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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SW 활용 성공사례

[공개SW 활용 사례/UN] 오픈소스 공간정보 R&D, UN과 공유하다

support 게시글 작성 시각 2020-09-22 15:35:00 게시글 조회수 2102

오픈소스 공간정보 R&D, UN과 공유하다

 

-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요즘 시대에 교통 상황이나 위치 정보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디 그것뿐인가. 전세계 실제 거리의 모습은 로드뷰, 스트리트뷰 같은 서비스로 쉽게 살펴볼 수도 있다. 지리 정보를 이렇게 디지털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은 공간정보 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1) 기술의 역할이 컸다. GIS란 인간 생활에 필요한 지리 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하여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정보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주로 도시계획, 재난, 안보 관리 등을 위해 GIS 기술이 이용됐고, 그런 면에서 정부 기관들이 GIS에 많이 투자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GIS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정부 주도의 GIS 기술개발 사례를 주목해 볼만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GIS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누구나 사용 가능하게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 기술을 주목하게 되었는데, 특히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UN Open GIS Initiative)’에서 우리의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관여하고 있다.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 국토연구원 로고

[사진1]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 국토연구원 로고

* 이미지 출처 : 공식홈페이지

 

유엔은 왜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할까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UN Open GIS Initiative)’는 유엔 활동에 필요한 GIS 기술을 오픈소스 형태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얼핏 보면 유엔과 GIS 기술이 관련 없어 보이지만 사실 유엔은 다양한 GIS 기술을 이용해 재난 구호 활동이나 평화유지군을 지원하고 있다. 가령 분쟁 지역에선 지도에 다리가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을 가보면 폭격 등으로 사라진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은 보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최신의 공간정보가 필요했고, 공간정보국이나 공간정보센터같은 공간정보만 취득하고 공급‧분석‧관리하는 별도의 산하기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유엔은 GIS 관련 상용기술을 사용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 지역에서 라이선스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GIS 기술을 찾다가 직접 GIS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전세계 회원국에 기술개발 협력을 요청했다. 이것이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의 탄생 배경이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선 국토연구원이 기업 및 대학과 협업해 연구단을 꾸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에서 한국의 위치다. 한국은 공동의장국이자 오픈GIS 이니셔티브의 공동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고, 기술 기여도에서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2) 한국을 대표하는 강혜경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나라 담당자들이 기술 토론을 치열하게 거친 끝에 의장국들을 정하게 됐다”라며 “그만큼 한국 참여자들이 유엔 환경에 맞는 GIS 기술을 잘 제안하고, 오픈소스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라고 설명한다.

 

국토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기업 및 대학과 협업해 12개의 오픈소스 기술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마고3D’는 드론을 이용해 공간정보를 실시간으로 취득하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유엔이 지원하고 있는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은 그 지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기 어렵다. 특히 항공사진과 같은 이미지 형식은 지리 좌표 데이터를 포함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강혜경 연구위원은 “과거에 이용하던 기술로는 새 공간정보를 얻기까지 3-4일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마고3D 등을 이용한 드론 기술은 특정 지역의 공간 좌표를 유엔본부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라고 설명했다.

 

[표1]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한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 기술들

기술 종류 기술 이름 소스코드(GitHub) 주소
오픈소스 편집 및 검수 도구 실내공간 편집기 InViewer https://github.com/STEMLab/InViewer
Geotools 3D Extension https://github.com/STEMLab/geotools-3d-extension
InFactory https://github.com/STEMLab/InFactory
모바일 기반 공간정보 편집기 GeoDT Moible http://github.com/ODTBuilder/Mobile
공간정보 검수 및 편집기 OpenGDSBuilder2018Cons https://github.com/ODTBuilder/OpenGDSBuilder2018Cons
OpenGDS-Desktop-QgisPlugin https://github.com/ODTBuilder/OpenGDS-Desktop-QgisPlugin
오픈 소스 3D Geo Portal Live 3D Geo –Portal mago3DJS
 
https://github.com/Gaia3D/mago3djs/
F4DConverter https://github.com/Gaia3D/F4DConverter
HTML5 기반 모바일 GeoPortal OpenGDS Application Server 2.5 https://github.com/OpenGDSMobile/ApplicationServer_eGov
뉴미디어 콘텐츠 GeoPortal GeoCMS https://github.com/turbosoft/GeoCMS
UAV 기반 자동 Mapping 통합 솔루션 공간정보 콘텐츠 생성기술(공간정보 생성) https://github.com/ip820/orthophoto-generation
오픈소스 공간정보 분석기 OpenGXT https://github.com/mangosystem/opengxt

* 자료출처: 강혜경. 2017. 글로벌 공간정보경쟁력 향상을 위한 오픈소스 공간정보정책 도입방안 연구.
국토연구원. p.43.

 

국가R&D 성과, 오픈소스로 기술 공공재 되다

 

혹자는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를 보고 ‘왜 한국에서 만든 기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픈GIS 이니셔티브는 오히려 다양한 국가와 기술을 공유하면서 한국에 여러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먼저 기술 활용도를 높였다. 정부는 그간 10년 넘게 국내 GIS 기업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국내 GIS 기업 중 80%이상이 매출 10억 미만의 영세 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강혜경 연구위원은 “한국 GIS 기업들의 기술력은 나쁘지 않으며, 경쟁력이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라며 “하지만 그동안은 언어, 영업력 등에서 이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나가는데 한계가 있어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즉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및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오픈소스 개발을 유도한 셈이다. 마침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 제안 요청이 왔던 터라 국토연구원은 오픈소스 공간정보기술을 지원하는 국가R&D 사업을 유엔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국가R&D사업으로 개발된 기술은 결과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기술 공공재를 만들어 1회성 연구 성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기술을 만든 것이다. 강혜경 연구위원은 “과거 국가 R&D 성과들은 특정 기업만 이용할 수 있었으나 오픈소스로 전환한 뒤 그 기술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제품을 개선하는데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니 개발 비용이 절감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강혜경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사진2] 강혜경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오픈소스 기술의 또 다른 효과는 기술 품질을 높혔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국가R&D 과제는 몇몇 주체만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도 내부적으로 주고받는다. 하지만 오픈소스 기술은 누구나 해당 기술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지적하는 환경이니 개발자 입장에서 품질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강혜경 연구위원은 오픈소스 개발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에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을 꼽으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유엔이 검증하고 사용한 기술이란 이름표가 붙여지면서 신뢰도가 높아졌다”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유엔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기술지원을 받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오픈소스 기술이든 아니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 품질, 국제표준, 현장의 편리성 등의 조건을 까다롭게 따집니다. 우리도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려고 개선하고 현장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거치고 검토 받다보니 R&D 성과가 빠른 시간 안에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서 오픈GIS 이니셔티브 참가 기업은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정부 기관이 이렇게 오픈소스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특히 오픈소스 공간정보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2014년만해도 공간정보 업계에서 오픈소스 기술은 유명하지 않았다. 강혜경 연구위원은 “프로젝트 초기에는 정책자와 국내 기업에게 오픈소스가 이익이 될거라고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라며 “지금은 그 당시 오픈소스를 반대하던 기업조차도 오픈소스를 사용하시거나 제품화하고 있으며, 정책자들도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기관들이 오픈소스 기술을 도입해 기술 구축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3)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에서 만든 OpenGXT
[사진3]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에서 만든 OpenGXT
* 이미지 출처 : OpenGTX 깃허브


 

국토연구원은 기술 수준을 올리기 위해 타 공공기관과 협업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MOU를 맺고 오픈소스에 대한 기술협력과 한국에서 개최한 “제3차 유엔 평화유지를 위한 기술협력 심포지움” 컨퍼런스 운영 도 함께 했다. 강혜경 연구위원은 “오픈소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컨설팅과 라이선스 검증을 NIPA에서 지원해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며 “외산 SW를 사용하는 한 공공기관에서 오픈소스 R&D성과를 도입하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NIPA가 관련 기술 전환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늘어나는 기술 공여 문화

 

‘왜 우리의 기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가’ 이에 대한 답으로 선진국의 개발 협력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달하는 사례를 통해 과거에는 예산이나 기부금 같은 금전적 형태로 원조를 하거나 혹은 파병이나 해외 봉사단을 보내 도움을 주는 식이였다면 이제는 기술로 도움을 주는 시대로 바뀌었다.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정부는 ‘엑스퍼티스 프랑스’라는 기관을 만들고 유엔을 비롯한 여러 국제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유엔 기술혁신랩’을 직접 운영하고 유엔에서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있다. 강혜경 연구위원이 속해있는 국토연구원 글로벌개발협력센터(GDPC)도 일종의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유엔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미주개발은행(IDB) 등과 협력해 국토 및 도시와 관련된 출판, 연구, 정책 자문 등을 수행한다. 얼마 전에는 세계은행에서 예산을 받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하는 국토종합계획 수립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혜경 연구위원은 “기술력 좋은 기업이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앞으로 더 필요하다”라며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로 우리 기업들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처럼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정책이 마련돼서 국내 중소기업이 국제 개발 협력시장 및 해외시장에 더 많이 진출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강혜경 연구위원은 앞으로 공간정보 분야의 오픈소스 기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단 공간 정보 기술이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로봇 기술 등 미래 성장 산업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고, 이에 따라 오픈소스 기술이 활용될 요소도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오픈GIS 이니셔티브에서 개발하는 기술들은 라이선스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은 기술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NGO 기관들, 1인 기업, 학생 개발자들이 활용하시기에 좋습니다. 업계로 나누면 부동산이나 상권 정보를 분석하려는 기업이나 사물인터넷, 로봇, 자율주행 관련된 기업들에게도 유용할 것입니다. 국토연구원은 앞으로도 지금의 역할을 좀 더 내실있게 수행하면서 국내 기업이 보유한 오픈소스 기술을 유엔 활동에 보다 많이 접목시키고 싶습니다.”

 

* 주석

  • 1)최근엔 GIS 약자의 뜻을 Geospatial Information & Service라고 부르기도 하다.
  • 2)기술분야 워킹그룹은 다섯 개 분야로 나눠져있으며, 이 중 2 개 기술분과(공간정보분석기술, 현장정보취득기술)를 한국에서 주도하고 있다.
  • 3) https://www.slideshare.net/somakang1/open-source-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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