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발자들이 티맥스OS에 기대하는 것
8월 25일
ⓒ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기자 | jyp@ddaily.co.kr
10일 전인 광복절, ‘티맥스OS’라는 리눅스 기반 개인용 PC 운영체제(OS)가 마침내 대중에 공개됐다.
티맥스OS의 역사는 무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 2009년 티맥스소프트는 관계사인 티맥스코어를 통해 ‘티맥스윈도우’라는 이름의 OS를 발표했지만 발표회 당일 제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망신만 당했고, 이후 7년 만에 다시 ‘티맥스OS’를 출시했으나 이 역시 실체를 본 이는 없다.
다시 3년이 흘러 공개된 ‘티맥스OS’. 서버용(프로리눅스) 및 기업용(B2B) 제품은 이미 지난해 출시됐지만,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B2C 제품(티맥스OS HE ; Home Edition)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발자는 물론, IT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드디어 ‘티맥스OS’를 실제로 써 볼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티맥스OS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OS만큼 잘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 티맥스OS를 다운받았다는 사람은 제법 있지만, 이를 잘 쓰고 있다는 사람은 주변에 찾아보기 힘들다.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람은 부지기수고 심지어 티맥스OS 삭제 문의도 쉽게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맥스가 지난 10년 간 OS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시장에 공개했다는 것은 분명 박수칠만한 일이다.
다만 아직까지 티맥스를 바라보는 개발자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성능 문제를 차치하고 티맥스가 많은 개발자들에게 비판을 받는 이유는 오픈소스 및 커뮤니티에 대한 자세 때문일 것이다.
2009년 티맥스가 ‘티맥스윈도우’를 발표했을 당시, 모든 것을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오픈소스를 활용한 것이 드러났고 2016년 발표했던 OS 역시 오픈소스인 프리BSD를 사용한 것임이 알려졌지만 이를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이윽고 다시 발표한 ‘티맥스OS’에선 리눅스 커널을 사용했음을 밝혔지만, 리눅스 커널이 따르고 있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GPL(General Public License)’에 따라,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제기돼 왔다. 지적이 계속되자 티맥스는 “오픈소스 라이선스에 의거한 소스코드 공개 원칙을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해 왔다”며 소스코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사이트를 최근 공개했다.
당초 티맥스는 이번 티맥스OS HE 버전과 별개로 개발자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버전 ‘티맥스OS OE(Open Edition)’을 선보이면서 소스코드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GPL 라이선스 준수에 대한 개발자 커뮤니티의 문의가 이어지자 개인용 OS에 대한 소스코드도 재빨리(?)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여전히 티맥스를 향한 개발자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잦아들지 않는 듯 보인다. 불과 3달 전인 지난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대연 티맥스 회장(CTO)은 “정부의 오픈소스 우대 정책이 상용SW에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티맥스OS는 오픈소스 기반이지만 티맥스의 DBMS나 미들웨어 제품은 상용SW이기 때문이다.
특히 티맥스OS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공공기관의 망분리 PC분야다. 공공기관은 업무망과 분리된 인터넷PC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웹 검색 등 일반적인 기능만 요구한다. 또 현재 가장 일반적인 망분리 방식인 데스크톱 가상화(VDI)는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서버에서 받아오는 형태이기 때문에 OS에 모든 프로그램을 다 설치할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내년 1월 윈도7의 기술지원이 종료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OS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티맥스OS가 제대로 동작만 한다면, 공공기관이라는 명확한 시장이 있다. 티맥스OS는 이를 겨냥한 듯 ‘창밖을 보라(Look out the window)’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미 티맥스OS를 도입한 공공기관도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최근 회의실과 고객 대기실용 PC에 티맥스OS를 탑재한다고 밝혔으며, 우정사업본부도 우체국에서 사용하는 인터넷망분리시스템의 OS 중 하나로 티맥스OS를 테스트 중이다.
결국 공공기관 OS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오픈소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기대하는 것은 오픈소스에 대한 티맥스의 진정성 있는 자세다. 그동안 티맥스의 행보를 보면 오픈소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와의 상생과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티맥스 측은 이번 티맥스OS HE 버전의 소스코드 공개와 함께 “앞으로도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은 물론 오픈소스 진영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이번엔 달라진 티맥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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