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위치정보를 만들다, GIS 분야 오픈소스

 

-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위치 정보 사용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스마트폰 앱이나 웹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한번쯤은 보게 되는 메시지다. 과거 지도나 교통 관련 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메시지는 최근 중고거래부터 숙박, 음식배달까지 다양한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위치 정보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기업도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 위치 정보를 고려하곤 한다. 예를 들어 지진 발생 시 피해 지역 내 현장 인력이 얼마나 지원됐는지 확인해야 할때 나 택배 수요와 도로 정보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택배 배송 경로를 알아보려 할 때 위치 데이터를 이용해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듯 위치 정보가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이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기술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1)라는 기술이 있다. GIS는 지리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을 말한다. 주로 지도 이미지, 공간좌표 같은 정보를 컴퓨터가 체계적으로 읽고 분석하여 관리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딥마인드 랩

 

위 그림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GIS는 다양한 업계와 결합되면서 그 생태계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때 큰 틀에서 보자면 GIS 기술은 4가지로, 지리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는 분야, 저장하고 관리하는 분야, 분석하는 분야 그리고 외부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분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분석 및 시각화 분야에선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오픈소스 GIS 부흥을 이끄는 ‘오픈소스 공간정보재단’과 ‘어반컴퓨팅재단’

 

GIS 분야에서 ‘오픈소스 공간정보재단(Open Source Geospatial Foundation, OSGeo)’ 은 오픈소스 문화를 이끄는 핵심 단체다. OSGeo는 2006년에 출범한 이후 1990년대부터 개별적으로 퍼져있던 GIS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한군데로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성장시키고 있다. 오픈소스 GIS 관련 컨퍼런스를 열거나, 관련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관련된 법이나 금전적, 기술적 지원을 하는 식이다. 외부 기업에 후원을 받고는 있지만 내부구조는 철저히 커뮤니티 중심이며, 아파치 재단처럼 운영위원이나 이사회 위원을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있다.

 

OSGeo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70여개가 있는데, 여기에는 GIS업계의 보물같은 오픈소스 기술들이 포함돼있다. 대다수가 실제 상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들이라 국내외 기업 및 정부기관에서 OSGeo가 만든 오픈소스 기술을 도입하는 중이다. 그 중 ‘QGIS’는 공간정보재단을 대표하는 프로젝트다. GIS 업계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쓰는 소프트웨어에는 ArcGIS란 제품이 있는데, QGIS는 ArcGIS의 일종의 대체기술이다. 오픈소스인 만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코드 수정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과거엔 특히 높은 비용이 GIS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았기 QGIS는 GIS에 대한 기술 문턱을 한 단계 낮추는데 좋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QGIS는 2002년 처음 오픈소스로 공개됐으며, 80년대부터 엔지니어로 활동하던 미국의 게리 셔먼 박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게리 셔먼 박사는 당시 다양한 공간 정보 데이터를 가지고 작업을 하던 중 리눅스 위에서 이를 시각화하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고, 취미활동 성격으로 QGIS를 개발했다고 한다.2) QGIS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이후 여러 개발자가 기술 개발에 동참했으며, 그 결과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이 QGIS에 포함될 수 있었다. 현재에도 외부 플러그인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기능을 더할 수 있다.

 

QGIS를 이용하면 공간 정보 관련 데이터를 API나 파일 형태로 불러와서 이를 편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 있는 공공 와이파이 제공 지역을 주소와 함께 데이터로 가지고 있으면 이를 적절히 변형해 지도 위에 시각화할 수 있다. 한국어 지원도 가능하고 2D 및 3D 지도 형식을 모두 표현할 수 있으며, 리눅스 뿐만 아니라 윈도우, 맥, 안드로이드 같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설치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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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QGIS 예시(이미지 출처 :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QGIS Cookbook )
 

오픈레이어스도 인기 있는 기술 중 하나다. 이는 웹 브라우저 상에 공간정보 데이터를 표현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간정보 활용 서비스들은 웹 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웹 매핑 기술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오픈레이어스는 원래 메타카르타라는 공간정보 관련기업에서 개발했는데, 2006년부터 오픈소스 기술로 공개된 이후 메타카르타에서 분리되고 OSGeo에서 관리하고 있다. 자바스크립트 기술이기 때문에 리액트뷰JS 같은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와 결합한 파생 오픈소스 기술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행정자치부, 기상청도 이 기술을 이용해 웹 서비스를 제공한바 있다.

 

 

OSGeo가 14년이 넘는 시간동안 오픈소스 GIS 분야를 이끌었다면 어반컴퓨팅재단2019년에 시작한 얼마 되지 않은 단체다. 어반컴퓨팅재단은 리눅스 재단이 직접 관리하면서 우버, 페이스북, 구글, IBM같은 대형 IT 기업과 MIT, UC샌디에고 같은 대학연구기관, 그리고 카토, 스트리트크래드 같은 오픈소스 기업이 기술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OSGeo가 GIS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것에 비해 어반컴퓨팅 재단은 자율주행 관련 지리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이들이 가진 방향성도 조금 더 구체적이어서 어반컴퓨팅재단은 주로 도시 환경에서 이용 가능한 교통, 안전, 운송수단들과 관련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어반컴퓨팅재단이 가장 첫 번째로 공개한 프로젝트는 케플러GL이다. 우버 내부 데이터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대량의 공간정보 데이터를 빠르게 웹상에서 분석할 수 있게 만든 도구다. 코드입력 없이 데이터파일이나 URL을 웹상에 업로드하고 필터링을 적용하거나 디자인을 바꾸는 등 여러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몇몇 언론사가 이를 활용해 시각화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고, 에어비앤비나 라임(Lime)같은 기업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케플러GL에서 활용한 우버의 또다른 시각화 오픈소스 기술인 비스GL도 어반컴퓨팅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케플러GL 예시
 
사진3 케플러GL 예시 (이미지 출처 : 케플러GL 홈페이지 )

 

어반컴퓨팅재단의 두 번째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맵젠이다. 맵젠은 원래 2013년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지도 관련 검색 엔진,렌더링 기술, 데이터 통합 서비스 등을 오픈소스 기술로 제공하고 있었다. 삼성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프로그램의 참여기업으로도 알려지기도 했으며, 시빅해커(civic hacker)같은 공공분야 기술 개발자나 도시기획자 등 7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져 있다가 2020년 4월어반컴퓨팅 재단에서 맵젠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모두 흡수하면서 앞으로 안정적으로 오픈소스 기술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부터 정부까지 늘어나는 GIS 오픈소스 기술

 

과거의 GIS 업계는 에스리(Esri), 헥사곤(Hexagon), 오토데스크(Autodesk)같은 상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오픈소스 기술은 주류가 아니었다. 하지만 공간 정보 분야에서도 오픈소스 기술이 점차 확산되자 상용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오픈소스 기술을 지원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먼저 업계 점유율을 40%이상 차지하고 있는 에스리의 경우 52노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GIS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혁신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결과물은 오픈소스 형태다. 또 자체 GIS 소프트웨어에서 외부 오픈소스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게 호환성을 넓히거나 자사 기술에 추가해 사용하기 좋은 오픈소스 도구들도 만들고 있다. 현재 에스리가 지원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수는 350여개이다.

 

 

스타트업들은 GIS 업계에 진출하면서 기술을 오픈소스화하고, 기업용 서비스를 유료로 출시하는 방식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는 맵박스와 카토가 있다. 맵박스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6400만달러(한화 약 194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테슬라에 네비게이션 기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기업이다. 이들은 지도 데이터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들거나 발할라같은 오픈소스 엔진을 이용하는 등 내부 핵심 기술에 도입해, GIS 분야에 다양한 기술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누구나 원하는 지도를 쉽게 만드는 이른바 지도계의 포토샵을 추구하는 ‘맵박스 스튜디오3)’를 만들어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지도에 원하는 데이터를 결합해 시각화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맵박스 스튜디오
 
사진4 맵박스 스튜디오 예시(이미지 출처 : 맵박스 홈페이지)

 

카토(과거 사명은 카토DB였지만 2016년 카토로 변경함)는 클라우드 기반에서 공간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내부 기술은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사용량 규모에 따라 추가 비용을 받으면서 수익을 얻고 있다. 맵박스나 카토의 성장은 최근 GIS 도구 분야의 흐름을 보여준다. 과거 GIS 프로그램은 비싸면서 프로그램 규모가 크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성격이 강했다. 또한 사용자도 전문가 수준의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맵박스나 카토같은 기술은 프로그램 규모가 작거나 특정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가 복잡하지 않다면 비교적 GIS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구글 게임분야 오픈소스
 
사진5 카토 서비스 예시(이미지 출처 : 카토 홈페이지)
 

 

GIS 기술은 전통적으로 도시 개발과 관련된 사항이 많아 공공기관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정부기관이 직접 오픈소스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OSGeo에서 관리하는 분석도구 ‘GRASS GIS’의 경우 원래 미 육군 연구소에서 1980년대에서 개발됐다가 오픈소스 기술로 전환된 기술이다. 미국 국립지리정보국은 사용하고 있는 오픈소스 GIS 기술을 공개하고 2014년부터 깃허브 계정을 만들어 직접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있다. 당시 보안에 민감한 정보기관에서 처음으로 깃허브 계정을 공개하는 것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국토지리원(Institut Géographique National)이나 영국의 국립 지도제작 기관인 올드낸스 서베이(Ordnance Survey)도 깃허브 계정을 만들고 공간정보 관련 서비스와 관련된 오픈소스 개발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토연구원이 국내 기업과 협업해 공간정보 분야의 오픈소스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 주석

 

 

*이 기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Open UP과 이지현 IT전문기자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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