어떤 정보를 공유할지 쉽게 설정할 수 있다(사진 : 텍스트잇 동영상)
유니세프는 텍스트잇 기술을 활용해 ‘엠히어로’라는 앱을 만들었다. 엠히어로는 아프리카에 있는 의료진이 활용하는 앱이다. 작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의료진은 엠히어로로 에볼라 환자 수, 확산 여부, 필요한 약물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엠트레이스’는 국가기관과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앱이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부모는 엠트레이스로 아이의 키, 몸무게 등을 문자로 보낸다. 정부는 해당 문자를 확인하고 “아이가 저체중이니 주변 진료소로 가보세요”라는 정보를 문자로 회신한다.
니아루카는 유니세프와 협업해 ‘래피드프로‘라는 오픈소스 플랫폼도 공개했다. 래피드프로를 실제로 기관 시스템에 적용하려면 웹서버, 데이터베이스 서버, 로드밸런서같은 여러 인프라가 필요하다. 텍스트잇은 그러한 인프라를 호스팅해 주는 서비스다. 이 호스팅 사업은 니아루카의 주된 수익원이기도 하다.
▲유니세프와 함께 만든 래피드프로의 예
니콜라스 포티어와 에릭 뉴커머는 현재 미국으로 돌아왔다. 아프리카에는 2명의 개발자가 상주하고 있다. 르완다 현지인을 개발자로 뽑고 교육시키는 데도 신경 쓰고 있다. 제품은 온라인으로 협업하면서 개발하고, 교육이나 고객을 만날 때면 르완다에 가곤 한다.
니콜라스 포티어는 “난 기술이 가난이나 아프리카가 처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대신 기술은 문제를 조금 더 쉬운 방식으로 해결해줄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문제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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