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2.0’ 공개…OS 전쟁 ‘후끈’
2013년 02월 28일 (목)
ⓒ 블로터닷넷,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스마트폰 업계에 지난 3년은 꽤나 평화로운 시기였다. 시장은 애플과 나머지 기업들의 대결 구도였고, 그들이 애플의 iOS에 들이댄 공통 무기는 구글 안드로이드였다. 고민할 것도,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미묘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구글도, 제조사들도 어딘가 불편한 눈치다.
올해는 운영체제를 통한 갈등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3′은 이를 예고하는 무대다.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여러 OS들이 데뷔를 예고하며 안드로이드를 직접 겨눴고, 제조사들도 안정적인 안드로이드 외에 다른 OS를 하나씩 품기 시작했다. 구글은 삼성 위주의 생태계를 염려하기도 했다. OS를 갖는이가 모바일을 갖게 된다는 것이 시장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다.
▲타이젠2.0 작동 화면. (영상 캡처)
리눅스 기반의 OS 시장이 커지니 ‘쉽고 가벼운 리눅스’를 표방하는 우분투도 모바일로 뛰어들었다. 지난 1월 공식적으로 모바일 OS와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뒤 넥서스폰의 하드웨어를 이용해 미리 OS를 맛볼 수 있는 테스트 버전도 공개했다. 기대보다 작동 속도가 느리고 일부 기능만 작동되지만 우분투를 모바일에 옮기려는 캐노니컬의 의도는 잘 포장돼 있다. LG전자와 ZTE가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이어폭스폰 진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벼운 웹서비스를 위한 고성능 피처폰 정도로 안드로이드에 맞설 목적은 아니라고 하지만, HTML5 기반의 앱이 작동하고 가격도 싼 만큼 섣불리 단정짓기 어렵다.
‘타이젠’도 2.0이 공개됐다. 그간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개발도구 역할 정도만 하던 1.0과 달리 MWC와 함께 공개된 타이젠2.0폰은 갤럭시 못지 않은 멋진 옷을 입고 나타났다. 타이젠은 삼성이 적극 밀고 있는 OS다. 삼성의 것이라기보다 삼성이 주도하는 쪽으로 인텔과 화웨이, NEC, SK텔레콤, NTT도코모, 보다폰 등의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직접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OS다. 통신업계가 더 이상 안드로이드만으로 구글에 종속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게 타이젠이기도 하다.
타이젠2.0은 그간 보던 개발키트에 비해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에뮬레이터 같던 느낌에서 벗어나 바로 제품으로 팔아도 될 만큼 매끄럽게 작동한다. 하드웨어가 빨라진 것도 있겠지만, OS가 기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아이콘들은 동그란 테두리로 씌웠다. 상태표시줄을 내리면 알림 메시지와 시스템 설정을 보여준다. 잠금 화면이나 상태 표시줄을 밀어 넘길 때마다 기존에 보고 있던 화면이 붙어서 넘어가는 효과가 그럴싸하다. 전반적으로 기본 기능만 탑재돼 있는 스톡OS지만 UI는 상당히 세련됐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 방향성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삼성이 위젯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던 홈 화면도 아직 없다. 이는 1.0도 마찬가지였는데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만큼 위젯과 홈 화면 구성에 대한 전략을 보여줄 때도 됐다. 따져보면 아이폰도 홈 화면 없이 앱 아이콘만 깔아놓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아이폰과 비슷하다는 느낌보다는 별도로 안드로이드의 앱 목록만 떼어낸 쪽에 가깝다. OS의 뼈대를 다 세운 것인지 아직 미완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는 안드로이드의 느낌이 많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이 위에 터치위즈UI를 얹는다. 삼성전자는 윈도우모바일 때부터 OS 그 자체보다도 터치위즈UI를 통한 경험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아마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에서 타이젠으로 온전히 옮겨가도 많은 이들은 터치위즈UI 덕분에 안드로이드와 타이젠을 인식하지 못하고 앱을 띄우고 OS를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OS로서는 가닥을 잡은 듯하다. HTML5와 C++를 이용한 네이티브코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됐다. 화려한 효과를 내는 게임을 비롯해 복잡한 기능의 앱을 만들기 유리해진다. 게임도 기존 플랫폼들 못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성능이나 UI, 디자인 등 1.0을 보면서 걱정됐던 부분들이 상당히 해소됐을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2.0으로 올라선 타이젠도 OS 자체의 생태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에는 모바일로 인터넷을 쓰게 되면 구글의 검색과 기타 웹서비스 영역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는 다소 여유로운 구글의 전략이 담겨 있다. 하드웨어나 OS의 모습이 어떻게 되든 관계 없이 일정 기준만 지키면 모두 고객이다. 지속적으로 OS를 개선하고 새 서비스를 이용할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기 때문에 OS 지원이 충실해질 수밖에 없다. OS에 대한 고민은 구글이, 하드웨어에 대한 고민은 제조사가 나눈 것이 안드로이드가 생태계를 탄탄하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반면 타이젠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들이 주축이다. OS 수익은 역시 직접 판매에 있다. 좋은 스마트폰이 나올 것은 확실하지만, 플랫폼으로서도 단기간에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무기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이기도 하다. 우분투는 이미 리눅스 컴퓨터 시장에서 앱과 콘텐츠 유통에 대한 생태계를 갖췄고 이를 모바일과 통합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 페이스북폰이나 파이어폭스폰도 이름만 들어도 어떤 목적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서비스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이 있다. OS만 보자면 웹OS도 iOS나 안드로이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OS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사업이다.
▲넥서스7에 설치한 ‘우분투 포 폰’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올 하반기부터 타이젠 OS를 쓴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련 업체들도 마찬가지지만, 삼성전자에게 타이젠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안드로이드는 무거웠기 때문에 초기에 높은 성능에 대한 요구를 채워주는, 그러니까 강력한 하드웨어를 장악한 자가 패권을 거머쥐었지만 하드웨어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부터는 앱 장터, 개발 환경, 서비스 등의 생태계가 중요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들어 삼성 외에도 LG, 소니, ZTE, 화웨이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다소 늦긴 했지만 쟁쟁한 제품들을 꺼내 놓으며 안드로이드 시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현재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새 OS와 생태계가 필요하다. 업계로서도 구글과 안드로이드를 벗어나 새로 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제 완제품으로 출시되기 전까지 타이젠이 보여줘야 할 것은 ‘안드로이드와 얼마나 다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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