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 "금융권 오픈소스, 드디어 때가 왔다"
2월 12일
ⓒ지디넷코리아, 김우용 기자 | yong2@zdnet.co.kr
“디지털 뱅킹 시대가 오고 있다. 경쟁에 국경도 없고 산업 구분도 없어졌다. 위챗도 금융을 손댄다. 애플과 아마존도 들어오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의 규제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 금융기관이 세계를 선도하려면 혁신 기술을 쓸 수밖에 없다. 전통적 금융권은 이제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뱅킹 시대를 지향한다면 오픈소스는 필수다. 지금이 좋은 기회다.”
아빈드 스와미 레드햇 아태지역 비즈니스개발 겸 금융서비스부문 이사는 최근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권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선택을 해온 산업이다. 그런 금융 산업도 변화의 압박을 받고 있고, 빠른 변신을 위해 오픈소스와 개방성을 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빈드 스와미 이사는 “IT가 오픈소스로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은 오픈 API, 마이크로서비스, 데이터 가용성 확보 등의 세가지 영역”이라며 “이 영역의 혁신은 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나오며, 많은 기여자가 컨테이너 플랫폼, AI 등의 혁신에 동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권에 중요한 안정성과 보안은 레드햇이 검증하고 인증한 엔터프라이즈용 리눅스를 제공하고 있고, 서브스크립션을 통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빠르게 출시하는 민첩성(agility) 개념이 중요해졌는데, 혁신 기술이 들어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오픈소스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금융권도 디지털 혁신을 강조한다. 오픈소스를 대하는 태도도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오픈소스 경험을 어떻게 쌓고, 실제 혁신 성과를 도출하느냐다. 숙련된 파트너와, 내부의 역량, 조직문화 개선, 프로세스 재편 등 다양한 요소가 요구된다. 특히 금융의 코어 시스템을 오픈소스로 전환할 때 많은 위협요소가 있다.
스와미 이사는 국외 주요 금융기관의 오픈소스 혁신 사례를 제시했다. 유럽의 BBVA는 레드햇의 오픈스택 플랫폼을 활용하고, 레드햇 클라우드폼즈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관리하고 있다. 호주의 헤리티지 은행은 레드햇의 오픈 이노베이션 랩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 모기지 시스템을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로 전환했다.
그는 “헤리티지은행의 마이크로서비스 여정을 설정할 때 재사용 가능한 형태, 이동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헤리티지은행은 레드햇 오픈시프트를 써서 통합적인 아키텍처에서 콤포넌트화된 아키텍처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오픈뱅킹을 위해 시스템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콤포넌트 방식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마이크로서비스 레벨에 오픈 API를 활용하면 구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동석한 IDC 파이낸셜 인사이트 그룹 마이클 아라네타 부사장은 “대형 은행이 메인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라며 “디지털 이전 시대에 메인프레임은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서비스 제공하면 끝이었으므로 충분했지만, 잘 통합된 시스템은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코어의 기능을 단순화해 애플리케이션으로 뽑아내 둘러싸고, 코어는 트랜잭션 처리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은 각 기능만 뽑아 외부화하므로 채널, 신규 고객, 리스크, 상품 마스터 등 새로 필요할 때 모듈화해서 변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와미 이사는 “레드햇도 코어를 한 번에 변경하는 것이 무리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 랩은 고객과 같이 디스커버리 세션을 진행해서 애플리케이션과 규모, 데이터 민감성 및 복잡성을 보면서 컨설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DBS, 호주 맥쿼리은행 등도 오픈소스 혁신의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술, 사람, 프로세스 등에 대한 점검을 조언했다. 그는 “사람은 문화, 프로세스는 데브옵스와 CI/CD 등이며, 기술이 녹아 들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많은 기업이 기술만 도입하고 사람과 프로세스를 고려하지 않아 실패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과 문화적 요소가 제일 큰 도전과제이며, 기술, 협력, 프로세스 등을 개방된 관점으로 보는 것이 좋다”며 “은행도 금융 외부 사업을 하게 될 텐데, 은행을 둘러싼 에코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드햇은 오픈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할 때 팀 구성에 개발 외에 IT, 비즈니스 등의 인력도 포함시킨다. 조직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어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는 기술 내재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한국 금융권의 경우 IT서비스를 외부 파트너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기관내부의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 협력과 장단기적인 전략 실행이 요구될 때 기술을 내재화한 전문인력이 요구된다.
스와미 이사는 “내재화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아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 난제”라며 “해법은 운영과 개발 측면으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는데, 일단 운영의 경우 컨테이너 플랫폼을 만들어서 사용하면 전보다 매우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측면은 별도 랩을 만들어 스킬셋(skill set)을 갖고 사례(use case)를 만들어 나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스스로 안될 경우 레드햇 오픈이노베이션 랩에서 여러 부서 사람들과 5~6주 정도 작은 사례를 만든 후 현업시스템에 올릴 수 있는 최소 실행 가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고 담당 직원을 설정한다. 이 직원이 회사에 돌아가 전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재화 문제는 오히려 금융권에게 좋은 기회라 볼 수 있다”며 “레거시 시스템을 관리하는 써드 파티를 내부에 데려오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써드파티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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