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은 외산 메인넷이 아니다"
2018년 11월 02일
ⓒ 지디넷코리아, 임유경 기자 / lyk@zdnet.co.kr
"이더리움은 외산 메인넷이 아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맞서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산 제품을 키워야 한다는 시각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보는 건 어리석다. 우물 안 개구리로 남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오픈소스가 기본인 블록체인 분야에서 '국산'과 '외산'이라는 프레임이 존재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정우현 아톰릭스컨설팅 대표의 일갈이다.
이더리움은 최초의 '블록체인 앱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전 세계 뛰어난 개발자들을 끌어 모았다. 현재(지난 6월 기준) 소스코드 저장소 깃허브에는 1만4천개 이더리움 관련 프로젝트가 존재하고, 22만 건의 소스기여(커밋)가 이뤄졌다. 전 세계 많은 개발자들이 이더리움 개선에 동참하면서, 메인넷 코어 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더리움 코어 개발에 참여할 만한 실력을 갖춘 개발자를 찾는 게 아주 어렵다. 이더리움 전문 개발 업체 '온더'가 거의 유일하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 개발자 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토종이나 국산이라는 점을 내세워 수십개의 메인넷이 등장해 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 대표는 "국산을 강조하는 메인넷들이 많은데 국산과 외산의 프레임은 어리석다"고 꼬집었다. 또 "정말로 실력이 뛰어난 개발자가 있다면 이더리움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해 메인넷 기술자가 되면 된다. 거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 글로벌하게 인정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픈소스 기반 취약한 한국...잘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 된다"
오픈소스를 통한 혁신은 IT 산업에서 가장 큰 화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인텔 등 세계 IT 기업들은 핵심 제품과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뛰어난 개발자들을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또 직원들의 오픈소스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이 일만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블록체인은 태생부터 오픈소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국은 독자 메인넷 개발에만 몰두하고,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다. 국산 메인넷들도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표방하지만, 일부 소스코드를 공개한 수준에 그쳐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전무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은 IT업계 우물 안 개구리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누가 한국 메인넷 시장을 차지할까 싸움 밖에 안될 것"이라며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제는 한국이 오픈소스 운동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개발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다. 오픈소스 운동 기반이 취약하기도 하고 언어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코드를 공개해 같이 개발하는 문화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인정 받는 것이 결국 (산업계에서) 영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상업적인 솔루션을 만드는 모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한국 이더리움 개발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이더리움밋업'을 조직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더리움 개발과 관련된 밋업을 21회 개최한 바 있다.
최근엔 "한국에서 이더리움 비즈니스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아톰릭스 컨설팅이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아톰릭스 컨설팅은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전문성이 있는 정 대표, 토큰 이코노미 전문가 장중혁 이사, 퀀트 전문가 황현절 이사, 비즈니스 컨설팅 전문가 배경일 이사가 공동창업자로 함께했다.
그는 "글로벌에서 보면 한국 이더리움 개발자 커뮤니티는 상당히 부실하다. 개발과 관련된 노력은 상당히 파편화돼 있어 서로의 노력이 결집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한국 이더리움 생태계를 어떻게 조직화하고 어떻게 글로벌하게 연결할지 방법을 찾고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2.0 발전방향 보니..."2-3년 안에 TPS 경쟁 의미 없어질 것"
이더리움은 2.0 버전으로 진화를 준비 중이다. 정우현 대표는 "이더리움 2.0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확장성(스케일링) 해결"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대중화 되려면, 많은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디앱)이 생기고 사용돼야 하는데, 대량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려면 용량과 속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더리움의 초당트랜잭션(TPS) 처리 능력은 15-20건 수준이다. 인기 있는 댑 하나로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될 수도 있다.
'3세대 블록체인'을 표방하며 등장한 메인넷들도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2.0이라는 큰 그림 안에 '탈중앙성을 훼손하면 안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정 대표는 "탈중앙성, 성능, 보안 3가지 어느 쪽도 놓치지 않고 모두 구현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게 이더리움 2.0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이더리움 진영은 하나의 체인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나의 체인에서 확장성을 확보하려면 노드 수를 줄이든, 합의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든 탈중앙성을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더리움2.0은 체인의 레이어(층위)를 메인체인, 샤드체인,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비콘체인까지 세개로 나눴다. 또, 각 레이어들은 서로 보안을 공유하도록 연결된다.
메인 체인은 여전히 합의알고리즘으로 작업증명(PoW) 방식을 채택해 탈중앙과 보안을 중점적으로 담당한다.
샤드 체인과 비콘체인은 확장성과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샤딩은 노드를 일종의 소그룹으로 나눠, 그룹 마다 다른 일을 배정해 작업을 분산하는 데이터처리 방법이다. 비콘체인은 각 샤드에 검증 노드를 랜덤하게 배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샤드에 노드가 랜덤하게 배정되도록해 노드 간 담합할 가능성을 제거했다.
이와 함께 멀티 체인을 위한 'P2P네트워크 프로토콜 설계 개선', 샤드 검증 노드의 서명(시그니처) 취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서명 구조 개선', 스마트컨트랙트 실행 환경을 이더리움버추얼머신(EVM)에서 웹어셈블리 기반 eWASM으로 전환 등 다양한 변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별도의 관심으로 시작된 연구들이 알고보니 서로 연계되고 다른 쪽에 필요한 요인인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의 연결성을 찾아가보니까 하나의 큰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에서 다루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려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정 대표는 "2-3년 안에 TPS 경쟁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확장성과 관련된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필요한 만큼 검증자와 샤드를 늘리면 TPS는 무한정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TPS 경쟁이 무의미해지면, 플랫폼으로써 본질적인 가치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상호작용하고, 얼마나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연결되느냐에 더 큰 가치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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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81102173315&type=det&re=z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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