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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사들여 오픈소스 지키는 ‘오픈인벤션네트워크’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4-09-11 16:50:41 게시글 조회수 4117

2014년 09월 05일 (금)

ⓒ 블로터닷넷, 안상욱 기자 nuribit@bloter.net



‘특허사냥꾼.’ 특허를 사들인 뒤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지는 않고 소송을 벌여 수익을 내는 지적재산권 전문 회사다.


잘 알려지지 않은 특허를 사들인 뒤 제조기업이 부주의하게 특허권을 침해한 경우 소송을 걸어 막대한 특허 사용료(로열티)나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적재산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 창작 의욕을 붇돋으려고 나온 제도지만, 특허사냥꾼은 이를 무기 삼아 자기 이익을 도모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특허사냥꾼의 수법을 거꾸로 이용해 특허사냥꾼이 넘어올 수 없는 특허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이가 있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 ‘오픈인벤션네트워크(Open Invention Network, OIN)’다.


OIN이 하는 일은 딱 한 가지다. 리눅스 오픈소스 생태계를 지키는 것. 이를 위해 OIN은 오픈소스 생태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인접 특허를 적극적으로 사들인다. 사들인 특허는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한다.


오픈인벤션네트워크 웹사이트 갈무리
▲오픈인벤션네트워크 웹사이트


리눅스 인접 특허 사들여 오픈소스 생태계 수호


돈 주고 특허를 사고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 얼핏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OIN이 이처럼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이유는 가만히 앉아 있다간 오픈소스 생태계가 특허사냥꾼에게 잠식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리눅스 오픈소스 생태계는 특허사냥꾼에게 호되게 당한 적 있다.


인텔 x86 시스템용 유닉스를 공급하던 산타크루즈오퍼레이션(SCO)은 2003년 “리눅스가 SCO 유닉스 시스템V의 소스코드를 포함하고 있다”라며 “리눅스는 유닉스의 불법개조판”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리눅스를 쓰면 SCO의 특허를 침해한다는 얘기다.


SCO는 이런 판단을 근거로 리눅스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잇따라 시비를 걸었다. 2004년 SCO는 IBM에 10억달러와 리눅스 사용자당 라이선스 사용료를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었다. SCO는 특허 분쟁을 전담할 ‘SCO소스’라는 부서까지 꾸렸다. 리눅스 배포판을 파는 레드햇은 유닉스 특허를 보유했다는 SCO의 주장이 허위주장이라며 고객사인 라웨어와 노벨을 대신해 SCO를 고소했다. SCO는 노벨을 맞고소했다. 예전 고객사였던 오토존과 다임러크라이슬러에도 리눅스를 사용해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2007년 8월10일 유타주 지방법원 데일 킴볼 판사는 “유닉스와 유닉스웨어 소유자는 노벨”이라고 판결하며 SCO의 지적재산권 행사를 거부했다. 킴볼 판사는 SCO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거뒀던 라이선스 수입의 일부도 노벨에 넘기라고 명령했다. 한 달 뒤인 9월14일 SCO는 파산을 신청했다. 같은 해 12월27일 SCO는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특허사냥꾼을 물리친 경험, 특허 공유풀 설립으로 이어져


SCO의 집요한 공격은 실패로 끝났다. 리눅스를 사용하는 IT기업들은 이 사건을 겪으며 한가지 교훈을 얻었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방치했다가는 리눅스를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되리라는 깨달음이었다.


IBM, 노벨, 필립스, 레드햇, 소니는 손잡고 리눅스 오픈소스 특허를 함께 관리하고 공유하는 공동체를 꾸린다. 2005년 11월10일 문을 연 이 단체가 바로 OIN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오픈소스로 만든 구글도 2013년 OIN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OIN에 가입하면 OIN이 보유한 리눅스 관련 특허를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딱 한 가지만 약속하면 된다. OIN에 가입한 순간부터 리눅스 오픈소스 특허에 관해 다른 기업에 일체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말하자면 자사가 가진 리눅스 오픈소스 특허를 공유하겠다는 다짐이다. OIN 회원사가 늘어날수록 리눅스 오픈소스를 둘러싼 비무장지대는 더 넓어진다.


2013년 말까지 OIN이 직접 사들인 특허는 650개가 넘는다. 리눅스 오픈소스 생태계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회원사는 917곳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걸출한 IT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도 2010년 4월 OIN과 계약을 맺었다.


OIN의 계획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리눅스 오픈소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인접 특허를 사들이고 회원사를 늘려 특허 비무장지대를 넓히는 일이다. 에드 샤우베커 OIN 홍보담당자는 “OIN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리눅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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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0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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