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해석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
2017년 7월 12일 (수)
ⓒ 미래한국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영상 이준영 미래한국 기자
‘바람난 감성공학자’ 손병희 인하공전 컴퓨터시스템학과 교수 인터뷰
빅데이터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지는 꽤 오래됐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한 끊임없는 소비욕구를 충족하면서 그 흔적들은 고스란히 남아 저장되고 축적된다. 빅데이터를 핵심으로 하는 현대 IT시대 혹은 ICT 기술의 시대는 이러한 인간 삶 흔적의 결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과학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문화적인 접근과 그 가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 무한대로 뻗어가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정보화하고 흐름을 발견해 내는 빅데이터 시대, 특히 공공데이터 활용의 문제는 산업의 차원뿐만 아니라 이제 인간 문명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거론되는 시대가 됐다.
데이터 접근과 해석도 기계적이 아닌 인간적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여성학자가 있다. 자칭 ‘바람난 감성공학자’ 손병희 인하공전 컴퓨터시스템학과 교수. 딱딱한 이론만 늘어놓을 것 같은 남성 학자일 것이라는 선입관과 예상을 깨고 문학적 감수성이 넘쳐 보이는 앳된 외모의 손 교수를 7월 5일 미래한국TV를 통해 만났다. 손 교수를 통해 4차 산업과 데이터 혁명 시대에도 인간 감수성이 여전히 절실한 이유를 들어봤다.
- 손 교수께서는 강의와 여러 글을 통해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이 시대에 문화적 가치와 접근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셨습니다. 과학기술에서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흔히 수치로 봤을 때 100만 명이 사용하면 패션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500만 명이 사용하면 어떤 흐름이 있다고 보고요. 1000만 명이 사용하면 문화라고 이야기를 하게 되죠.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거나, 사용한다거나 그것에 의해 생활이 바뀐다거나 하는 의미이니까요.
- 그런 사례들을 영화 쪽에서도 보게 됩니다. 영화 관객이 10만 명이 들면 관심도 없는 영화, 100만~200만 명이 보면 뭔가 조금 다른 영화, 1000만 명이 넘어가면 어떤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과학도 마찬가지예요.
- 거칠게 이야기하면 숫자가 지배하는 사회, 양(量)이 지배하는 사회라고도 볼 수 있는지요?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숫자가 있다는 건 잠재적인 힘이 있다는 것이고, 그 힘을 잘 활용하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 특히 감성공학을 강조하셨는데, 기계에 감정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어떻게 해석하면 됩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닉네임이 ‘바람난 감성공학자’입니다. 원래 제 전공은 공장자동화 자동제어로, 흔히 기계나 시스템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실제 우리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돌아보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나의 모습을 바라보자는 차원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또 실제로도 감성공학이라는 학문이 있죠.
- 기계나 시스템을 다룰 때에도 인간적 감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런데 그건 기계가 하는 건가요, 사람이 하는 건가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죠. 한스 모라백(Hans Moravec) 박사가 한 이야기 가운데 인간에게 쉬운 것은 기계에 어렵고, 기계에 쉬운 것은 인간에게 어렵다는 역설(paradox)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산하는 것, 어떤 데이터를 모아 빨리 처리하는 것은 인간이 기계를 따라갈 수 없는 분야이죠. 그러나 걷는다거나 넋 놓고 있는 것, 이런 건 기계가 할 수 없어요. 제 생각에는 그런 부분을 기계와 인간이 상호 작용, 보완해 나가는 것이 감성공학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닌 데이터를 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이 포인트
- 기계는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까지 못했다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앞으로도 못한다는 뜻인가요?
지금까지는 잘 못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오늘날 ICT 혁명을 데이터혁명이라고도 합니다. 데이터가 산업의 쌀이라는 말도 나오고요. 우리는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부(富)를 창조할 수 있을까요?
데이터를 정보, 빅데이터, 공공데이터 등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란 우리 주변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목소리나 손의 움직임 등 모든 게 다 데이터인 것이죠. 개인을 시스템으로 본다면, 갖고 있는 온도, 습도, 소리, 움직임이 다 데이터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레스토랑에 가면 카메라부터 꺼내 사진을 찍어 SNS 등에 올리는데요, 개인 일상의 데이터가 되는 것이죠. 이런 데이터가 모일수록 하나의 패턴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일종의 개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이건 일상적인 정보이고, 의미가 없는 정보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데이터가 아니라 정보라고 부르게 됩니다. 데이터와 정보는 엄연히 구분이 돼요. 가공된 처리가 된 것을 정보 즉, 인포메이션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죠. 이런 데이터들이 많이 모이면 빅데이터라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 데이터가 쌓이면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데이터 해석 능력, 즉 인사이트가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인사이트를 가진 창의적 데이터 해석자들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비자 책에 의하면, 무엇을 안다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앎을 가지고 세상에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는 다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인력을 양성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문제를 찾는 능력, 문제를 보는 눈이 생겨야 하는 겁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공공데이터 적극 개방해야
- 단순한 데이터 수준이 아니라 정보일 경우,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랄까요,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가령 하나의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막연하게 느껴지죠. 하드웨어의 경우는 카메라나 조명처럼 눈에 보이지만 소프트웨어는 눈에 보이지 않고 또 거기엔 인간의 생각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한대로 바뀔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어떤 정의를 내리면 그 프레임으로 갇히게 되기 때문에 예를 드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 느끼는 것대로 실행하면 그대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 말씀을 들으니 그런 정보를 활용할 경우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프레이밍에 맞추려는 시도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가령, 우리가 정치나 상품 소비에서도 ‘누구의 지지율이 높다’, ‘이런 게 트렌드’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이런 결과도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어떤 프레이밍에 맞춰진 결과인지 정확히 판단할 근거가 별로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을 경우 오류는 줄어들고 신뢰도는 쌓이게 되죠. 그래서 데이터 관련 인력을 양성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 때도 하나의 기술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 기술융합이나, 융합된 기술을 가지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흐름이 생기고, 흐름이 생긴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에요. 제 의견으로는 데이터 해석이란 예측 기술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가, 이런 문제가 제기된다면 공공데이터 개방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갖는 의미나 중요성은 무엇인지요?
데이터란 앞서 설명했듯 주변의 모든 것인데요, 거기에 의미가 담기면 정보가 되고, 이것이 쌓이면 빅데이터가 됩니다. 지리 정보나 버스 노선과 같은 데이터를 정부 기관들이 사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공공데이터인 것이죠. 공공데이터란 개념은 지난 2009년 정부2.0 당시 시작되었어요.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그해 11월에 한 고등학생이 서울경기 버스 노선을 앱으로 만들어 개방해 4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논란이 되었던 것이죠. 지금 돌이켜보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공공데이터 오픈에도 불구하고 왜 일반인이 공공기관의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했느냐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2.0에서는 모든 공공데이터를 오픈하자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또 하나, 공공데이터 개방에서 핵심 문제가 있었어요. 가령, 개인이 기상데이터를 보려면 기상청 사이트를 직접 찾아 들어가야 했는데 이게 상당히 불편하죠. 또 어떤 정보들이 오픈되어 있는지도 잘 모르고요.
그래서 2013년에 정부3.0이 발표됩니다. 모든 공공데이터를 하나의 포털 서비스로 만들자는 시도가 이뤄집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열린데이터 포털을 만들고, 정부에서도 공공데이터포털을 만들게 됩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데이터들이 오픈돼 있어요. 이 데이터들을 가지고 사용하면 되는 것이죠. 또 공공데이터이기 때문에, 만일 내가 어떤 공공데이터를 가지고 앱을 만들게 되면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그럴 경우, 소유권이나 저작권은 개발자가 갖게 되는 건가요? 또 소스를 공유하게 되는지요?
오픈소스 정책이라고 있는데요, 오픈소스를 사용하게 되면 만든 앱도 공개를 해야 한다는 규약이 있습니다. 이것만 지키면 문제는 없어요.
4차 산업 성공의 핵심, “기존 인식을 깨는 상상력을 발휘하라”
- 지금까지 말씀하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 변화나 사회의 진화라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편리하지만 인간 스스로 발목을 잡는 면도 있는 것 같고요. 또 정보도 부족하다기보다 오히려 지나치게 넘쳐 취사 선택하는 데 어려움도 있지요. 이런 변화를 우리 개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까요?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만일 자신이 (그런 변화와) 느슨하게 연결돼 있으면 영향이 크진 않을 겁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만일 중학생한테 이 이야기를 하면 이 아이들이 쓰는 요즘 말로 ‘그래서 어쩌라고’가 되는 거죠. 반면에 자신이 밀접하고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면 굉장히 크게 다가오게 될 것이고요.
- 개인 별로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으로 들립니다만, 결국 현대 모든 개인이 데이터 정보화 시대 변화에 대한 적응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 한편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휴대전화를 통해 영상도 받고 SNS도 활용하지만 정작 실리를 챙기는 것은 전화기 생산업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데이터 사회가 만들어내는 도구들이 과연 문명의 이기인지 발목을 잡는 흉기인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결국은 각 개인의 판단력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많이 보고 듣고 감성적으로 생각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유지한 채 현재에 충실하면 좋겠다는 겁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게 답인 것 같습니다.
- 아까 4차 산업에 관해 짧게 말씀해주셨는데, 4차 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4차원적 규제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의 산업이라는 4차 산업이 성공하려면 규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요?
이 문제 역시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두 개의 나뭇가지로 예를 들고 싶은데요, 나뭇가지 두 개를 올려놨을 때는 평행을 잡기 쉽지만, 여러 개일 경우 힘들죠. 여러 개를 얼키설키 모아야 균형을 잡을 수 있어요. 제 생각에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요, 저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처음 떠오르는 게 중국에서 하는 공공 셰어링 자전거예요.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에 간 다음에 길거리에 그냥 자전거를 놓으면 되는 거죠. 그러면 필요한 다른 사람이 또 이용하고요.
스테이션이 따로 없어요. 창업자는 어떤 규제와 제약이 있으니 풀어 달라고 하고 (정부 등과) 서로 그 부분을 협의 하에 논의한다면 시너지 있게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공공 셰어링 사례에서 보듯 중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부분에 있어서의 발상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모두가 기존 인식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셰어링 자전거가 나왔기 때문에 시도도 있는 것이잖아요. 적절한 때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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