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신명하게 한판 놀아보세
2014년 07월 20일 (일)
ⓒ 블로터닷넷,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일상이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떨어질 수 없게 되면서 IT라는 말은 우리에게 꽤 가깝게 다가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IT, ICT는 딱딱하고 일부 사람들만 접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TV만 봐도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에서는 똑똑하지만 어딘가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영국 드라마 ‘IT크라우드’에서는 특별한 것 없이 지하 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들 삶을 더 편하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IT와 일상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IT 관련 미디어들이 하는 역할 중 하나도 그 둘이 만나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데에 있을 겁니다.
지난 7월18일 KBS 라디오 공개홀에서는 ‘차정인의 T타임’ 100회를 맞아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T타임 콘서트’입니다. 네, 저도 가서 즐겁게 보고 왔습니다. IT 업계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음악을 비롯한 예술과 가까이 하고 있지만 그 접점을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단순 잔치가 아니라 음악과 IT에 대한 이야기가 적절하게 섞인 이런 자리는 즐겁습니다.
행사는 공연과 강연, 그리고 짤막한 미니 강연이 어우러집니다. 주제도 다양합니다. 플랫폼과 사물인터넷, 데이터, 개발, 뉴미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역시 관객들을 즐겁게 한 것은 ‘데이터’였습니다.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는 늘 하둡이나 분산처리 컴퓨팅 같은 어려운 이야기와 섞이게 됩니다. 당연히 뒤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게 당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결국 보여주어야 할 미래와 비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상을 분석하고 그 마지막에 데이터가 붙으면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지요.
정하웅 카이스트 교수는 구글의 데이터 분석이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구글에 검색한 결과로 선거 결과를 내다볼 수도 있고, 독감이 퍼지고 있다는 정보를 미리 인지하는 데에 쓰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검색창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데이터 그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이를 분석하다 보면 거짓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도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우리의 생각과 전통적인 가치관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휴식이라는 말이 눈을 감고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는 건 단어 자체에 가치관에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지요. 송길영 부사장은 맥주 역시 음주와 회식 등의 이미지에서 저녁에 집에서 쉬면서 한잔 마시는 이미지로 바뀌면서 맛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업계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전문가로 꼽히는 최형욱 매직에코 대표는 아직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미래를 짚었습니다. 그 시작은 아기를 위한 기저귀 센서나, 반려동물에 입히는 목걸이처럼 거부할 수 없는 소비자를 잡으라는 겁니다. 더 나아가 모든 사물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사물인터넷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분들의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고, SNS나 기사를 통해서도 자주 접하는 분들입니다. 다소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꺼내놓긴 했지만 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대중이 받아들이는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습니다.
중간중간 짧게 지나간 미니 강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초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IT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분들의 이야기더군요. 블로터닷넷과 구글글래스를 통한 인터뷰를 했던 김인기씨도 자리를 했습니다. 잔뜩 긴장한 눈치였지만 이 분은 아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학생이지만 호기심에 구글글래스를 비롯해 조본 업, 미스핏 샤인 등 온갖 웨어러블 기기들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그저 기기들에 관심을 가졌을 뿐인데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징가 등에 초청받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최근에는 3D 프린터에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놀랍게도 김인기씨의 전공은 관광학입니다. IT에 관심을 가진지 2년만에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천재 해커’로 꼽히는 이두희씨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을 이야기했습니다. 대학 시절 컴퓨터와 맞지 않다는 판단에 전과를 하려 했지만 성적이 안 좋아서 떠나지 못했다는 사연이 큰 웃음을 불러 왔습니다. 재미삼아 학교 학사 사이트를 뜯어보다가 해킹에 눈을 뜨게 됐고, 재미를 붙여 천재 해커로 꼽히는 현재 자리까지 올라섰습니다. “프로그램은 어려운 게 아니라 반복되는 일들을 컴퓨터에게 맡길 수 있는 언어”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름보다 ‘대도서관’이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 나동현씨도 무대에 섰습니다. 팬들이 많으시죠? 방송처럼 입담이 대단하시더군요. 나동현씨는 IT관련 업계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게임이 혼자 즐기는 콘텐트가 아니라 여러사람이 함께 보고 공감하는 매체라는 점을 읽어 회사를 박차고 나와 한 달에 수 천만원씩 버는 인기 방송 진행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평가받는 것에도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라는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습니다.
공연도 색달랐습니다. 태싯그룹의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는 단순해보이지만 큰 재미를 주었습니다. 컴퓨터의 키 입력을 소리로 만들어주는 것이 이 팀의 퍼포먼스입니다. 6대의 PC, 6명의 사람이 모여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며 온갖 농담과 ‘ㅋㅋㅋ’, ‘ㅠㅠ’ 같은 표정들을 주고받지만 사실은 무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반전이 재미있었습니다.
저희와도 낯이 익은 남궁연 감독이 마지막 자리를 장식했습니다. 냇킹콜의 음악을 디지털로 바꾸고, 여기에 영상을 입히는 과정을 풀어놓았습니다. 사진 자료를 살아 있는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간단한 프로그램 하나로 일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을 특유의 입담과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 그리고 IT가 예술 분야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굳어진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한번 다뤄볼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의 주인공인 차정인 기자는 직접 무대에 서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IT가 어렵고 복잡하고 딱딱하다는 인상과 달리 관심을 갖게 될수록 재미있어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는 인삿말만 남긴채 무대를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무대 대신 T타임을 만드는 채유선 작가와 함께 헤드폰을 쓰고 4시간 동안 무대 뒤를 이리저리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냈습니다.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 자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자정이 다 되어 끝날 때까지 관객의 거의 모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 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타 매체 이야기를 왜 이렇게 상세하게 하냐고요?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입니다. 네, 기자로서 IT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이런 자리가 부러웠습니다. IT가 재미있고, 우리 일상 그 자체라는 이야기는 늘 하지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그 감정을 전달할까에 대해 스스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런 IT에 대한 이야기가 날짜가 넘어가는 한밤중에야 전파를 타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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