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DT시대, `개방과 참여`가 핵심이다
2016년 01월 0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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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장
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이맘때면 누구나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면서 미래를 설계한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며 현재보다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쳐왔고 현재는 당장 닥쳐 있으므로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오직 미래뿐이며, 미래를 알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회의 변화들은 우연히 또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사회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행위에 의해 변화하므로 반드시 인과(因果)가 있다. 자연재해의 경우에도 때로는 어떠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지나친 벌목은 홍수를 야기할 수 있고, 무분별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미래의 이상기후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역사적 상황은 과거 사회의 대응이 빚은 결과인 셈이다. 미래의 변화 방향을 파악하는 것은 마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길에 손전등을 앞으로 비추는 것과 같다.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그래서 미래예측이 중요하다. 미래는 운명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린 가능성이며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다. 미래예측이나 미래학을 영어로 쓸 때는 복수를 사용해 Futures Studies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30년 후 우리사회의 미래, 5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 후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먼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는 여전히 디지털화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전에서는 OECD 과학기술장관회의(세계과학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과학, 기술 그리고 혁신을 통해 글로벌 과제들을 공동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대전선언문이 채택됐는데, 선언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우리 장관 및 대표들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진화에 따라 과학기술과 혁신이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음에 인식을 공유한다. 디지털화는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협력하며 그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과학적 자료 및 논문으로의 접근에 대한 신뢰성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대중의 참여를 촉진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출하고, 민관협력연구를 더욱 촉진하고, 혁신이 일어나는 방식을 변혁시키고 있다."
대전선언문에 담긴 오픈 사이언스, 시민과학, 오픈 이노베이션 등 향후 과학기술의 이정표는 디지털화라는 환경에 기반하고 있는 미래 변화의 방향이다. 과학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공공영역뿐 아니라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개방과 참여로 이루어지는 혁신이 바로 개방형 혁신이다. 개방(openness)과 참여(engagement)는 디지털화의 핵심이자 변화를 위한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는 누구나 공공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엄청난 빅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을 가져다준다. 미래 디지털 기술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기계적 기술인 IT보다는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데이터 테크놀로지(DT)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2015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IT시대가 저물고 DT에 기반한 시장이 열릴 것이며 DT시대에는 지혜, 지식, 용기가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라 역설한 바 있다. 세계과학계가 지향하는 오픈 사이언스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오픈 억세스)과 정보의 개방(오픈 데이터, 오픈 소스)이다. 또한 시민들의 참여는 사회에 역동성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참여를 통해 미래는 민주적 방식으로 수평적 관계를 맺는 세상이 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1966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이 설립되었으니 올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50주년 되는 해이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발전은 주로 오프라인 중심의 과학기술이 이끌어왔다. 미래 50년은 사물인터넷, 데이터테크놀로지 등 ICT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이다. 정보의 개방과 시민참여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해줄지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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